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자주 봉사하지 못하게 되어서야 그 소중함을 알았죠.” [성필임 봉사자]

“자주 봉사하지 못하게 되어서야 그 소중함을 알았죠.” [성필임 봉사자]

by 안양교차로 2019.11.26

17년간 봉사를 이어오고 있는 성필임 봉사자는 최근 봉사의 즐거움을 더 크게 느끼고 있다. 그동안 늘 버릇처럼, 일처럼 해오던 봉사가 이제는 시간의 짬을 내야만 가능한 일이 되었다. 이렇게 봉사를 해보면서 깨달았다. 그동안 자신이 봉사로 굉장히 많은 행복을 얻었다는 것을.
성필임 봉사자
성필임 봉사자
성당 안에서 시작되어 지역으로 나간 봉사
성필임 봉사자는 성당에서 구역장으로 활동하며 성당 어르신들을 위한 배식봉사로 봉사를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내손동에 살고 계신 어르신들에게 관심을 갖고, 아침, 저녁으로 문안인사를 드리곤 했다.
그 다음으로는 성당 안이 아닌 성당 밖에서 봉사하기 시작했다. 첫 봉사는 콩나물 공장에서 납품하고 남은 콩나물을 어르신들에게 나누는 일이었다. 자신은 별 것 아닌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받는 어르신들 입장에서는 기쁜 일이었다.
“혼자 계신 어르신들에게 한 봉지씩 콩나물을 드리는 일이었어요. 그걸로 무쳐도 드시고, 볶아도 드셨죠. 사실 콩나물 한 봉지를 돈으로 따지면 얼마 안 하잖아요. 그런데 정말 좋아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꽤 오랫동안 꾸준히 콩나물 배달에 나섰다. 콩나물 공장 사정으로 이 봉사를 못하게 되었을 때는 다행히도 팥죽가게에서 손을 내밀었다.
“김재건 사장이 자기도 이런 봉사에 동참하고 싶다고 먼저 얘기해주셨어요. 그래서 들통으로 두 통씩 끓여주시면, 제가 내손동이나 청계동에 있는 경로당에 돌아가면서 전달해드렸죠.”
이렇게 팥죽을 전달하는 날이면 그는 미리 경로당 회장에게 연락을 해 더 많은 어르신들이 모이실 수 있도록 하고, 팥죽으로는 심심하실까 싶어 간식도 늘 따로 준비해 경로당을 찾았다.
“그 중에서 팥죽을 너무 좋아하셨던 어르신 한 분이 아직도 기억나요. 그 분께서는 시골에서 팥죽 쒀서 이웃과 나눠먹었던 때를 추억하시더라고요. 그때 그렇게 먹던 기억이 난다면서 혼자 먹겠다고 이렇게 쒀서 먹기는 힘든데, 이렇게 갖다 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면서 눈물이 글썽글썽하셨어요.”
봉사를 되찾고 나서야 다시 느낀 기쁨
이후 성필임 봉사자는 사랑채 복지관의 배식봉사도 5~6년 가까이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남편이 뇌경색으로 쓰러지는 일이 발생했다. 남편을 보살피느라 봉사를 자주 가지 못하게 되면서 그는 봉사의 의미를 한 번 더 깨달았다.
“봉사하던 습관이 몸에 배서 그런지 허전하고, 우울하더라고요. 저뿐만 아니라 봉사하던 사람들은 봉사를 못하면 다들 그렇대요. 솔직히 봉사가 본인 만족이에요. 내가 하면서 얻는 기쁨이니까요. 그래서 한동안은 굉장히 우울했어요.”
그 뒤 그는 짬을 내 봉사를 이어갔다. 현재는 왕곡동 경로당에서 안마 봉사를 하고, 청계사회복지관에서 식사 봉사를 하고 있다. 부녀회나 봉사센터에서 일손이 필요하다는 연락이 올 때도 봉사에 나선다.
“참 신기하죠. 그렇게 매일같이 봉사를 할 때는 이렇게까지 기쁜 일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못하게 되면서 그때가 참 행복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금도 시간 내서 봉사하고 있으면 참 행복하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나를 돌아보게 하는 봉사의 힘
성필임 봉사자는 오랫동안 마을에 혼자 살고 있는 어르신들을 돌보며 열 번 이상 임종을 지키기도 했다. 임종을 앞둔 분들을 위해 기도해드리고, 임종하셨을 때, 참 많이 울기도 했다. 그럴수록 봉사에 대한 욕심이 더욱 깊어졌다.
“임종을 지켜보면서 지금 내 능력 안에서 할 수 있는 봉사에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을 점점 더 많이 하게 되었죠.”
또한 어르신들을 상대하다보니 나이 드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40대 전 얼굴을 부모가 물려준 얼굴이고, 40대 후 얼굴은 자신이 살아온 얼굴이라는 말에 공감하며 자신의 얼굴에 자신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많은 어르신들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곱게 나이 들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삶이 윤택했다기보다 마음 씀씀이를 곱게 쓰셨던 분들을 보면 그 마음이 얼굴에도 나타나더라고요. 그래서 봉사하면서 저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되었죠.”
성필임 봉사자는 ‘자신도 콩나물 배달로 첫 봉사를 시작했다’며 너무 거창하게 봉사하겠다는 마음대신 부담 없이 봉사하겠다는 마음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내 능력껏 봉사하면 돼요. 그렇게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되고요. 봉사를 하다보면 가지치기로 늘려나갈 수도 있고, 사정이 있어서 줄일 수도 있죠. 봉사를 하면서 즐거움을 느낀다면 스스로 조금씩 늘려나가게 될 겁니다.”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