기획투데이

“제자들과 함께 하는 공연으로 어르신들을 즐겁게 합니다.” [권인양 한국전통민요협의회 회장]

“제자들과 함께 하는 공연으로 어르신들을 즐겁게 합니다.” [권인양 한국전통민요협의회 회장]

by 안양교차로 2020.04.29

요양원에 권인양 한국전통민요협의회 회장이 나타나면, 어르신들은 모두 해사한 웃음으로 그를 맞이한다. 그가 들려줄 민요에 대한 기대감과 고마움 덕분이다. 그 역시 제자들을 키워내고, 그 제자들과 매주 요양원에서 공연을 재능기부하면서 ‘내가 가진 재능을 베푸는 즐거움’을 배울 수 있었다.
권인양 한국전통민요협의회 회장
권인양 한국전통민요협의회 회장
요양원에서 만나는 민요 한마당
한 달에 네 번, 일주일에 한 번씩 요양원에서는 민요 한마당이 펼쳐진다. 권인양 한국전통민요협의회 회장과 그 제자들이 모여 한바탕 공연을 벌이면, 어르신들은 함박웃음에 박수세례를 멈추지 않는다.
이렇게 의왕시에서 주기적으로 봉사를 해 온지 어느덧 14년, 권인양 한국전통민요협의회 회장에게 이 공연은 봉사이자, 제자를 위해 열어준 무대이기도 하다.
“저는 가르치는 입장에서 가르친 다음에는 제자들이 공연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해요. 그런데 정식 공연에 앞서 봉사공연부터 시작해 관객들의 반응과 무대에 익숙해져야 비로소 공연을 시작할 수 있어요. 그러니 저에게 공연은 제자를 위해 만든 무대이기도 하죠.”
제자들은 이 무대를 통해 무대에 대한 두려움에 단련되기도 하고, 연습 때처럼 음악을 맞춰보기도 한다. 여기에 봉사로 공연을 한다는 자부심도 함께 더해진다.
이렇게 요양원은 찾는 인원은 최소 3명에서 대체로 10명 이상이다. 인원은 그때그때 다르지만, 각 제자들이 적어도 1년 이상 이렇게 봉사로 공연하기 때문에 각자가 봉사하는 시간은 꽤나 많은 셈이다.
흥겨운 분위기로 웃음꽃이 피는 공연
공연은 한 시간 가량 이루어지는데, 오고 가는 시간이 두 시간을 넘을 때도 있다. 하지만 이 역시도 공연을 위한 준비라고 생각하니 전혀 어렵지 않다. 또 조금은 시간이 걸린다고 해도 요양원에 도착하면, 웃음꽃이 피는 어르신들의 모습에 피곤이 풀린다. 어르신들 중에서는 민요를 부를 때는 추임새를 넣기도 하고, 춤을 추시는 분들도 있다.
간혹은 치매 어르신들이 ‘왜 이리 시끄럽게 하냐’며 소리 지르시기도 하지만, 그럴 때는 다른 분들이 어르신을 자제시켜주시면서 공연이 이어지도록 도와주시기 때문에 어려운 일은 없다. 우울해보이시더라도 공연만 시작되면 흥겨운 분위기에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공연을 하는 이들도 절로 힘이 난다.
“봉사를 안 하시는 분들은 이 즐거움을 모르실 거예요. 이렇게 덩실덩실 춤을 춰주면요. 보시는 분들도 즐겁고, 저희도 정말 즐거워요. 많은 분들이 이런 보람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다양한 축제에서도 만나는 국악공연
공연은 단순히 우리가락에 맞춘 민요 노래만 포함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한국무용은 물론 고고장구도 있고, 웃음치료도 포함된다. 그러니 한 시간 남짓한 공연을 꽉 차게 이어져도 어르신들은 한 번도 지친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또한 이들이 요양원에 어르신들만을 위한 무대에 오르는 것이 아니다. 백운예술제나 벚꽃축제 등 시에서 열리는 축제는 물론, 어린이날 행사나 철도박물관, 레일바이크 주변 행사 무대에서도 이들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다만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연간 행사도, 매달 이어지는 봉사도 어려운 상태다.
“원래는 지금 한창 공연을 시작할 때인데, 이번에 코로나19 때문에 올해부터 가기로 했던 요양원도 그렇고, 기존에 꾸준히 다니던 요양원도 모두 못 가고 있어요. 얼른 상황이 진정되어 이전처럼 자주 공연으로 어르신들을 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