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작은도서관의 문을 열어 사랑방을 만들다 [김진화 봉사자]

작은도서관의 문을 열어 사랑방을 만들다 [김진화 봉사자]

by 안양교차로 2018.12.11

군포에는 작은도서관이 꽤 많이 생겼다. 하지만 작은도서관 모두가 운영되고 있지는 않다. 사서를 따로 고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봉사자들이 자발적으로 운영해야 하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봉사자가 모이지 않는 경우에는 그대로 방치된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작은도서관은 기꺼이 자신의 시간을 써가며 작은도서관을 지키는 이들 덕분에 열려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김진화 봉사자
김진화 봉사자
굳게 닫힐뻔한 도서관의 문을 열다
김진화 봉사자가 작은도서관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올해 1월부터였다. 봉사자들이 부족해서 문을 닫을뻔한 작은도서관에 그녀는 봉사자로 지원했다.
“작은도서관을 통해 아이들이 쉽게 책을 읽을 수 있었고요. 무엇보다 작은도서관이 사랑방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저도 곧 합류하겠다고 말할 찰나에 작은도서관이 문을 닫을 뻔했죠. 사랑방이 없어질 지도 모른다는 안타까운 마음에 봉사할 마음을 먹게 되었어요.”
하지만 몇 달이 지나도 그녀는 봉사를 시작하기 어려웠다. 그녀 혼자서 작은도서관을 운영할 수는 없기에 다른 봉사자들도 모아야 했기 때문이다. 결국 7월이 되어서야 최소한으로 필요한 봉사자들을 모을 수 있었고, 드디어 본격적으로 작은도서관의 문을 열었다.
그녀는 작은도서관에서 사실상 관장 역할을 하는 총무를 맡고 있다. 그녀가 가장 먼저 작은도서관을 다시 활성화해보자고 제안하기도 했고, 작은도서관에 대한 열의가 살아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짜고, 프로그램이 제대로 운영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거의 매일 작은도서관을 찾는다.
현재 작은도서관에서는 책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을 위주로 운영하고 있다. 그림책을 읽은 뒤의 아트활동이나 영어 그림책 읽기, 아이들의 보충학습을 도와주는 따복 공부방, 역사책을 통한 역사와 친해지기, 그림책 만들기 등의 프로그램이다.
그 외에는 일반 예술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캔들 만들기, 꽃바구니 만들기, 캘리그라피 수업은 물론, 크리스마스 즈음해서는 컵케이크 만들기도 계획하고 있고, 내년에는 저학년을 대상으로 동화를 읽고 난 뒤에 요리활동 프로그램을 계획 중이다.
“경기도 교육청이나 군포시청에서 도서관 예산을 받거나 자비로 충당하는데, 그 정도로는 아직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에는 부족해요. 그래서 단지 내에서 재능기부 해주실 선생님을 모실 예정이에요. 그러면 예산이 없을 때에도 훨씬 수업을 진행하는데 좋으니까요.”
또한 그녀 스스로도 다른 봉사단에서 책 읽어주기 봉사를 하고 있었는데, 세 명 정도 더 모집을 해서 작은도서관에서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한 분이 ‘도서관이 서점 같은 대기실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하시더라고요. 작은도서관이 책을 대출하고, 반납하는 기본적인 역할도 하되, 프로그램을 통해서 교류의 장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작은도서관을 통해 마음을 배우다
이렇게 봉사자도, 예산도 부족한 상황에서 작은도서관을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어려운 일도 많았다. 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때는 신청자가 넘쳐나 강사를 한 분 더 초빙하고, 반을 하나 더 개설했다. 그녀는 일일이 모든 신청자들에게 전화를 해서 이 사실을 안내했다.
“저희가 운영 상 미숙한 점이 있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기 때문에 죄송한 마음이 있었는데 전화를 받으신 신청자들 대부분이 ‘이렇게 반을 하나 더 만들어주어서 고맙다’는 반응이었어요. 저야말로 그 말씀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죠.”
그녀는 작은도서관을 도와주시는 시니어 봉사자들 덕분에 삶의 방향을 배울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여든이라는 나이가 지났지만 여전히 무언가를 배우시는 일에 열정적이신 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바가 많다. ‘나도 나중에 이렇게 할 수 있을까’, ‘이렇게 나이가 들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다.
도서관에서는 늘 봉사자를 절실히 필요로 한다. 계속해서 광고를 하고 있지만 봉사자를 모으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도서관이 열려 있으면 좋겠다는 이들도, 대부분은 봉사에는 고개를 젓곤 한다.
“마음을 같이 할 수 있는 봉사자들이 더 많이 모여서 다시는 작은도서관이 닫히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입니다.”
어린이책 공부를 시작하다
한편 김진화 봉사자는 올해 3월부터 어린이도서연구회에 신입회원으로 등록했다. 한 달 동안 교육을 받은 후에 그림책 공부를 하고 있는 중이다. 어린이도서연구회에서는 군포평생학습원에서 한 달에 한 번, 목요일 셋째 주에 ‘빛으로 보는 그림책’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
“쉽게 말하자면 그림책에 있는 그림을 스캔해서 프로젝터로 보여주면서 마이크로 책을 읽어주는 시스템이에요. 저는 5월부터 합류해서 책을 읽어주고 있습니다.”
이 작업은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다. 출판사에 문의하고, 허락을 받아 기존의 그림책을 스캔한다. 그림에 적힌 글씨를 지우고, 글씨가 있던 자리에는 그림 작업을 해서 공간을 메꿔야 한다.
“저는 그동안 쉽게 책을 읽어주기만 했었는데, 수작업으로 밑그림이 필요한 줄은 몰랐죠. 누군가의 수고가 보태진 작업이라는 것을 직접 프로그램을 하면서 알게 되었어요.”
어린이도서연구회에서는 11월 3일, 안산에서 알사탕이라는 작품으로 공연도 했다. 오프닝 행사에서는 음악까지 깔아 한편의 그림영화를 보는 것처럼 공연이 펼쳐졌다.
책을 읽으며 세상을 보는 것을 넘어 도서관을 운영하고, 책을 읽어주며 세상을 보고 있는 김진화 봉사자는 책의 힘을 믿기에 앞으로도 다양한 책 관련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