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 칭찬릴레이

“아이들의 등굣길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일” [권은령 녹색어머니회 회장]

“아이들의 등굣길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일” [권은령 녹색어머니회 회장]

by 안양교차로 2018.09.18

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깃발을 들고, 아이들에게 교통지도를 해주는 일은 쉽지는 않지만 반드시 필요하다. 학교 주변에 아무리 교통법규가 강해진다고 해도, 어른들은 학교 앞이라고 해서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아이들은 쉽게 무리를 지어 신호를 어기는 경우도 많으며, 키가 작아 운전자의 시야에서 벗어날 때도 많다. 하지만 등굣길을 지켜주는 어머니들이 있기에 아이들은 안전하다.
권은령 녹색어머니회 회장
권은령 녹색어머니회 회장
녹색어머니로 5년간 아이들의 등굣길을 지켜보다
권은령 녹색어머니회 회장은 5년차 녹색어머니회 회장으로, 의왕 녹색어머니회연합위원장도 2년째 이어오고 있다. 게다가 요즘에는 매일 아침에 길을 나서서 등굣길을 지킨다. 덕성초등학교 앞에 있던 육교가 장안지구 재개발에 의해서 철거되고, 임시로 육교가 세워졌다. 그러자 학교 앞 길은 더욱 위험해졌다. 게다가 지난 3월까지 새로운 육교가 완공될 예정이었지만 계속해서 일정은 미뤄져 10월 완공 예정으로 바뀌었다. 이렇게 학교 주변이 위험해지자 가장 먼저 나선 사람이 권은령 회장이었다.
“녹색어머니 날짜가 되어도, 일이 생기셔서 못 나오시는 어머님들이 많아요. 그래서 빈자리를 지키기 위해 매일 나가는 편이에요.”
그녀는 매일 8시부터 9시 20분까지 학교 앞을 지키고 있다. 이렇게 쉽지 않은 일을 시작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요즘에는 학교 내 봉사 동아리가 많아요. 그런데 다른 봉사 동아리는 봉사점수가 들어가지만 녹색어머니만큼은 봉사점수가 없어요. 그만큼 정말 순수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활동이라고 생각했어요. 또 저는 녹색어머니회 활동이 정말 재미있고, 의미 있었어요. ‘내가 아니면 아이들이 위험할 수도 있겠다.’, ‘내가 지켜줘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죠.”
의왕 녹색어머니회연합에서는 13개 의왕 내 초등학교를 돌며 함께 아이들의 등굣길을 봐주기도 하고, 한 달에 한 번 경찰서에 모여 각 학교 앞에 교통과 관련되어 불편하거나 개선되어야 할 점을 의논한다. 뿐만 아니라 노인의 날에 체육공원에서 어르신들 식사를 대접하는 등 봉사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아이들과 아침 눈인사를 맞추다
그녀는 녹색어머니로 활동하면서 ‘내 학교 아이들의 등굣길인데, 칭찬받을 일도 없어요.’라고 쑥스러워하지만 사실 녹색어머니로 1시간 30분간 늘 학교 앞을 지키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일찍 일어나서 준비하고 나가는 것도 쉽지 않지만 날씨가 추운 날에는 핫팩을 온몸에 둘러도 추위를 이기기 힘들다. 게다가 깃발을 올려도, 깃발을 무시하고 치고 가는 어른들도 있고, 녹색어머니들을 향해 욕설을 내뱉는 이들도 있다. 또한 횡단보도는 고등학생들도 함께 건너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고등학생들은 초등학생들과 달리 너무나도 바빠 막기도 어렵다.
“저는 7초 남으면 신호가 중간에 바뀔까봐 안 보내주는데, 고등학생들은 급하다면서 얼마 안 남았어도 뛰어가곤 해요. 그래서 넘어지는 아이들도 많고요. 조금 일찍 나와서 가면 된다고 생각하다가도 얼마나 피곤할까 싶어 안쓰럽죠. 게다가 고등학생들은 조금이라도 늦으면 점수가 깎이니까요.”
실제로 이렇게 뛰어가는 아이들이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있다. 한번은 신호가 바뀌자마자 뛰어간 아이가 차량에 부딪혔다. 그녀는 너무 놀라서 달려갔는데, 아이는 당장 아픈 것보다도 학교시간이 더 중요했는지, 그냥 뛰어가 버렸다. 그럴 때는 안쓰러움과 안타까움이 더 커진다. 반면 녹색어머니로서 뿌듯할 때도 많다. 그녀가 매일 나와 있으니, 아이들은 그녀와 눈인사를 맞추고 길을 건너고, 혹여 학교에 못나온 다음날에는 아이들이 먼저 ‘어제는 왜 안 나오셨어요?’라고 물어온다.
“신호등을 건너다보니까 아이들이 지갑이나 핸드폰을 떨어뜨리는 일이 많아요. 어제도 한 아이가 핸드폰을 떨어뜨리고 가서 찾아주었어요. 이렇게 소소한 일들이 모두 보람이죠.”
어른들이 먼저 교통안전에 힘써주길
그녀는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교통안전 유공 감사장 등 상을 여러 개 받기도 했다. 아이도 그런 엄마를 무척이나 자랑스러워하며 자신도 열심히 봉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아이들이 학년이 높아질수록 거세지잖아요. 말도 그렇고, 행동도 그렇고요. 그런데 저희 아이 같은 경우에는 엄마가 봉사를 하고 있고,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볼 수 있다는 생각에 말과 행동을 조심하더라고요.”
이렇게 속 깊은 아이는 아침에 자신을 챙기지 못하고 나가는 엄마를 이해한다.
“때로는 속상해하죠. 엄마와 함께 아침을 먹고 싶고, 일어나서 얘기도 나누고 싶은데, 그렇게 못하니까요. 그래도 자신보다 더 많은 아이들을 엄마가 지켜주니까 괜찮다는 아이한테 참 고마워요.”
그녀는 이번 년도가 마지막 녹색어머니회 활동이다. 내년이면 아이가 중학생이 되기 때문에 더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마지막까지 아이들을 안전하게 지켜주고 싶어요. 저희 학교에서 다음 녹색어머니회 회장이 되실 분이나, 다른 녹색어머니들도 같은 마음이실 겁니다.”
그녀는 아이들을 안전하게 지켜주기 위해 어른들이 모범을 보이길 부탁했다.
“어른들이 신호를 안 지켜요. 무단횡단하지 않아주셨으면 좋겠고, 학교 주변에 불법 주정차도 삼가주셨으면 좋겠어요. 저희가 아무리 말씀을 드리고, 양해를 구해도 잘 안 해주시는 경우가 많아요.”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