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 칭찬릴레이

“컴퓨터 세대에 이어 이제는 미디어 세대, 우리도 뒤처질 수는 없죠.” [심윤근 오금마을정보센터 교육부장]

“컴퓨터 세대에 이어 이제는 미디어 세대, 우리도 뒤처질 수는 없죠.” [심윤근 오금마을정보센터 교육부장]

by 안양교차로 2019.09.17

군포에 위치한 오금정보화마을. 그 이름처럼 이곳에는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젊은이들은 물론, 전문가 못지않은 실력을 자랑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70~80대지만, 최신 기술에 대한 개방성은 젊은이들보다도 더욱 뛰어나다. 심윤근 봉사자가 오랫동안 배출해낸 수많은 수강생들은 미디어를 즐기고 만들어낼 정도로 미디어 세대를 앞서나가고 있다.
심윤근 오금마을정보센터 교육부장
심윤근 오금마을정보센터 교육부장
낯설고 새로웠던 컴퓨터 세계에 빠지다
심윤근 봉사자는 1986년부터 컴퓨터를 다루기 시작했다.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접한 컴퓨터는 편리함을 준 것은 물론, 그의 삶에 이정표를 제시해주었다. 그는 1992년에 공무원계에서 최초로 컴퓨터 동호회를 만들어 한 달에 두 번씩 컴퓨터 교육을 하고 정보를 공유하기도 했다.
1997년 정년퇴임을 한 뒤에도 컴퓨터에 대한 애정은 이어졌다. 군포시 율곡아파트 입주자 대표 회의실에 노인율곡컴퓨터교실을 개설하여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컴퓨터 교육 봉사에 나섰다.
“제가 직장생활을 했을 때도 퇴직해서 컴퓨터 교육 봉사를 하고 싶었어요. 거창하게 말하자면 정보화 타운을 만들고 싶었죠. 마침 이것이 들어맞았어요. 율곡아파트가 원래 공무원 아파트니까 가능했던 일이죠.”
그렇게 이곳에서 컴퓨터 다섯 대를 가지고 처음 정보화교육을 시작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어르신들은 아직은 낯설지만 필요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컴퓨터를 배우기 위해 몰려들었고, 한 컴퓨터에 어르신 세 분씩 붙어서 배울 만큼 그 열정도 대단했다. 학교에도 컴퓨터실이 없었던 시절이었다.
“이 사실을 알고 시장님께서 면담을 요청하셨어요. 어쩌면 시에서 해야 할 일을 개인이 하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2000년에는 컴퓨터 열 대를 더 지원받아서 신바람 나게 수강생들을 가르쳤죠.”
어르신들이 주축이 된 정보화마을을 이끌다
2000년 초부터 2001년 말까지 배출해낸 수강생만 해도 300여명이었다. 그리고 2001년, 정부가 본격적으로 지원해 정보화마을을 이끌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을 때, 가장 먼저 찾아낸 곳도 바로 이 율곡아파트였다.
“노인율곡컴퓨터교실 운영을 중단하고, 2001년도에 6개월 준비기간을 거쳤어요. 그리고 2002년 4월 26일에 ‘오금마을 정보센터’를 개관했죠. 지금은 많이 퍼져서 전국에 정보화마을이 328개가 넘지만 저희가 전국에서 1차 정보화마을이에요. 게다가 규모도 가장 크죠.”
심윤근 봉사자는 컴퓨터 기초교육은 물론 2003년부터는 동영상편집 등 멀티미디어 과정을 도입했다. 자신도 잘 몰랐던 분야였지만 ‘나 자신부터 배우고, 가르친다’는 신념으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결과, 동영상 편집, 전자앨범, 슬라이드 쇼 과정 교재를 직접 만들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수많은 초보들을 전문가로 양성해냈다.
“정보화시대, 디지털 시대를 맞이했잖아요. 카메라는 아니더라도 모두 스마트폰은 하나씩 다 갖고 있죠.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찍은 영상물이나 이미지를 편집하거나 모아 전자앨범을 만드는 방법을 집중적으로 교육하고 있어요.”
오금마을정보센터는 단순히 교육만 이루어지는 곳이 아니다. 지식 창출을 통해 수익도 창출할 수 있다. 기존에 비디오테이프로 갖고 있던 영상, 사진 앨범으로 갖고 있는 사진을 CD로 바꾸어주는 사업도 이어오고 있다.
“처음에는 이렇게 수익 창출이 어느 정도 이루어졌는데, 제가 이 분야에서 무료로 계속 교육을 이어가다보니까 이제는 수익이 나지 않아요. 자신이 직접 집에서도 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속된 말로는 실패작이죠. 하지만 영리 목적이 아니라 주민들이 관심을 갖고, 스스로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최종 목표이니 잘 된 것일 수도 있어요.”
더 많은 이들이 컴퓨터, 미디어를 접하면서 행복해졌으면
심윤근 봉사자는 오금마을정보센터뿐만 아니라 다른 단체, 동호회 등에서 강의하기도 하고, 어르신들의 영정 사진을 찍어드리는 봉사도 하고 있다. 이렇게 오랜 시간 컴퓨터, 혹은 미디어를 이용한 봉사를 이끌어 나가면서 느끼는 보람은 그의 노년기를 빛나게 해주고 있다.
“저에게 배운 수강생들이 직접 제작한 동영상을 정보화마을 사이트에 등록하고, 공유하는 모습을 볼 때 특히나 제일 뿌듯해요. 게다가 오금 정보화 마을의 UCC클럽, 337클럽, 군포 노클럽 등 동호회 회원들과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서 새로운 기술을 알려주기도 하고, 저 역시 정보를 얻을 때도 기쁘고요.”
매달 정규교육생 60여 명이 배출되고, 동호회 인원만 해도 50여 명이다. 그의 수많은 제자들로 인해 군포는 다른 지역과 비교했을 때 노년층의 미디어 활용능력이 확연히 뛰어나고, 이에 대한 교류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심윤근 봉사자는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군포시장, 경기도자원봉사센터 이사장, 행정안전부 장관으로부터 여러 번 표창을 받기도 하고, TV나 신문, 잡지 등에서 수차례 소개되기도 했다.
“아직도 교육장을 잘 모르는 분들이 있어요. 또 교육을 이미 받은 적이 있지만, 교육받은 대로 잘 사용하지 않아서 잊어버린 분들도 많죠. 아직 컴퓨터 기술, 미디어 기술을 잘 몰라서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들이 있으시다면, 많이 와서 배우시고 행복해지셨으면 좋겠어요.”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