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 칭찬릴레이

우리 마을, 우리 손으로 가꿔요 [한용기 우리마을미술관 위원장]

우리 마을, 우리 손으로 가꿔요 [한용기 우리마을미술관 위원장]

by 안양교차로 2018.11.20

과거의 지역공동체는 서로 일을 도와주며 끈끈해졌다면 앞으로의 지역공동체는 무엇을 하며 끈끈해져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실천하고 있는 한 마을이 있다. 이 마을에서는 교육과 봉사, 예술을 공통분모로 잡았다. 마을 주민들이 주인공이 되어, 마을주민들의 힘으로 이끌어가는 이 마을에는 길마다, 축제마다 마을 주민들의 손길이 가득하다.
한용기 우리마을미술관 위원장
한용기 우리마을미술관 위원장
칙칙한 학교 벽이 포토 존이 되다
한용기 우리마을미술관 위원장은 학교 운영위원장을 하면서 학교의 문제를 파고들었다. 그래서 학교 이미지를 더 밝게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
“학교 담벼락에 농악이 그려져 있는데, 그것이 학교와도 큰 연관이 없고, 세월이 많이 지나서 바꿀 필요가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학교 담장 분위기부터 바꿔보자고 마음먹었죠.”
새로운 담장의 조건은 우선 분위기가 밝고, 학교 분위기가 날 것, 그리고 지역이 함께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하자는 것이었다.
주민들은 도자기를 빚고, 이를 색칠해서 담벼락에 붙이며 우리 동네 담벼락을 직접 꾸몄다. 칙칙했던 공간이 밝고, 의미 있는 공간으로 되살아나자 사람들이 몰렸다. 이제는 그 담벼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이들이 늘어났을 정도로 관광명소 아닌 관광명소가 되었고, 학교 이미지, 나아가 마을 이미지가 좋아졌다. 더 좋은 것은 담벼락을 꾸미는 그 과정마저도 행복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이 프로젝트가 이렇게 커질 줄 몰랐어요. 그런데 여러 단체며, 작가님들이 도와주셔서 보람도 크고, 여기 참여하셨던 주민들이 참 좋아해주시더라고요. ‘내 작품이 여기 걸려있다’며 사진을 찍어서 가시는 분들도 많았어요. 학교에서 책걸상을 들고 나와서 높은 곳까지 올라가면서도, 밤이 되어 핸드폰 불빛에 의지해 작업을 할 때도 웃음이 끊이지 않았죠. 마을 축제 같았어요.”

마을에서 만든, 마을을 위한 축제
이렇게 한번 프로젝트를 하고 나니 다른 공간사업을 함께 해보자는 의견이 나와서 우리마을미술관이 만들어졌고, 이렇게 만들어진 우리마을미술관에서 꿈의학교 수업을 하거나 마을주민들이 와서 강의를 시작했다. 제1회 우리마을미술관 개관식을 한 뒤, 2년차인 최근에는 작가들 작품과 아이들의 작품을 액자에 전시하는 제2회 우리마을미술관 개관식도 열었다. 기존에 있던 작품을 2년마다 교체하자는 의미에서 앞으로도 개관식은 3회, 4회 이어질 것이다.
이렇게 마을 모두가 작가이자 관람객인 산본 2동에서는 가을마다 열리는 한마음축제에서도 ‘백자야 놀자’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서 지역작가들과 주민들이 함께 흙 체험은 물론, 흙 밟기부터 시작해 도자기를 만든다.
“산본 2동에 백자도요지가 있어요. 그래서 작가선생님들께서 문화재에 대한 설명도 해주시고, 거기서 도자기를 빚기도 하죠. 커뮤니티 아트가 벽화를 계기로 시작되어 마을 전체에 퍼지기 시작했어요. 이제 산본 2동은 지역주민들이 함께 하는 활동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작지만 한 사람의 생각이 마을 전체를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분이 참 좋았어요.”
하나의 업체가 와서 벽에 그림을 그리고, 축제를 준비해서 만들어낸 것보다는 조금 서툴지 모르지만 이 마을에서는 모든 길, 모든 축제가 마을 경사이자 내 추억이 되었다.
함께 마을을 만들고, 꾸미고, 이끌다
이제 한용기 우리마을미술관 위원장의 소망은 우리마을미술관이 반짝 몇 해만 주민들의 힘을 모으고, 작가들과의 협업을 이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해서 전시회를 열면서 지역 작가들과 지역주민들이 더 많은 교류를 하게 되는 것이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처음에는 두려웠지만 누구 하나가 시작하면 동참하게 되더라고요. 만약에 이런 행사를 기획하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두려워하지 말고, 지역주민들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보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계속해서 마을 일을 도와주고 계신 모든 예술가분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어요.”
한편 한용기 우리마을미술관 위원장은 4개 시의 꿈의학교가 모여 봉사를 할 때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꿈의학교는 도에서 지원을 받아서 만든 마을 교육공동체입니다. 마을에서 재능기부를 받아서 아이들에게 특별한 수업을 진행해주고 있는데요, 학교에서 마을에 큰 도움을 받은 만큼 그 혜택을 나누고 싶어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어요.”
꿈의학교는 노인복지관의 어르신들을 위해 비누와 방향제를 만들고, 어르신들을 위한 공연을 펼치고 있다. 온 마을이 매일 같이 문화와 봉사로 축제를 열면서 마을 예술가와 아이들, 마을 주민들은 함께 마을을 만들고, 꾸미고, 이끌어 나가고 있다.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