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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마음으로 돌봅니다” [장애인부모회 안양시지부 박현숙 회장]

“부모의 마음으로 돌봅니다” [장애인부모회 안양시지부 박현숙 회장]

by 안양교차로 2018.07.25

아직도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시선이 따갑기만 하고, 장애인이 사회에서 홀로 서기에는 버겁기만 하다. 이를 지켜봐야 하는 부모의 마음은 오죽할까. 이러한 마음을 모아 장애인 인식개선과 복지 방향을 추진하는 모임이 있다. 장애인부모회는 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이 모여 만든 모임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할 수 있는 미래를 꿈꾸고 있다.
장애인부모회 안양시지부 박현숙 회장
장애인부모회 안양시지부 박현숙 회장
장애인 아동의 부모들이 모여 만든 장애인부모회
장애인부모회는 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이 자녀양육과 재활정보를 교환하면서 자녀들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단체다. 박현숙 회장이 장애인부모회에 들어온지 는 벌써 12년. 영유아반 대표를 거쳐 이사로 활동하다가 회장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
“살면서 장애인을 내 자녀로 맞이할 것이라고 누구도 예측하지 못하잖아요. 예측불가한 일이 나한테 생겼다고하는게 놀랍고 당황스러웠어요. 내가 낳았는데 어떻게 장애인이 나올 수 있을까 싶어서 받아들이기가 어려웠죠. 지금은 아이가 청년이 되었으니까 당황스러움에서 벗어났지만 초창기 5년 정도는 내 자녀가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힘들었어요.”
하지만 내 아이가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인정을 하고 난 뒤에는 ‘그래도 내 아이인만큼 치료와 교육에 나서야겠다’라는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그렇게 마음을 먹자 이제는 장애인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이 걸림돌이 되었다.
“비장애인들도 장애인들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점을 인정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쉽지 않았어요.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학교나 동네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이 많았어요. 그리고 이것이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라고 생각하면서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어요.”
박현숙 회장은 그 때부터 학교대표를 맡고, 장애인을 위한 정책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안양시와 협의하고, 지역의 유관기관과 연계하며 지역사회와 함께하기 시작했다.
장애 아동 등하교부터 장애인인식개선 사업까지
장애인부모회 안양시지부에서는 장애인 자녀들과 부모들이 함께 하는 문화체험 프로그램, 일일나들이, 장애인 비장애인 통합 교육, 부모교육, 장애인 가족 동아리, 장애학생후원사업, 중증장애인신변처리용 쓰레기봉투지원, 장애인인식개선사업, 장애인권리옹호증진사업 등을 수행하며 장애인 자녀와 부모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특히 장애 아동 부모들에게서 가장 호응이 좋은 프로그램 중 하나가 장애 아동 등하교 통학차량 운영이다.
“저희 아이들이 휠체어보다는 지적장애인이 많아요. 지적장애, 자폐성장애, 과잉행동이 많은데, 이런 아이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기가 힘들어요. 버스 번호를 못 찾아서 힘든 것이 아니라 대중교통 안에서 특이한 행동을 하기 때문인데요. 예를 들면 어떤 아이는 남자들 벨트만 보면 풀려고 하고, 어떤 아이는 여자 스타킹만 보면 다리를 만지려고 해요. 그런데 모든 부모님들이 승용차로 아이들을 등하교 시킬 수는 없으니까 이렇게 등하교 통학차량을 운영하고 있어요.”
지속적으로 운행을 하다보니 비장애인 학부모들은 이 차가 학교 차량이라고 오해하기도 한다. 이 차는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장애인 아동을 태워 학교에 내려주고, 수업이 끝나면 집에 데려다준다. 만안구와 동안구 각각 한 대씩 운영을 하고 있으며, 야외수업이나 체험학습을 갈 때에도 어김없이 이 차가 출동한다. 뿐만 아니라 성인 장애인들이 근무하는 벼리마을, 수리보호작업장에서 단체로 이동을 해야 할 때에도 차량을 운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교육청에 인권위원으로 나가서 교내 장애인인식개선 사업을 펼친다. 이는 장애인뿐만 아니라 비장애인 학생, 나아가 선생님까지 함께 참여하는 수업이다. 교내 장애인인식개선사업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찾아가는 캐리커쳐, 멀티동화 인형극, 가족 바이올린단, 장애인식 개선 강의 등으로 연속적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
성인 장애인 평생학습센터와 장애인 가족지원센터 건립을 위해
박현숙 회장은 임기 중 두 가지 공약을 내걸었다. 성인 장애인 평생학습센터와 장애인 가족지원센터 건립이다.
“비장애인들이 활동할 수 있는 주민센터처럼 성인중증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평생교육센터가 반드시 필요해요. 그런 시설이 지금은 한 군데도 없어요. 그리고 그 안에 보호 작업장이나 직업재활시설이 있어야 합니다. 비장애인 같은 경우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학을 가거나 직장생활을 하기 위한 준비과정을 거치는데 장애인 친구들은 그럴 수가 없어요. 또 비장애인들은 적은 금액만 내도 문화, 예술, 체육 프로그램들을 이용할 수 있지만 장애인들은 이런 강좌를 들을 수 있는 곳이 없어요.”
두 번째 공약은 장애인 가족을 위한 전폭적인 지원이 가능한 장애인가족지원센터 건립이다.
“발달장애인 부모의 경우에는 언제나 부모가 자식보다 하루 늦게 죽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해요. 그런데 부모가 계속 장애인 자녀의 돌봄을 맡을 수는 없죠. 그래서 장애인 가족지원센터가 건립되어 장애인부모에 대한 지원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 어머니는 수술에, 자녀는 장애인인 가족이 있었는데, 얼마전에 아버지까지 뇌출혈로 쓰러지셨어요. 생활비는 없고, 병원비는 나오고, 게다가 누군가 돌봐줄 사람이 아무도 없잖아요. 이 때 저희 부모회에서 지원을 해줄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필요해요. 결국에는 이럴 때 민관이 함께 도움을 주어야 해요. 발달장애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 전체가 지원을 받아야 하는 문제죠.”
지역사회 안에서 장애인들이 차별받지 않고 더불어 생활할 수 있도록 장애인부모회에서는 자녀의 미래를 걸고 끊임없이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