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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빙의 매력 알리고 싶어 재능기부를 시작했죠” [곽명숙 푸드카빙마스터]

“카빙의 매력 알리고 싶어 재능기부를 시작했죠” [곽명숙 푸드카빙마스터]

by 안양교차로 2018.08.29

푸드카빙은 야채나 과일을 특정한 모양을 내며 조각하는 것을 말한다. 푸드카빙은 주로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연출하기 위해서 쓰이지만, 푸드카빙의 가장 큰 목적은 카빙을 보는 이들이 느끼는 시각적인 즐거움이다. 하지만 일상에서는 쉽게 마주치지 못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카빙을 잘 아는 이들은 흔하지 않다. 도원카빙 아카데미 곽명숙 원장은 재능기부로 카빙의 매력을 알리고, 아이들의 진로탐색에 도움을 주고 있다.
카빙 국가대표,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카빙을 소개하다
곽명숙 푸드카빙마스터가 재능기부를 시작한 것은 단순한 이유에서였다.
“카빙이 굉장히 매력적인 분야에요. 그런데 사람들이 잘 모르잖아요. 그래서 요즘 아이들에게 카빙의 매력을 알려주고, 아이들에게 카빙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어서 재능기부를 시작하게 되었죠.”
그녀는 회사를 다니고 있을 때에는 익숙해진 인터넷이나 컴퓨터 분야에서 봉사에 나설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컴퓨터나 인터넷은 아이들을 상대로는 재능기부가 큰 의미가 없어 고민하고 있던 중 우연히 카빙을 알게 되었다. 카빙에 푹 빠진 그녀는 국가대표로 국제대회에 나설 정도의 실력을 갖추게 되자 봉사할 곳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가장 자주 하는 봉사는 학교에서의 진로체험 재능기부다. 말로 카빙을 설명하고, 그동안 해온 카빙 작품 사진만을 보여줘도 되지만 그는 반드시 재료를 준비해서 아이들이 직접 카빙을 해볼 수 있도록 한다.
“저는 경험이 있어야 재미를 느낄 수 있고, 그래야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서 제가 가져갈 수 있는 만큼 재료를 준비해가는 편이에요.”
재료비만 해도 만만치 않은 금액이 들지만 가능성이 있는 아이들에게 카빙을 가르쳐주는 일이 좋아 그녀는 재료를 아끼지 않는다. 주로 저학년에게는 위험하지 않도록 젤리 플라워를, 고학년들을 위해서는 과일과 채소를 준비해간다.
“한번은 꽃모양 카빙을 가르쳐주려고 당근을 가져갔어요. 아이들이 평소에 당근을 잘 안 먹잖아요. 그런데 재료로 가져간 당근을 그렇게 먹더라고요. 심지어 재료로 준비한 것들이라 껍질도 안 깐 상태인데도 아이들이 당근을 먹어요. 애들이 카빙을 재미있어 하는 만큼 기본적으로 재료에 대한 호감도도 높아지는 것 같아요.”
아이들에게 전환점이 되는 순간을 만들어주다
학교에 가면 국가대표라는 타이틀에 그녀에게 사인해달라고 요청하는 아이들도 있고, 그녀의 영향으로 아이들이 카빙을 진로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조리 쪽으로 진로를 선택한 학생 중에 한 명이 특히 기억에 남아요. 잘 못하는 학생이었는데, 제가 처음 시작했을 때의 모습이 기억났어요. 저도 잘 못했기 때문에 그 마음을 아니까요.”
이런 마음덕분이었을까. 그녀가 가르치는 아이들 중에서 몇 명은 카빙을 진로로 선택하는 것은 물론, 대학원을 졸업해 대학교수를 하고 싶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저로 인하여 꿈을 실현하고자 하는 학생이 생겼을 때가 가장 기쁘죠. 그리고 제자들이 대회에 나가서 큰 상을 받아왔을 때 정말 기뻐요.”
그래서 그녀는 수업을 하면서 태도가 좋았던 아이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기도 한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아이는 말썽꾸러기로 불렸던 아이다.
“이 녀석이 다른 시간에는 수업을 자주 빠지고 수업태도도 좋지 않은데, 제 시간에는 빠지지도 않고 열심히 하더라고요. 선생님께서 출석부를 보고도 놀라세요. 원래 이런 아이가 아닌데 수업에 꼬박꼬박 출석했다고요.”
이 학교에서 그녀는 단 두 명에게 장학금을 수여하는데, 그 중 한 명으로 이 아이를 선정했다. 그 아이의 부모님께서는 아이의 이름으로 장학금을 받는 일은 처음이었다며 정말 기뻐했다.
“그 얘기를 듣고 더 기쁘더라고요. 어쩌면 이 아이의 삶에서 전환점이 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요. ‘내가 노력하면 무언가를 이룰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한다면 아이도 변하지 않을까요? 늘 잘하던 모범생이 받는 것보다 이런 아이들이 장학금을 받을 때가 더 기뻐요.”
누군가를 즐겁게 해준다는 것
그녀의 삶에서 그렇듯 그녀로 인해 카빙을 알게 된 이들에게도 카빙은 큰 의미를 가진다.
“전 카빙이 행복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주문 제작으로도 카빙을 하는데, 주로 아이들 백일이나 칠순, 팔순을 카빙으로 축하해주죠. 그러면 받으시는 분들이 하나같이 행복해하세요. 그래서 학교에 강의를 갈 때에는 학교 로고를 넣어서 카빙을 해 간 뒤에 꼭 놓고 와요.”
금액으로 따지면 결코 작지 않은 금액이고, 결코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드는 일이지만 그녀는 이것이 정성이라고 생각한다. 돈을 받지 않지만 재료를 많이 싸서 아이들이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를 즐겁게 해준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에요. 그러니까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더 많이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되죠.”
그녀는 자신의 발전을 위해 대학원에서 더욱 많은 교육을 받고 있다. 강단에 서서 더 많은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다는 욕심이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봉사에 있어서도 범위를 더 넓히려고 생각 중이다.
“어르신들이 계신 노인대학에서 생신잔치를 할 때 가서 과일을 깎아드리고 싶어요. 성함이 새겨진 과일이나 채소를 받는 것은 어떤 분들에게는 평생 처음 있는 일이기도 할 테니까요. 물론 학생들을 위한 교육도 더 열심히 할 예정이에요. 특히 어린 아이들도 위험하지 않게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려고 합니다.”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