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 칭찬릴레이

“아이들의 희망을 키우는 곳” [설미경 희망나무지역아동센터장]

“아이들의 희망을 키우는 곳” [설미경 희망나무지역아동센터장]

by 안양교차로 2018.09.26

2009년 2월 19일에 개소한 희망나무센터는 올해로 10년째 운영되고 있다. 밝은 아이들은 다음 세대의 희망이라고 생각하기에 지역아동센터 이름을 희망나무로 지었다. 그녀 덕분에 희망을 틔워낸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 나무가 되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설미경 희망나무지역아동센터장
설미경 희망나무지역아동센터장

인성 교육에 특화된 희망나무지역아동센터
안양으로 자리를 옮기기 전 설미경 센터장은 강화에서 처음 공부방을 열었다. 학원도 없는 섬에 자리를 잡은 그녀는 남편이 목사로 있는 교회에서 평일에 아이들을 돌보며 공부를 봐주었다. 집끼리 거리가 멀다보니 차량을 운행해서 아이들을 공부방으로 모아서 공부를 시켜야 했지만 그 노력 덕분에 학교 전체 평균이 올라갈 정도로 효과는 좋았다.
“총 300명 정도의 학생수밖에 안 되는 학교였는데, 그 중에서 50명이 공부방에 왔으니까요. 인천에서 꼴찌를 하던 학교가 성적이 확 올랐어요.”
그렇게 2년동안 공부방을 운영하면서 많은 것을 깨닫게 된 그녀는 안양으로 자리를 옮겨 지금의 안양 호계동에 자리를 잡았다. 공부방에 보조금도 지원이 되지 않던 시기부터 시작한 지역아동센터는 여기서만 올해로 벌써 10년이 되었다.
지역아동센터는 5대 영역에 걸쳐 3년에 한번씩 평가를 받는다. 따라서 5대 영역에 따라 세부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하는데, 희망나무센터는 특히 인성교육에 관해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제가 이 지역아동센터는 10년째하고 있지만 강사활동도 했고, 공부방이나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면서 30년 넘게 아이들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이 인성교육이라고 생각했어요. 특히 학교 방과후에 아이들이 왔을 때는 시간을 많이 배분할 수 없어서 방학동안 집중적으로 캠프를 통해 인성 교육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원칙적으로 중위소득 이상인 가정 아이들은 20%까지밖에 돌볼 수 없지만 희망나무에 보내고 싶어하는 일반가정 부모님도 많아 늘 실갱이를 하곤 한다.
“일반 가정에서는 ‘내가 낸 세금이 얼만데, 왜 혜택을 못받느냐’라고 하시지만 저희도 ‘어쩔 수 없다. 죄송하다’면서 돌려보내곤 해요. 대부분의 학부모님이 저희를 신뢰하고 계셔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겠죠. 아쉬운 것은 지역아동센터에서 받을 수 있는 일반 가정 아이들의 비율이 정해져있다는 점이에요. 저소득은 물론, 일반가정 아이들도 모두 행복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의 터닝포인트가 되기 위해
희망나무지역아동센터에서는 단순히 아이들의 현재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미래까지 고민하고 있다. 꿈찾기 프로그램을 통해 1년만에 국악전통예고에 보낸 경우도 있었다. 물론 이를 위해서 희망나무지역아동센터에서는 학원비 지원 사업으로 아이와 학원을 연결해주기도 했다.
“보통 아이들한테 영어학원을 지원해줄 때가 많은데, 이렇게 특수한 경우에는 예체능학원을 지원해주기도 해요. 사실 중고등 아이들에게 있어 일 년에 600만 원에서 700만 원 정도 드는 학원비 부담이 크잖아요.”
물론 지역센터에서도 기본적인 과목에 대해서 공부를 하기도 하지만 모든 과목에 전문성을 갖기 어려워 학원에서 부족한 점을 배워오기도 한다. 그렇게 공부가 바닥이었던 아이가 상위권 성적을 받아 대학에 가는 경우도 있다.
또 그녀가 기억하는 또 다른 아이는 초등학교 때, 잘 씻지 않아 왕따가 된 아이였다. 부모님의 돌봄이 부족해 잘 씻지도 못했던 아이를 씻기고, 밥을 먹이고 공부를 시켰다. 아이가 깨끗해지자 왕따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공부까지 하기 시작하면서 아이는 자신감을 되찾았다.
“어떻게 보면 그 아이에게 저희 지역아동센터가 하나의 터닝포인트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뒤에는 아이가 무엇을 하든, 자신감을 갖고 학교 생활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서요.”
이제는 공부방을 넘어 아동복지를 실현하는 공간으로
설미경 센터장은 안양지역아동센터 연합회장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요즘에는 돌봄 정책에 관해 이야기를 자주 하곤 하는데, 지역아동센터 입장에서 점점 입지가 좁아지고 있어 우려가 많은 상황이다.
“이제 보편적인 복지가 이루어지면서 다함께돌봄센터가 생긴다고 하더라고요. 안양도 현재 지역아동센터가 22곳이 있는데, 다함께돌봄센터도 20개가 생기게 돼요. 그러면 돌봄센터와 잘 사는 동네의 다함께 돌봄센터가 비교될 수밖에 없죠. 그쪽에 생긴 돌봄센터는 엄마들이 집에 있으면서도 애들을 돌봄센터에 보내니까 엄마들이 모든 자원을 다 끌어들여서 자신의 자녀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짜고, 센터장을 채용하게 될 겁니다. 그렇다면 일반적인 돌봄센터에서도 아이들을 돌보는 수준과 서비스에 대해서 굉장히 자부하고 있는데, 그러한 다함께 돌봄센터에 비하면 너무나도 열악한 상황일 수밖에 없어요. 혹시 그런 걸로 인해서 많은 돌봄센터에 다니는 아이들이 낙인찍히지는 않을까 가장 걱정되죠.”
아무리 노력해도 지역아동센터의 한계는 있다. 우선은 인력이 그리 많지가 않다. 상근종사자는 센터장, 선생님 한 명, 조리사가 고작이다. 게다가 센터가 월세로 운영되고 있는데, 공간대여에 대해서 지원을 받지를 못하기 때문에, 매달 월세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사실은 끝까지 이 자리를 지키면서 지역아동센터를 하겠다고 말하기는 어려워요. 주변에는 월세가 갑자기 올라서 폐쇄한 지역아동센터도 있어요. 그래서 재계약 할 때마다 월세가 안 오르기를 바라게 되죠.”
하지만 아직도 지역아동센터가 필요한 아이들이 많다. 우리나라의 복지수준이 높아졌고, 이제 못 먹고, 못 사는 정도의 가난은 없지만 아이들에게는 정신적인 복지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반 가정에서도 아이들의 상담이 필요할 때가 많아요. 이제는 지역아동센터에서 아동복지까지 맡고 있어요. 지역아동센터가 아직도 밥 주고, 공부만 시키는 곳으로 알려져 있어 안타깝죠. 이제 지역아동센터는 아동복지가 실현되는 곳입니다.”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