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갓 구운 빵으로 따뜻한 마음을 선물합니다.” [김용학 제빵사]

“갓 구운 빵으로 따뜻한 마음을 선물합니다.” [김용학 제빵사]

by 안양교차로 2018.11.06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누구나 빵을 좋아하기에 제빵사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쉽게 봉사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봉사가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일상적으로 봉사를 이어가며, 그 이상의 봉사로 그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면 더욱 그 의미가 깊지 않을까.
김용학 제빵사
김용학 제빵사
아이들을 위해 따뜻한 빵을 선물하다
안양시 제과협회에서는 1994년부터 안양의 집에 제과제빵시설을 마련해두고, 한 달에 한 번씩 안양의 집을 찾아 빵을 만들어주곤 한다. 시설에 있는 아이들은 대략 100명, 이 아이들에게 빵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는 미리 빵 반죽을 만들고, 발효를 해가곤 한다. 발효시간만 해도 수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빵을 엄청 좋아하죠. 금방 만들어서 먹는 빵은 더 맛있잖아요. 특히 영유아 학생들은 저희가 가서 빵을 만들고 있을 때쯤 와요. 영유아 아이들이 빵을 먹는 모습을 보면 굉장히 행복해보여서 뿌듯해요. 초중고 학생들은 저희랑 마주치지는 못하지만, 전달만 해주고요.”
안양시 제과협회에서 단체로 하는 봉사 이외에도 그는 개인적인 재능기부도 이어가고 있다. 그가 빵 만드는 방법을 아이들에게 가르치기 시작한 것은 2010년, 그가 제과기능장에 합격하면서부터였다. 이를 계기로 해서 방과후수업은 물론, 지방에도 강의를 하게 되었다.
“남을 가르치기 위해서 배워야 된다는 생각으로 47살에 한국호텔직업전문학교 제과제빵과를 졸업했어요. 지금도 부족한 점은 많죠. 빵 이외에는 다 부족하지만 특히 컴퓨터를 다루는 것이 어려워요. 다행히 직원들이 ppt를 만들어주고, 강의결과보고서 작성도 도와줘서 강의를 할 수 있었죠.”
뿐만 아니라 그는 그의 고향인 음성에 위치한 능산초등학교에 재능기부로 일 년에 한번 정도로 전교생을 대상으로 생크림케이크 만들기 체험활동을 해주고 있다.
재소자들을 위해 새로운 길을 알려주다
그가 도움을 주는 곳 중에는 화성직업훈련교도소도 있다. 화성직업훈련교도소는 수용자의 성공적 사회복귀를 지원하는 시설로, 그는 제과제빵 기능장으로서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위촉장을 받아 교정위원으로 2015년부터 지금까지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곳에서 재소자들이 제과제빵 기능사 국가자격증 시험을 볼 때, 그가 실기감독을 하기도 하고, 취업하기 전 취업면담이나 출소 후 취업에 도움을 주는 역할까지도 해주고 있다.
“처음에 봉사를 하러 갔을 때만 해도 거리감이 많이 느껴졌었어요. 우리와는 별개의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죠. 하지만 자주 가다보니까 다 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출소 후 자주 전화를 나누고, 만나서 고민을 들어주기도 하지만 출소자들의 사회적응은 쉽지가 않다.
“저는 그 친구들을 주변에 소개하고 어떻게든 매칭을 시켜주려고 하는데, 아무래도 반응이 좋지 않아요. 게다가 그 친구들이 일을 하는 도중에 재범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죠. 그런 경우에는 정말 안타까워요.”
자원봉사센터에 등록된 그의 봉사시간만 해도 대략 1500시간, 자원봉사센터에 등록되지 않는 시간까지 합치면 아마 2000시간이 넘는 시간일 것이다. 그는 이렇게 1994년부터 오랜 시간 봉사를 해오면서도 더 많은 봉사를 할 수 없어서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봉사를 더 많이 하고 싶지만 한계가 있어요. 복지시설에 가서 봉사를 하고 싶어도, 복지시설에 오븐을 설치하기에는 재정적인 부담이 크고요. 또 제과점 운영이 어려워서 안양제과협회 회원이 줄어들고 있어요. 안양에 180개가 되던 윈도우베이커리가 지금은 50개밖에 되지 않으니까요.”
그는 이렇게 많은 봉사를 하게 된 것이 그가 다름 아닌 제빵사를 직업으로 택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제가 가진 제과제빵 기술은 봉사하기가 참 좋은 직업이에요. 저는 시골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서 빵을 구경하지도 못했어요. 그런데 지금 제가 아이들에게 빵을 먹을 수 있도록 해줄 수 있으니 얼마나 복이에요.”
동네 주민들을 어두운 밤거리에서 지켜내다
빵에 관련된 봉사 이외에 그가 하는 봉사가 또 하나 있다. 비산 2동의 자율방범대 활동이다. 2015년부터 4년째 그는 매주 수요일 밤 9시부터 12까지 차량을 이용해 순찰을 한다.
“저희가 범죄자를 검거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범죄를 예방할 수는 있으니까요. 범인들이 범죄를 저지르려고 할 때, 순찰차량을 보거나 경찰이 있는 모습을 보면 ‘오늘은 틀렸다’라고 생각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서 매주 수요일에 나가고 있어요.”
자율방범대는 순찰은 물론, 안양시 행사에서도 교통정리를 해주는 역할도 해낸다. 이렇게 다양한 봉사를 이어가면서 그가 느끼는 어려움은 시간 내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저녁에는 가게를 마감해야 하는데, 아르바이트에게 부탁하고 저는 봉사하러 나가요. 자기 일을 팽개치고 나간다고 누군가는 욕할 수도 있겠죠. 그래도 제가 좋아서 하는 봉사니까 앞으로도 꾸준히 할 생각이에요.”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