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몸과 마음이 쉬어야 할 때, 봉사로 힐링했어요.” [차수현 봉사자]

“몸과 마음이 쉬어야 할 때, 봉사로 힐링했어요.” [차수현 봉사자]

by 안양교차로 2019.12.10

차수현 봉사자는 갑상선암 수술 후 봉사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시간이 있고, 집에 혼자 있기에 답답해 시작했던 일이 그에게 있어서는 힐링이 되었다. 몸이 고되어도 봉사를 다녀오면 느끼는 바가 많았고, 행복했다. 이제는 완치 판정을 받았으니, 더 몸 사리지 않고 봉사하겠다는 차수현 봉사자는 진정한 힐링을 봉사에서 찾았다.
차수현 봉사자
차수현 봉사자
요양 대신 봉사에 나서다
차수현 봉사자의 한 달은 분주하게 흘러간다. 농협주부대학 봉사단에서는 한 달에 두 번 노인정 어르신들에게 안마를 해드리고, 복지관에도 한 달에 한 번 배식봉사에 나선다. 그리고 적십자에 소속되어서도 한 달에 한 번씩 회의에 참석하고, 또 한 번은 배식 봉사를 한다.
이렇게 봉사에 나서기 전까지 차수현 봉사자는 집에서 쉬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계속해서 일을 해오다가 갑상선암으로 수술이 끝난 뒤였다.
“일을 하다가 집에 가만히 있으니깐 힘들더라고요. 또 제가 군포에 살지만, 계속해서 의왕에서 일을 해서, 군포에 지인이 많지 않았어요. 그래서 매번 의왕으로 놀러오다가 봉사라는 건수를 찾았죠. 계속 나올 수 있는 이유가 되었으니까요. 예전처럼 계속 일했다면 이렇게 봉사하기 쉽지 않았을 겁니다. 그리고 저는 마침 내 몸도 불편하니, 이럴 때 한번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가장 먼저 시작한 봉사는 농협주부대학 봉사단이었다. 농협주부대학 봉사단에서는 노인정에 찾아가 안마 마사지를 하며 어르신들의 말벗이 되어드리는 역할을 한다.
“옛날 어르신들 이야기도 듣고, 요즘 이야기도 하면서 정말 재미있었어요. 게다가 재작년에는 제가 손녀딸을 데리고 간적이 있었거든요. 그랬더니 어르신들이 정말 예뻐해 주셨어요. 지금도 간혹 애는 얼마나 컸는지, 잘 자라고 있는지 안부를 물어보세요.”
또 어르신들은 농협주부대학 봉사단이 올 때를 기다려 떡이나 고구마, 감자를 쪄주시거나 과일 하나라도 건넨다. 이렇게 오고 가는 정이 있어 봉사 가는 날이면 늘 즐겁기만 하다.
어르신들의 마음을 이해하며 삶에 대해 배우다
농협주부대학 봉사단에 소속된 봉사자의 소개로 곧 적십자에서도 봉사를 시작했다. 한 달에 한 번씩 청계복지관에서 배식 봉사를 하다가 이왕 봉사하러 나선 김에 아름채 배식 봉사도 늘려나갔다.
“저는 시간적인 여유가 있으니 하나 더 봉사한다고 큰일 나지는 않잖아요. 그래서 두 군데 봉사를 하게 됐어요. 매일 힘든 게 아니지 그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니까요.”
청계복지관은 250~300명, 아름채는 700~900명, 많을 때는 1,000명까지 식사인원이 되기 때문에 배식 봉사는 쉽지만은 않다. 11시부터 1시까지 그 많은 인원에게 배식을 해주기 위해서는 바삐 움직여야 한다.
이렇게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며 그는 많은 것을 느꼈다고 말한다.
“그전까지만 해도 저는 건강에 자신이 있던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한 번 확 아프고 나니까 어르신들이 아프다고 하시는 말씀이 다르게 들리더라고요. 그 전까지는 어르신들은 조금만 아파도 엄살을 부리시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가까이서 보니까 조금 아픈 건 아프시다고 말씀하시지 않으시더라고요. 어르신들이 아프다고 하시면 정말 아프신 거였어요.”
그 외에도 흉이 있는 자식이라도 내 자식 흉은 안보고, 감싸주시는 모습과 무엇이든 주시려고 하면서도 받을 때는 미안해하시는 모습도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노인정 앞에 텃밭을 하는데, 호박 하나라도 열리면 가져가라고 하세요. 그런데 막상 저희가 뻥튀기라도 사가면, 사왔다고 그렇게 미안해하시더라고요. 본인께서는 베풀어도, 다른 사람이 베푸는 건 귀하게 여겨주실 줄 아세요. 그 모습을 보면서 제가 그동안은 무조건 내 손에 다 쥐고, 놓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많이 했죠.”
부담 없이 시작해서 오래오래 이어가다
6년 동안 이렇게 봉사를 이어오면서 느낀 점은 봉사는 부담 없이 시작해야 한다는 점이다.
“일부러 시간을 내서 봉사하겠다고 생각하면 부담스럽더라고요. 그냥 직장 다니듯이 봉사 가는 날이라고 생각하고 가면 마음이 편안해요. 시간이 촉박한 가운데에서 시간을 억지로 내서 가겠다고 하면 힘들어요. 모임 날짜를 정할 때도, 당연히 이 날은 봉사활동 가는 날이니까 빼야겠다고 생각해야죠.”
시간에 대해서도 그렇지만, 마음가짐도 ‘오늘 내가 열심히 봉사를 해야겠다’는 마음보다는 부담 없이 어르신들과 수다 즐기러 가야겠다고 마음먹는 것이 좋다.
“어르신들은 그저 말상대만 해드려도 굉장히 좋아하세요. 특히 저희 봉사단에서는 안마는 기계로 하니까 주로 어르신들과 이야기하는 것이 봉사에요. 어떤 분들은 노래를 잘하셔서 어르신들 앞에서 노래를 불러주시기도 하고요. 하고 싶은 대로 어르신들과 즐거울만한 방법을 찾으면 됩니다.”
차수현 봉사자는 배식봉사 역시도 그런 마음으로 간다. 그저 어르신들 식사 조금 도와드리고 점심 한 끼 얻어먹으러 간다고 생각하면 부담스럽지 않다. 점심을 먹기 위해 친구들을 만나도 2~3시간은 훌쩍 지나가는데, 배식봉사를 하면서 쓰는 시간 역시도 비슷하다며 스스로를 설득시키자 배식봉사가 훨씬 즐거워졌다.
“적십자에서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을 위해서 일 년에 두세 번 반찬을 만들기도 해요. 처음에는 내가 반찬을 잘 하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죠. 그런데 막상 가보니 요리 실력이 없어도 일손만 도우면 되더라고요. 솜씨가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거죠.”
봉사를 하면 할수록 배우는 것이 더 많다는 차수현 봉사자는 완치 판정을 받았으니 더 열심히 봉사를 하겠다며 의욕을 불태운다. 마음의 건강과 몸 건강을 위해서 그에게는 이만한 힐링이 없는 셈이다.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