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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고 깊은 국물처럼 우러난 마음” [이승남, 김화자 부부]

“따뜻하고 깊은 국물처럼 우러난 마음” [이승남, 김화자 부부]

by 안양교차로 2018.09.12

안양에 위치한 큰 규모의 곰탕집. 이곳은 나주곰탕의 따끈하고, 깊은 국물 맛으로도 유명하지만 주인 부부의 따뜻하고, 깊은 정과 기부로도 유명하다. 맛만큼이나 베풂도 중요하다고 믿는 부부에게서 누군가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는 면에서 곰탕과 기부가 닮아있음을 깨닫는다.
곰탕과 쌀로 사랑을 실천하다
이승남, 김화자 부부는 경로당과 요양원을 찾아 고기와 곰탕, 쌀 등을 기부하는 일상을 이어오고 있다. 이렇게 어르신들에게 음식으로 기부를 하게 된 것은 아주 오래 전의 일 때문이다.
“제 모친이 돌아가시기 전에 경로당이나 요양원에 계셨어요. 그런데 가끔 이런 음식점에서 어르신들께 음식을 대접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어요. 그때는 제가 기회가 없었는데, 우연히 요식업을 하게 되면서 ‘이제 나도 할 수 있겠다’싶었어요. 또 대부분 어르신들이 저희 나주곰탕을 많이 찾아주세요. 손님의 90% 이상이 어르신이니까 다른 어르신들도 곰탕을 좋아하시겠거니 싶어서 시작하게 된 것도 있죠.”
그 뒤로 부부는 때마다 경로당과 요양원을 찾아 어르신들을 찾아뵈면서 음식을 대접한다.
“아무리 바쁜 중에도 직원들과 같이 어르신들 뵈러 가면, 어르신들이 음식을 정말 맛있게 잡숴주세요. 보람을 느껴서 시간만 나면 자주해야겠다고 마음먹고 계속 하고 있죠.”
뿐만이 아니다. 햇수로 7년째, 안양에 나주곰탕을 개업한 이래로 한 달에 한번씩 20kg의 쌀을 매달 동사무소에 기부해오고 있다. 이것 역시 부부가 무작정 동사무소를 찾아가 기부하고 싶다는 마음을 전해서 시작되었다.
“처음에 20kg 한 포대를 매달 갖다드렸어요. 그런데 동장님께서 어려운 분 두 분께 나눠서 드리고 싶다고 하셔서 10kg씩 두 포대로 보내드리고 있어요.”
잘 되는 집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좋은 일을 해서 장사가 잘 되고, 장사가 잘 될수록 좋은 일을 많이 하게 되면서 나주곰탕에는 점점 더 많은 손님이 찾아오고 있다. 이승남, 김화자 부부는 장사가 잘 되는 이유가 모두 선행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신기하게도 남모르게 좋은 일을 해도, 그걸 아시고 일부러 팔아주러 오시는 분들도 있어요. 아무래도 어르신들이 입소문을 듣고 오시기도 하면서 더 손님이 많아졌죠.”
나주곰탕은 안양시 맛자랑 최우수상을 수상하고, 안양에서 세 곳밖에 없다는 경기도 으뜸 맛집에도 포함되었던 만큼 선행이 아닌 맛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어르신들이라면 한 번씩 저희 나주곰탕에서 곰탕을 드시고, ‘우리 딸이, 아들이 나주곰탕 데려가서 곰탕 사줬다’고 하세요. 그런데 상황이 어려우신 분들은 외식을 쉽게 하기도 어려우시고, 요양원이나 경로당에 계신 분들은 모시고 올 만한 자제분이 안 계신 경우도 있잖아요. 그런데 직접 곰탕을 끓여가지고 가서 드시도록 하니 굉장히 좋아하시죠.”
‘안 그래도 나주곰탕이 유명하다는데, 한번 가고 싶었다’며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니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요양원 같은 경우에는 거동이 거의 불편하세요. 전부 누워계시거나 기력이 없으신 분들이 많아요. 생각은 많으신데, 행동이 안 되시는 분들도 ‘떡 잘 먹었다, 곰탕 맛있게 먹었다’며 표현해주세요. 게다가 그곳에서는 평소에 잘 안 드셔본 음식인 만큼 더 맛있게 드셔주시죠.”
좋은 일이 복을 가져다주다
부부는 서울에서 장사하다가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안양에 온 뒤로는 자리가 잡혔고, 장사도 잘 됐다.
“사람이 그렇잖아요. 내가 힘들면 마음의 여유도 없는데, 그래도 여기에서는 일이 다 잘 되다보니 기부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것 같아요. 한번씩 하고 나면 마음이 편안하더라고요. 장사가 잘 될수록 더 자주 찾아뵙고, 도와드리고 싶은 마음이 들고요.”
그래서 부부는 행사가 있을 때에도 곰탕이며, 시래깃국을 끓여서 갖다드리기도 하고, 현금이나 음료수, 과일 등을 챙겨드리기도 한다. 정해놓은 양이나 시기는 없지만 언제든 도움이 필요할 때는 제 일처럼 나선다.
“하고 싶은 마음이 있으면, 마음에서 우러나서 하는 일이라면 어려운 점은 없어요.”라며 담담하게 말하는 부부에게서 일상적인 기부란 이렇게 특별할 것 없이 이어져야 한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주변 사람들 대부분은 이들이 이렇게 봉사를 하고 있는지도 잘 모르지만 부부는 묵묵히 오랫동안 봉사를 이어나가며 자신의 손길이 필요한 곳을 찾아간다.
“다행히 우리 부부, 아들까지 셋 모두가 같은 마음이니까 앞으로도 당연히 기부는 이어가야죠. 애들도 다 커서 특별히 돈 들어갈 곳도 없고요. 장사를 그만할 때까지는 좋은 일은 쭉 계속 할 것 같아요.”
부부는 유니세프에도 3만원씩 20년간 기부를 지속해오고 있다. 20년 전 기부를 생각한 마음이 결국 이 부부가 베풂을 지속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냈던 것은 아닐까.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