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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사업을 위해 시작한 재능기부, 이제는 또 다른 즐거움이 되어 [조상일 봉사자]

커피 사업을 위해 시작한 재능기부, 이제는 또 다른 즐거움이 되어 [조상일 봉사자]

by 안양교차로 2018.07.03

관세청에 의하면 한국 사람들이 작년 한 해 1년 동안 마신 커피는 한 명당 약 512잔. 하루에 한 잔을 훌쩍 넘는 숫자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커피는 여유의 상징이 아니라 피곤함을 이기기 위한 수단 중 하나로 여겨진다. 조상일 대표는 제대로 된 커피의 맛을 보여주겠다는 신념으로 군포에서 커피 맛을 알리며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선물하고 있다.
군포시민들의 커피 사랑을 높이다
조상일 대표는 직접 원두를 로스팅하고, 원두를 갈아 내려 더치커피를 만든다. 그 중 신선하고 맛 좋은 원두를 납품하기 위해 그는 군포의 카페란 카페는 모두 돌아다녔다. 하지만 카페 사장 모두가 커피 맛을 보기도 전에 가격이 안 맞는다며 고개를 절래 절래 저었다.
“카페 사장님들께서 ‘여기서는 아무리 맛이나 향이 좋아도 가격이 비싼 커피는 팔리지 않는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래도 카페를 찾는 손님들에게 제대로 된 커피 맛을 보여드린다면 가격이 조금 높아도 이 커피를 드시게 될 것이라고 설득해도 소용이 없었죠.”
가격이 낮아진다면 품질이 낮아지는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커피 개발을 지속했고, 결국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어느 정도로 가격을 낮출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커피 납품은 실패했다. 모든 카페들이 단골장사를 하다 보니, ‘맛이 좋다고 해도 그 맛이 달라지면 단골들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군포에서 커피 사업을 계속 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군포시민들의 커피 수준을 끌어올려야겠다는 생각으로 군포나눔학교에서 재능기부 수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기존의 군포나눔학교에는 원데이클래스만 운영했고, 한 달에 네 번 수업을 연이어 하는 경우는 없었다. 하지만 그는 커피를 내리는 방법을 하루만에 알려줄 수 없다며 4번의 수업을 고수했고, 결국 4명만으로 첫 수업을 시작했다. 그렇게 2016년 11월부터 시작한 수업이 1기, 2기를 거쳐 이제는 기초반 15기까지 왔고, 중급반도 3기까지 수료를 마쳤다.
“처음에는 어떻게 보면 제 사업을 위해서 재능기부를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 얻는 게 훨씬 많더라고요. 가장 좋았던 건 이분들과 저의 유대관계에요. 강사와 수강생으로 만들어진 인연이 유지되면서 70명이 넘는 제 수강생들이 지금은 든든하게 제 편이 되어주셨죠. 아마 무료 강의가 아닌 유료 강의였다면 이렇게 끈끈하지 못했을 겁니다.”
군포나눔학교강의
군포나눔학교강의
소상공인강의
소상공인강의
미리내 가게로 나눔을 실천하다
그가 커피와 포토샵 강의로 재능기부를 하면서 활동을 하고 있는 군포소상공인클럽에서 미리내 가게에 대해 알게 되면서 조상일커피에서는 새로운 나눔을 시작했다. 미리내가게는 가게에 돈을 미리 지불해 다른 사람이 무료로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활동으로, 미리내 운동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일정 금액을 미리내 가게에 내고, 가게에서는 나중에 이 금액만큼을 다시 필요한 누군가에게 돌려주게 된다.
“처음에는 고민이 되었어요. 저희는 커피전문점이라서 미리내 가게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미리내 가게의 시작이 이탈리아의 한 카페에서 시작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좋은 취지인만큼 저희도 동참하고 싶다고 해서 시작했어요.”
아직은 미리내가게로 운영한지 고작 3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카페를 찾는 고객들 중에 미리내에 관심을 갖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꽤 많다.
“제가 미리내 가게에 대해 설명해드리면 어렵지 않게 선뜻 동참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먹을 수 없는 것에 대해 돈을 내는 것에 대해 생각보다 인색하지 않구나’ 싶긴 해요. 앞으로 금액이 더 모이면 그 금액만큼 커피로 전하기보다는 그 금액만큼을 기부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어요.”
또한 그는 평생학습원 진로직업처가 주관하는 멘토링 재능기부도 이어가고 있다. 멘토링 활동은 초중고 학생들에게 커피에 대한 직업교육을 진행하는 활동이다. 학교에서 신청하면 카페에 와서 바리스타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계획도 잡혀있고, 그가 학교에 찾아가 바리스타라는 직업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기도 한다.
행복학습센터커피강의
행복학습센터커피강의
2017년 시민강사 표창
2017년 시민강사 표창
재능기부의 즐거움에 눈을 뜨다
그는 처음에 ‘재능기부’라는 말이 어색하고 불편했다고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제가 제 스스로의 만족을 위해 시민들에게 커피를 가르친 일이 ‘좋은 일’이라고 생각되는 것에 대해 부담스러웠던 것 같아요. 이제는 ‘재능기부’라는 단어에 대해서는 조금은 익숙해졌지만 저는 ‘재능기부’로 얻는 것이 너무 많아서 제가 감히 ‘기부’라고 말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는 재능기부로 자신이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초등학생들에게 강의를 하러 갈 때였다. 어린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까 고민했던 그는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의 열기에 깜짝 놀랐다.
“대부분의 친구들이 커피를 이미 먹어봤다고 하고, 13살 친구들 중에 바리스타 2급과정 필기를 본 친구들도 있더라고요. 오히려 제가 아이들을 너무 과소평가했다는 생각에 미안하기도 했죠. 제가 지금 열심히 이 길을 닦아놓아야 이 친구들이 앞으로 커피 분야로 왔을 때 잘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기도 하고요. 또 일반 시민들이나 아이들에게 커피를 가르치면서 다시 커피에 대해 배울 때가 많아요.”
또 이렇게 커피에 관심을 갖게 된 이들이 카페의 홍보대사가 되어 많은 이들에게 조상일 커피를 알리고 있다.
“재능기부의 매력은 정말 많아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누군가에게 알려줌으로써 내가 성장하는 재미도 크고요. 많은 분들이 재능기부를 해보시면서 재능기부의 즐거움을 알게 되셨으면 좋겠어요.”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