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제 경험, 제 취미를 함께 즐기며 봉사해요.” [권혜정 봉사자]

“제 경험, 제 취미를 함께 즐기며 봉사해요.” [권혜정 봉사자]

by 안양교차로 2020.02.18

자신의 경험을 나누고, 자신의 취미를 함께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봉사활동이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해왔던 이들이라면 권혜정 봉사자의 일상을 부러워할 것이다. 권혜정 봉사자는 두 아이를 키운 경험을 아이들 앞에서 들려주며 큰 공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전래놀이와 책놀이로 함께 놀면서 아이들의 두뇌, 신체 활동을 돕기도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활동이 모두 봉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하는 권혜정 봉사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권혜정 봉사자
권혜정 봉사자
내 삶이 책이 된다면
권혜정 봉사자는 우연한 기회에 봉사로 빠져들었다. 아이들이 졸업하기 전 학부모 활동을 하면서 의무적으로 사람책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연수를 받은 뒤 2017년에는 한두 번 정도 사람책으로 아이들 앞에 서고, 2018년부터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활동을 자발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사람책은 말 그대로 사람마다 살아온 삶이 한 권의 책이라는 의미다. 봉사자들은 자신의 일생 중 한 부분을 발췌해서 서문으로 쓰고, 이에 대한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준다.
권혜정 봉사자의 경우,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인 두 아이를 키운 이야기를 전해준다. 흔한 책처럼 감동과 교훈은 없을 수도 있지만, 실화이기 때문에 공감 가는 부분은 더 많다.
“아이들이 제 이야기에 많은 공감을 해줘요. ‘아이들을 키우면서 내가 마음을 내려놓고 나니 아이들이 훨씬 더 잘하더라’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어요. 아이들은 스스로 ‘지켜만 봐주면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아이들은 특히 ‘부모님이 잔소리 하지 말고, 바라만 봐줬으면 좋겠다’는 말에 큰 공감을 한다. 권혜정 봉사자 역시도 부모로서 이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알고 있다.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고, 용암이 터져도, 잔소리 하지 않아야 한다. 지켜만 봐도 아이들은 해야 할 일은 하고, 하지 않아야 할 일은 안 한다는 것이다.
전래놀이와 책놀이로 느끼고 배우는 교육봉사
현재 교육청 교육자원봉사 운영위원으로 봉사하고 있는 권혜정 봉사자는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전래놀이와 책놀이를 함께 교육받고, 교육받은 봉사자들과 더불어 봉사 동아리인 '어깨동무'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교육을 받은 뒤, 방과후 수업이나 돌봄교실에서 5회 가량의 봉사는 필수적이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계속해서 봉사를 이어가고 싶은 이들이 모여 교육 봉사를 실천하고 있다.
“전래놀이라는 건 사실은 우리 어렸을 때 항상 하던 놀이였잖아요. ‘다들 고무줄만 해도 비만이 없을 텐데’하는 생각이 들어요. 학교에서 전래놀이 시간을 마련해주면 너무 좋아하고, 재미있어해요. 어떻게 생각하면 슬프죠. 이건 그냥 아이들끼리 모이면 하던 놀이였는데, 이제는 전래놀이를 누군가 알려줘서 배워야 한다는 뜻이니까요.”
고무줄은 한 줄짜리 넘어 두 줄, 삼각, 사각 고무줄로 놀이를 하기도 하고, 종이딱지를 하기도 한다. 어른들이 어렸을 때 하던 기억 속의 놀이를 지금 그 나이 또래의 아이들 역시 재미있어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기도 하다.
그 밖에도 권혜정 봉사자는 수학배움이 느린 학생을 위해 일주일에 한두 번씩 공부를 봐주기도 한다. 권혜정 봉사자는 오랫동안 과외를 해온 경력이 있어서인지 1대 1이었던 수업이 어느새 입소문을 타고 대여섯 명으로 늘어났다.
“제가 과외할 때 못 느꼈던 보람을 느끼고 있어요. 처음에는 중고생을 가르치다가 초등학생을 가르칠 수 있을까 걱정하기도 했는데, 나이가 먹어서인지 아이들이 엄청 예뻐요. 작년에 마지막 수업을 할 때 아이들이 내년에도 ‘우리 꼭 만나요’라고 이야기해주는데, 뭉클하기도 하고요.”
작은 뿌듯함이 쌓여 큰 보람이 될 때까지
한 어깨동무 동아리에서는 5회의 봉사활동을 마치고 난 뒤, 계속해서 봉사를 하고 싶다는 이들이 가득하다. 그만큼 봉사를 하다보면 점차 봉사의 매력에 빠져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역시도 일부에 한정되어 있어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군포ㆍ의왕 교육지원청에 봉사자들이 300명가량 될 거예요. 그런데 그 중에서 실제로 봉사하시는 분들은 3분의 1도 안 되죠. 그나마 지역적으로 가장 활성화된 경우에요. 많은 분들에게 시간 내서 봉사해달라는 말씀을 드리지는 못하지만, 봉사하고 난 뒤의 뿌듯함은 꼭 한 번 느껴보시라고 권하고 싶어요. 작은 뿌듯함이 쌓여서 커지는 감정을 느껴보고 싶으시다면 봉사에 참여해보세요.”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