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마을활동가들의 마음을 모아 마을공동체를 만들어갑니다.” [박혜경 바람개비행복마을 대표]

“마을활동가들의 마음을 모아 마을공동체를 만들어갑니다.” [박혜경 바람개비행복마을 대표]

by 안양교차로 2020.02.11

의왕시 삼동에는 바람개비행복마을이 있다. 요즘 보기 힘든 마을공동체를 지향하는 바람개비행복마을은 힘든 일이 있으면 다 같이 나누고, 좋은 일이 있으면 다 같이 누리며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웃끼리 자주 만나 안부를 묻고, 함께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를 정해 이야기하고, 서로의 재능을 품앗이하는 바람개비행복마을에서는 따뜻한 이웃의 정이 아직도 남아있다.
박혜경 바람개비행복마을 대표
박혜경 바람개비행복마을 대표
바람개비도서관이 바람개비행복마을이 되기까지
바람개비는 한 아파트단지 안에 있는 조그만 문고에서 시작되었다. 사용하지 않고 방치된 도서관이 아까워 도서관을 활성화하자는 마음에서 시작해 바람개비도서관이 생겨났다. 문고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존의 책 정리가 우선되어야 했다. 6개월간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책을 분류하고, 정리하며 전산화 작업을 하는 봉사가 필요했다. 힘들었지만 이 과정이 끝나자 작은도서관으로 선정되어 매달 새로운 책을 받고 사업비도 지원받을 수 있었고, 그림책 수업 등 다양한 수업도 이곳에서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러한 분위기는 오래 가지 못했다. 처음에는 아파트 입주자 측에서도 문고가 활성화되는 모습에 만족했었지만, 점차 아파트 단지 안에 위치한 이 작은 도서관을 찾는 외부인들의 수가 많아지면서 도서관 봉사자와 크고 작은 마찰이 생겼다. 결국 도서관 사업을 시작한지 3년 만에 머물 곳을 잃자 바람개비도서관에서 활동하던 이들은 연립주택을 얻어 다시 도서관을 만들려고 했으나 이는 쉽지 않았다. 이 대신 활동가들의 크고 작은 출자금을 모아 보증금을 마련해 현재의 상가 건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그리고 기존의 도서관이라는 명칭대신 더 큰 공동체를 포괄할 수 있도록 이름을 바람개비행복마을로 바꾸고 활동을 이어갔다.
다양한 취향을 모아 펼친 다양한 프로그램
“다양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다양한 연령대, 다양한 성별의 마을주민들이 모이기 시작했어요. 크고 작은 과정을 겪으면서 느낀 점이 많았죠. 사실 각자가 생각하고 있는 공동체는 모두 다른 모습일 겁니다. 그러다보니 우리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고민하게 되고요. 하지만 이러한 다른 생각들을 모아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해서 정체성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현재 바람개비행복마을을 이끌고 있는 박혜경 대표는 이렇게 바람개비행복마을을 정의한다. 박혜경 대표의 말처럼 바람개비행복마을에서는 한 단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모임과 다양한 행사를 연다. 예를 들어 ‘나도쌤활동’으로 각자 가진 재능을 나누는 자발적인 기부를 이어가기도 하고, ‘부곡향토문화연구회’에서는 고장의 역사와 문화, 사람과 자연을 찾는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한편 공동육아가 이루어지는 ‘이모네’, 세월호를 기억하는 모임인 ‘416그리고우리들’도 있다. 독서모임인 ‘책바람’, 리사이클링 실천에 나서는 ‘자원순환마을만들기’ 행사도 진행되고 있으니 각자의 취향에 맞춰 참여할 수 있다.
이 많은 활동 중에서 박혜경 바람개비행복마을 대표가 가장 많은 도움을 받았던 분야는 바로 공동육아였다. 그는 다른 곳이 아닌 의왕시 삼동이었기에 공동육아가 가능했다고 말한다.
“여기 토박이 분들이 정말 많으세요. 친인척들이 모여 살기도 하고, 여기서 학창생활을 보내다가 사회생활은 도시에서 하다가도 다시 돌아오고요. 저희 공동체에서 6,7년째 공동육아팀이 이어질 수 있는 건 이 덕분이죠. 제 아이도 이 마을에서 키워준 셈이에요. 요즘 같은 시기에 아이를 돌볼 누군가를 찾기가 참 힘들잖아요. 그래서 요즘에는 특히 공동육아가 필요하죠.”
박혜경 대표가 그랬듯이 바람개비행복마을에 참여하던 이들이 어느새 바람개비행복마을을 이끌어가는 경우도 많다.
“조용히 있던 한두 분의 활동가들이 어느 날 자기 목소리를 내고, 바람개비행복마을이 좋다고 표현할 때 보람을 느껴요. 몇 년을 사람들과 부대끼고, 조율했던 결과가 헛되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2020년 새 출발을 기다리며
2020년 2월은 바람개비행복마을에서 새로운 대표를 선출하는 시기이다. 큰 책임을 맡는 만큼 이 자리는 누군가에게 탐나는 자리라기보다는 고사하고 싶은 자리이기도 하다.
“저 역시도 대표 자리를 빈자리로 둘 수 없어서 대표가 되었어요. 원래는 추대되었던 대표가 따로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갑자기 개인사정으로 대표 자리를 맡을 수 없다고 하셔서 제가 떠밀려서 하게 되었어요. 직접 해보니 정말 쉽지 않더라고요. 대표가 아닌 입장에서 봤을 때는 비판도 하고, 평가도 했지만, 대표가 되면 무엇을 추진하고 싶어도 공동체에서 수많은 시간을 투자해 봉사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서 활동가들에게 강하게 주장할 수가 없었어요.”
올해 대표 선출을 앞둔 그의 바람은 단 하나다.
“이번 대표님은 에너지가 많으신 분이 되셔서 바람개비행복마을이 더 활성화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바람개비의 의미가 다양한 색깔처럼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어우러져서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뜻이니까요. 올해도 어려운 이웃과, 연대해서 서로의 아픔과 슬픔을 나누는 공동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