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20여 년간 나를 바꿔오는 힘, 바로 봉사입니다.” [서찬숙 봉사자]

“20여 년간 나를 바꿔오는 힘, 바로 봉사입니다.” [서찬숙 봉사자]

by 안양교차로 2020.01.28

20여 년 동안 봉사를 이어오고 있는 서찬숙 봉사자에게 있어 봉사는 자신을 바뀌게 한 결정적인 계기였다. 기존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 신경 쓰지 않았던 것들이 봉사를 하면서부터 새로운 세상으로 다가왔다. 경험의 크기가 달라지자 생각은 물론, 말과 행동이 바뀌기 시작했다. 서찬숙 봉사자는 스스로가 서서히 달라지는 순간을 아직도 매일 경험하고 있다.
서찬숙 봉사자
서찬숙 봉사자
무료한 시간을 보낼 방법으로 선택한 봉사
서찬숙 봉사자는 우연한 기회에 의용소방대 봉사를 시작했다. 아이들이 유치원에 가고 난 뒤, 무료한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다 봉사를 떠올린 것이다. 하지만 막상 마음먹고 나서도 바로 봉사하기까지는 꽤 오랜 기다림이 필요했다. 의용소방대는 봉사자를 무한정 모집하지 않고, 인원제한을 두어 모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다림에 대가로, 그는 드디어 의용소방대 봉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
의용소방대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천한다. 불이 나거나 사건 사고가 일어났을 때, 인원이 부족한 소방대원을 대신해 차량 통제나 주민 통제를 도와주는 역할은 물론 많은 사람들에게 심폐소생술을 알려주거나 소화기 사용방법을 알려주기도 한다. 특히 관내 초중학교에 심폐소생술과 AED심장충격기 사용법을 알려주는 등 교내 예방활동에 나선다. 이밖에도 어려운 이웃의 가정에 방문해 소화기를 비치해주는 등 재해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계층을 위한 예방활동도 철저히 한다.
또한 서찬숙 봉사자는 의용소방대 봉사와 병행하며 주민자치위원회에서도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주민자치위원회는 각 동에 소속되어 있는데,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를 위해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주민들의 생활을 더욱 편안하게 만드는 일을 한다. 그 외에도 서찬숙 봉사자는 복지관을 자주 찾아 어르신들의 배식을 도와주는 봉사도 지속하고 있다. 이렇게 봉사에 대한 열정을 인정받아 서찬숙 봉사자는 소방의날에 봉사자상을 받기도 하고, 자원봉사로 국회의원상을 받기도 했다.
누군가를 살릴 수 있는 능력
서찬숙 봉사자는 의용소방대로서 항상 ‘누군가를 살릴 수 있다’는 생각으로 봉사에 임한다. 어르신들에게 심폐소생술을 가르쳐드릴 때도 마찬가지였다. 심폐소생술을 배운 어르신들은 ‘평소에 심폐소생술을 배워보고 싶었다.’, ‘방송에서는 자주 나오던데, 직접 해본 적은 없어서 배울 생각을 해보지 못했다.’며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기도 한다. 이것만으로도 뿌듯하지만, 이렇게 심폐소생술을 배운 어르신들이 혹시나 누군가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하면, 이는 훨씬 큰 보람으로 다가온다.
한편으로는 의용소방대에서 활동하며 소방대와 함께 동고동락하다보니 소방대의 고생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것도 의용소방대 봉사자들이다.
“사고현장에 가면 소방대원들은 모두 힘들고, 지쳐있죠. 화재 현장이나 사건현장에서 일하는 것이 워낙 힘든 일이다보니 잠시 앉아서 쉬시면서 소금물을 마시기도 해요. 그런데 주변 사람들은 ‘불 끄러 와서 왜 앉아있냐’고 수근 거릴 때는 저희 역시도 힘이 빠지기는 해요. 하지만 그나마 최근에는 인식이 많이 좋아지고 있더라고요.”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습관
의용소방대 활동을 하면서 서찬숙 봉사자는 일상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아무렇지도 않았던 일들이 위험해보여 예방에 나서기도 하고, 기존에는 보이지 않던 이들의 수고가 눈에 보이기도 했다. 그밖에도 다양한 봉사를 접한 이후로 서찬숙 봉사자는 이전보다 훨씬 생각의 폭이 넓어지기도 했다. 나를 중심에 두고 생각했던 모든 일들이 지금은 나보다도 남을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게 바뀌었다. 평소 말과 행동 역시도 조심스러워졌다.
“봉사가 아니었다면, 제가 그저 예전처럼 집에만 있었더라면, 무엇도 바뀌지 않았을 것 같아요. 이렇게 봉사를 하니까 바뀔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게다가 봉사를 한번 시작하고 나니, 습관처럼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시간도 없다’, ‘돈도 없다’, ‘몸이 아프다’라면서 아무것도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주 작은 봉사부터 시작하면서 한번 발을 담그면, 쉽게 어떤 봉사든 하게 되는 것이 봉사의 힘이다.
“기존에 핑계였던 일들이 봉사를 하면서부터 사라져요. 시간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봉사할 시간을 자꾸 만들어내고요. 돈이 없었는데, 봉사 다니는데 사용할 비용이나 봉사자들과 함께 어울리며 사용할 비용도 없지는 않았고요. 몸이 아프다가도 봉사하는 날이 되면 다 낫더라고요. 아무래도 정신건강이 좋아지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 같아요.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