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가까이에서 복지사각지대를 느낀 뒤, 제 삶이 달라졌죠.” [조미희 봉사자]

“가까이에서 복지사각지대를 느낀 뒤, 제 삶이 달라졌죠.” [조미희 봉사자]

by 안양교차로 2020.01.21

뉴스에서 간혹 생활고에 시달리는 이웃들의 이야기가 나오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는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들린다. 하지만 알고 보면 가까운 곳에서 고통 받고 있는 이웃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조미희 봉사자도 마찬가지였다. ‘나와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었지만, 가까이에서 생활고에 시달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웃을 보며 ‘진작 무엇이라도 도와주었으면 어땠을까’ 후회했다. 그 경험이 현재의 봉사에 이르게 된 이유가 되었다.
조미희 봉사자
조미희 봉사자
그를 봉사로 이끈 하나의 사건
현재 가가호호방문요양센터에서 일하면서 봉사를 잊지 않는 조미희 봉사자에게는 봉사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의왕으로 이사 오기 전, 용산구에 살았던 시기에 같은 빌라 1층에 사는 주민이 아들과 함께 자살기도를 했다고 했다. 이혼가정이었는데, 실직 후에 아이를 키우기가 힘들었던 것이 주된 원인이었다.
“이웃들의 관심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했어요. 정서적으로 메마른 상태에서 도움 청할 곳이 없으니 얼마나 막막하셨겠어요.”
초등학교 교사에게 발견되었으나 아이는 죽고, 아버지는 목숨을 건졌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이를 보고 조미희 봉사자는 복지사각지대가 어디에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주변에도 어려워도 말 못하시거나 말 할 데 없는 분들이 많아요. 복지혜택을 찾아 받으실 수 있는 분들은 그나마 다행인데요. 커트라인에 걸려서 아무런 혜택을 못 보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그는 용산구에 살 때부터 작지만, 할 수 있는 만큼 이웃들과 나누곤 했다. 그때 당시 의료 도매업을 하면서 재고물품이 나올 때면 영락재단에 기부하기도 했고, 뇌성마비 아이들을 목욕시켜주는 봉사를 하기도 했다. 봉사할 시간과 여유가 없을 때 잠시 놓았을 때도 있었지만 곧 다시 시작하며 지금까지 봉사를 이어오고 있다.
마음을 전하는 안마 봉사와 후원물품 전달
현재 조미희 봉사자는 어르신들의 안마 봉사를 하고 있다. 농협주부대학봉사단에 소속되어 일주일에 한번 노인정에 방문하고, 안마기를 통해 어르신들 안마를 해주는 동시에 말벗이 되어드리는 봉사다.
“안마를 하러 가면, 어르신들의 호응이 굉장히 좋으세요. 단순히 안마를 받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말벗도 해드리니까 젊은 사람들과 소통한다는 것에도 굉장히 즐거워하시는 것 같아요.”
그 외에도 개별적으로 후원을 받으면, 주변 불우이웃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고시원에 살고 있는 이들에게 라면 박스를 전달했다.
“어르신들이 평일에는 식사를 제공받으시는 곳들이 있어서 괜찮아요. 그런데 주말이나 명절, 연휴 때는 식사를 지원하는 곳이 없어 힘드세요. 이럴 때 식사를 하실 수 있도록 라면 박스를 전달했어요. 국물이 있고, 끼니가 되기 때문에 라면이 이분들에게는 소중한 한 끼가 되니까요.”
물론 이러한 후원물품 전달은 해마다 상황에 맞춰 다르게 운영하고 있지만, 주변 지역에 어려운 이웃들이 필요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매순간 느끼는 봉사의 즐거움과 뿌듯함
조미희 봉사자는 지역사회보장협의체에서도 봉사하고 있다. 지역사회보장협의체에서 LH와 함께 진행했던 주거환경개선 사업을 통해 어려운 이웃들의 집을 고쳐주기도 했다. 특히 쓰레기 집으로 불리는 집을 고칠 때는 몸이 유독 고될 때도 많았다. 하지만 그만큼 기억나는 일들도 많다.
“어르신들이 살고 계신 집이었는데, 대상자 발굴을 하려고 찾아갔을 때, 그 외동딸의 반응이 굉장히 차가웠어요. ‘우리 아버지, 어머니가 그렇게 불쌍해보였냐’고 따지기도 하셨죠. 아니라고 알려드리면서 주거개선 사업을 시작했는데, 집만 바뀐 것이 아니라 딸과의 관계도 개선되었어요. 딸은 이제 매주 그 집에서 자고 가고, 주말이면 교회를 모시고 가기도 해요. 아버님께서는 ‘지금 기분으로는 120세까지 살고 싶다’고 하실 정도니까요. 이렇게 집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가정이 바뀐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뿌듯했는지 몰라요.”
조미희 봉사자는 많은 봉사를 하면서 매순간 봉사의 즐거움과 뿌듯함을 느낀다.
“내가 봉사를 하고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은 거의 매 순간 해요. 봉사라는 게 정해놓고 한다기보다는 하다보면 마음이 즐거워지다 보니 자꾸 더 늘리게 되죠. 처음 시작이 조금 어려울 뿐인데, 봉사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어요. 도와주려는 마음이 전해지면 그것은 모두 봉사라고 생각하니까요. 무거운 짐을 한번 들어드리는 것도 모두 봉사죠. 한번 해보면, 그 분들이 즐거워하고, 기뻐하는 모습에 저 역시 뿌듯하고, 행복해지는 마음을 느낄 수 있으실 겁니다.”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