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아이들을 가르치고, 아이들에게 배웁니다.” [김세연 봉사자]

“아이들을 가르치고, 아이들에게 배웁니다.” [김세연 봉사자]

by 안양교차로 2020.03.04

아이들에게 책놀이와 전래놀이를 가르치는 김세연 봉사자는 자신이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만큼이나 아이들에게 많은 것들을 배운다. 같은 반에서 함께 지내는 장애인 친구를 대하는 법에 대해 배우기도 하고, 공부에만 매여 있는 아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성적보다도 인성이라는 것도 배웠다. 무엇보다 그는 아이들을 만나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육봉사로 자신이 얼마나 행복해질 수 있는지를 배웠다.
김세연 봉사자
김세연 봉사자
아이들이 커가며 함께 자라난 봉사의 크기
김세연 봉사자는 오랫동안 봉사에 관심을 가져왔다. 직장생활을 할 때는 장애 아이들을 돌보는 봉사를 조금씩 했었지만,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보니 자주 하지는 못했다. 본격적인 봉사는 결혼 후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처음에는 재활센터에 계신 어르신들의 말벗을 해드리는 봉사부터 시작했고, 아이들이 크자 아이들과 함께 연탄봉사를 다녔다.
또한 아이들이 학교를 들어가면서부터는 학교도서관에서 책을 읽어주는 봉사를 했었다. 세 사람이 방학 때마다 한 번에 두 시간씩 책과 관련된 특별한 수업을 해주는 봉사였다. 그리고 이곳에서 교육자원봉사센터를 알게 되었다.
기존 봉사와는 달리 교육봉사는 굉장히 체계적이었다. 교육 봉사를 나가기 전에는 사전에 봉사단원들이 미리 만나 수업 계획을 짜고, 실습도 해보며 준비를 마친다. 게다가 교육자원봉사센터 내에 어깨동무라는 동아리가 있다. 여기에서 봉사단의 역량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교육받은 봉사자는 각 학교에 배치되어 봉사를 시작한다.
봉사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낯설지만, 봉사자들은 꾸준히 교육을 받고, 실습 준비를 하면서 전문가가 되어간다. 또 기존에 활동하고 있는 봉사자들이 많다보니 각자 가지고 있는 노하우를 내놓고, 공유하면서 점차 그 실력이 높아진다. 하지만 이렇게 점차 성장해간다는 즐거움보다 봉사로 느끼는 보람이 더욱 크다.
“체계적인 것도, 많이 배울 수 있다는 점도 좋지만, 그냥 봉사를 준비하는 시간도, 봉사하는 시간도 즐거워요. 계속해서 봉사할 수 있는 원동력은 결국 즐거움이네요.”
아이들을 가르치고, 아이들에게 배우며
김세연 봉사자가 주로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과목은 공부가 아닌 놀이다. 책놀이는 책읽기로 시작해 그 책과 관련된 놀이를 하는 활동이다. 그는 동화구연으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이와 관련된 활동적인 놀이를 소개한다. 예를 들어 토끼와 거북이 동화를 읽고 나서는 거북이 역할을 맡은 아이들이 안대를 끼고 토끼 역할을 맡은 아이들과 경주한다. 이렇게 책놀이를 하고 난 뒤, 아이들은 다른 어떤 책보다도 그 감회를 새롭게 느낀다.
전통놀이에 관해서는 실내에서 정적인 놀이에 속하는 고누놀이와 딱지치기는 물론 활동적인 놀이인 술래잡기, 사방치기 등도 가르친다.
“요즘에는 아이들이 미세먼지나 그 외에도 날씨 때문에 운동장에 못나가는 경우가 많아요. 그나마 선생님들 중에서 놀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 선생님들께서는 다목적실에서 아이들이 전통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시곤 하죠.”
김세연 봉사자는 이렇게 아이들을 가르치는 동시에 아이들에게 배운 점도 많다. 특히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섞여있는 학급을 방문했을 때가 인상 깊었다. 아이들은 수업을 하는 도중 장애인 친구를 챙기며 침을 닦아주기도 하고, ‘이 친구가 먼저 하게 해주세요.’라고 챙기기도 한다.
“제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이렇게 교육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서 장애인인 친구를 피했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오히려 아이들이 ‘선생님! 제가 휴지 가져올게요’하더라고요. 솔직히 감동했어요. 이 아이들이 우리 때보다 훨씬 낫더라고요. 아이들이 그 친구를 해피바이러스라고 부른대요. 친구가 항상 웃고 있어서 다른 아이들도 그 모습을 보면 행복해진다고요. 그 친구도, 다른 아이들도 정말 멋지게 살아갈 것 같아요. 이렇게 인식하기까지 선생님들도 큰 역할을 하셨을 것이고, 학부모님들, 그 아이의 학업을 도와주시는 보조 선생님 역시도 참 많은 역할을 하셨을 거예요. 덕분에 그 아이도 그렇게 웃을 수 있었겠죠.”
모든 일들을 이겨내 줄 수 있도록 도와주는 힘
김세연 봉사자는 10년 전, 힘든 일상을 견뎌내고 있었다. 안 좋은 일이 겹치며 일어나면서 이를 이기기 위해 이것저것 배우러 다녀보기도 했다. 동화구연이며 종이접기 등을 배운 까닭도 여기에 있었다. 그런데 어떤 것으로도 채워지지 않았던 마음이 봉사로 채워졌다.
“이제는 그렇게 저를 힘들게 했던 일들이 그저 ‘그런 일들이 있었구나’ 싶은 마음으로 바뀌었어요. 봉사하면서 발가락 일부가 썩어 들어가는 어르신도 만났는데, 참 긍정적이셨어요. 제가 별 것 아닌 것으로 마음을 힘들게 하고 있구나 싶었죠. 푸드뱅크에서 도시락 봉사를 할 때는 내가 아무리 힘들어도 이렇게 삼시 세끼 밥 챙겨먹을 수 있고, 누군가의 식사를 챙겨줄 수 있는 여력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죠.”
봉사로 느낀 보람이 크기에 그는 많은 사람들에게 봉사를 권하는 편이다.
“봉사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많아요. 그런데 막상 하자고 하면 부담을 많이 느끼더라고요. 하지만 막상 시작하면 얼마나 좋아하는지 몰라요. 봉사도 누군가가 끌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도 처음 그 문을 두드리기가 쉽지 않았으니까요. 혼자는 쉽지 않지만, 누군가와 함께 두드리기에는 쉽잖아요. 훨씬 자연스럽게 쉽게 스며들 수 있고요. 그래서 주변에 봉사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자연스럽게 함께 봉사를 시작해보시길 권하고 싶어요.”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