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몸이 힘든 건 하루뿐, 그 분들에게는 평생이었을 고통” [김정옥 행복드림플러스 사무처장]

“몸이 힘든 건 하루뿐, 그 분들에게는 평생이었을 고통” [김정옥 행복드림플러스 사무처장]

by 안양교차로 2018.11.14

김정옥 행복드림플러스 사무처장은 몸이 아프다가도 봉사하는 날만 되면 건강해진다. 그녀가 아니면 더 오래, 더 힘들 어르신들이 눈에 그려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독처럼 7년간 봉사를 이어온 그녀는 아직도 너무나도 힘들게 살고 계신 어르신들을 만나면 눈시울을 붉힌다. 이렇게 눈물 날만큼 어려운 어르신들이 없을 때까지 그녀는 몸이 고달플지라도 봉사를 이어나갈 것이다.
김정옥 행복드림플러스 사무처장
김정옥 행복드림플러스 사무처장

행복과 꿈을 드립니다, 행복드림플러스
김정옥 사무처장은 친구의 권유로 우연히 집 고치기 봉사를 시작했다. 그녀는 처음 집고치기 봉사를 시작했을 때의 그 순간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 분들이 사시는 모습을 보고 많이 놀랐죠. 주변에서 보이지 않아서 그렇게 힘든 분들이 계신지 몰랐으니까요. 하루 종일 봉사를 하면서 몸도 너무 힘들었지만 그것보다도 마음이 아파서 너무 힘들었어요. 숨어서 울기도 참 많이 울었죠. 그 생활을 알게 되면 누구든 봉사를 안 할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그렇게 시작한 집수리 봉사, 독거 어르신들과 소년소녀 가장을 돕는 봉사가 이어졌다. 수많은 봉사를 하다 보니 단체가 있어야 더 체계적으로 봉사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5년 동안 함께 봉사하던 이들은 2년 전 행복드림플러스라는 이름의 봉사단을 만들었다.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이 참 많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분들을 위해 봉사를 하자는 마음을 가지고 봉사를 이어나가고 있는데, 그 분들을 찾기가 쉽지 않아요. 그 분들이 저희를 알아서 찾아오실 수도 없으니까요. 이웃이나 통장, 종교단체에서 ‘주변에 어려운 분이 계신데 도와주세요’라고 알려주시면 알음알음 도와드리죠.”
하지만 복지 사각지대는 의왕시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안양시에서도 도움이 필요한 분들을 추천했고, 행복드림플러스는 흔쾌히 손을 내밀었다. 그 후 본격적으로 지역 상관없이 봉사하기 위해서 안양자원봉사센터와 MOU협정을 맺고, 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곳이라면 그곳이 어디든 행복드림플러스가 달려갔다.

복지사각지대에서 고통 받는 수많은 어르신
집수리를 하기 위해서는 실측만 5~6번을 나가야 한다. 우선은 도움을 요청받으면 도와드릴 대상이 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한번, 실태를 파악하고, 어떤 수리를 도와드릴 수 있는지 두 번, 그 이후에는 싱크대며 전등, 화장실, 도배까지 얼마나 수리를 해야 하는지, 전기나 수도에는 문제가 없는지, 어떤 물건을 사서 달아야 할지 크기도 재고, 알아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여러 번 집을 방문하다보니 어르신들과 그새 정이 드는 것은 당연지사다.
“어머니 혼자 살고 계신 지하 방을 갔는데, 장판 밑에 물이 찌걱찌걱 나올 정도로 물이 차있어요. 당연히 집주인이 고쳐야 하는 상황이죠. 그런데 집주인은 고쳐줄 생각을 하지 않아요. 세를 굉장히 싸게 내놓았으니 이것까지는 못해주겠다고 해요. 그런데 어머니 앞으로 들어오는 돈으로는 한 달을 사시기에 너무도 빠듯해요. 게다가 병원비도 들고요.”
그나마도 참고 사셨다는 어르신이 행복드림플러스에 요청했던 것은 수도였다. 수도가 파열이 돼서 물이 계속 쏟아지는데, 이것만 고치려고 해도 십만 원이 든다는 것이었다. 수중에 돈이 없었던 어르신은 그저 발만 동동 구르다가 주민센터의 도움으로 행복드림플러스를 알게 되었다. 그렇게 어르신 집에 가게 된 김정옥 사무처장은 어르신과 대화를 나누며 한 시간 동안 엉엉 울었다.
“어머니께서 예전 얘기를 해주셨어요. ‘사실은 너무 힘들어서 죽고 싶었다. 그런데 내가 죽으면 자식들에게 한이 될까봐 죽지도 못한다. 형편이 어려운 자식이 평생 가슴에 아픔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데, 내가 어떻게 죽느냐. 그런데 이제는 사는 것이 너무 힘들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힘든 일 있으시면 앞으로 연락주시라’고 말씀드리고 집에 오면서 그렇게 눈물이 났어요.”
어르신 댁을 다녀온 뒤, 그녀는 봉사에 대한 마음을 더 다잡았다. ‘우리는 봉사를 하면서 하루만 힘들면 된다. 우리는 하룻밤만 자고나면 피로가 풀리지만 그 분들은 우리가 봉사하지 않으면 죽음까지도 생각하실 정도로 절박한 일이다.’라고 생각하고 나니 몸이 힘든 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자랑하지도, 꾀부리지도 않는 진심이 깃든 봉사
그녀와 같은 마음으로 봉사하는 봉사자들만 모여 있어서일까. 누구에게 자랑하지도 않고, 내세우지도 않고, 꾀부리지도 않는 이들이 봉사를 이어나가고 있다. 물음표가 아니라 느낌표처럼 당연히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나서는 이들이 있기에 봉사하는 날은 늘 재미있고, 행복하다.
“서로 마음이 통하고, 뜻이 같으니까 일을 고되게 해도 보람 있죠. 힘들 때 서로 위안도 되고요. 또 고치기 전과 확연히 달라져서 밝고 깨끗해진 집안을 보면 참 행복해요. 제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는 계속 할 생각이에요.”
도움 받은 어르신들은 매일 문자로 안부를 묻기도 하고, 그녀의 손을 잡고, 더 놀다가라고 말씀하시기도 한다. 게다가 행복드림플러스 또한 한번 집수리를 해드리고 나서 그만인 봉사가 아니라 꾸준히 어르신들 안부를 묻는 봉사를 한다. 혹시 갑자기 수도나 전등, 세탁기 등이 고장 났을 때 가서 고쳐드리거나 특별한 일이 없어도 가끔은 재방문해서 어르신들의 안부를 묻기도 한다.
7년 동안 처음과 같은 마음으로 꾸준히 봉사를 이어가고 있는 행복드림플러스는 주거생활뿐만 아니라 어르신들의 생활과 마음까지 고쳐주는 또 하나의 보호자 역할을 하고 있다.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