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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안에서 같이 살아간다는 것” [정미나 봉사자]

“공동체 안에서 같이 살아간다는 것” [정미나 봉사자]

by 안양교차로 2018.06.19

정미나 씨는 마을공동체 활동을 처음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마을공동체 활동이 그 전까지 해왔던 자원봉사활동과 비슷하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직접 마을공동체 활동을 해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자원봉사활동이 일정한 틀 안에서 정해진 시간에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면 마을공동체 활동은 같이 살아가는 것이었다. 같이 살아가며 도움을 주고받는 사이, 자신도 모르게 성장해나가는 것이 마을공동체 활동이었다.
정미나 봉사자
정미나 봉사자
바람개비행복마을 활동을 시작하다
정미나 봉사자는 바람개비 행복마을 운영위원회 공간 팀에서 부팀장을 맡고 있는 동시에, 의왕 아이쿱생협에서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녀는 20대 초반부터 지역 내 공부방에서 어려운 환경에 놓인 아이들을 가르쳤고, 네팔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해외봉사활동을 5개월간 하고 오기도 했다.
“네팔에서 굉장히 많은 것들을 느껴서 앞으로도 시간을 나누든, 재능을 나누든, 돈을 나누든 어떤 형태로도 봉사활동을 쭉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이후로 그녀는 지역 내 공부방 선생님 등의 활동으로 꾸준히 봉사를 이어오다가 만삭의 몸이 되면서 봉사를 이어갈 수가 없었고, 출산 후에도 어린아이를 키우기 시작하면서 봉사에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바람개비도서관을 알게 되었다. 이곳에서는 누구도 ‘이것을 해주세요’라고 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스스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나가기 시작했다. 2015년에는 바람개비행복마을 자료집 편집부장을 맡아 바람개비 행복마을의 3년간의 기록을 수집하고 편집했고, 현재는 공간 팀에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현재의 바람개비행복마을 공간을 만들기까지 많은 과정이 있었어요. 그렇게 어렵게 만든 공간인데, 운영비를 충당하기가 쉽지 않아요. 저희는 후원금으로만 운영을 하니까요. 그래서 공간 운영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동시에, 이 공간을 사용하는 마을 이웃들이 좀 더 편안하고 즐거울 수 있도록 공간을 꾸미는 일도 하고 있어요.”
비록 공간 팀이 만들어진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대청소를 하고, 인테리어에 관심을 기울이는 등 공간 팀의 노력으로 바람개비행복마을은 점차 마을 사랑방의 형태를 갖춰나가고 있다.
출판기념회
출판기념회
공동육아 ‘어깨동무’로 아이를 키워내다
바람개비행복마을에서 활동하는 동시에 그녀는 어깨동무라는 공동육아모임도 시작했다. 우연히 공동육아모임을 제안한 한 바람개비행복마을 회원과 함께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공동육아에 관심을 두는 부모들을 모아 이야기를 나누며 머리를 맞댔다. 그렇게 어깨동무를 이어온 지 벌써 5년, 그 사이 그녀의 아이는 6살이 되었다.
“그 때 다행히 바람개비도서관에서 장소를 빌려주셨어요. 아이들이 책을 보지 않는 시간에는 공간이 비니까요. 바람개비도서관 장소가 여의치 않아지면서 그 후로는 교회에서 빌려주신 공간도 썼고, 지금은 건강가정지원센터의 사업으로 운영되는 나눔터 공간을 따로 사용하고 있어요.”
어깨동무 공동육아 모임은 일주일에 한 번 아이들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시간을 갖는다. 부모가 아이들과의 활동을 기획하고, 의논하다보니 처음에는 부모들의 재능기부로만 이루어졌지만 이제는 지역 내에서 재능기부를 받아 책놀이, 동화읽기, 친환경 세제 만들기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공동육아를 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확실히 육아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었다는 점이에요. 애들 키우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데, 이 스트레스를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힘을 덜었죠. 게다가 제가 급하게 아이를 맡겨야 하면 다른 엄마들이 저희 아이를 봐주시고, 저 또한 마찬가지로 다른 엄마들이 무슨 일이 생기면 아이들을 대신 봐주곤 했어요.”
뿐만이 아니다. 아이나 그녀가 아팠던 날에는 공동체의 다른 엄마들이 반찬을 해서 보내주기도 했다.
“저희 동네에 어린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많은데, 저는 그런 엄마들을 보면서 ‘도대체 혼자서 어떻게 아이를 키울까’ 싶은 생각이 들어요. 저한테는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이 불가능하게 느껴질 정도로 공동체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덕분에 비교적 편하게 아이들을 키웠죠.”
환경활동과 소비자활동, 공동체 활동을 아우르다
그녀가 아이쿱 생협에서 활동을 시작하게 된 것도 아이덕분이었다. 큰 아이의 아토피 때문에 우연히 알게 된 생협에서도 바람개비행복마을처럼 공동체 활동을 하고 있었다.
“제가 마을공동체 활동가로 있다 보니 생협에서도 활동가가 필요하다며 다른 분께서 저를 이사로 추천해주셨어요. 지금은 친환경 물품을 구매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는 친환경제품 소비자들이 많아요. 그런데 친환경 제품이 계속적으로 유통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인식도 깨어있어야 하고, 이를 확장시키려는 노력도 필요해요.”
친환경 제품을 산다는 것은 단순히 내가 좋은 식품을 사먹거나 안전한 상품을 사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화학비료나 농약을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땅, 물, 대기를 건강하게 만드는 일이자, 친환경 농사를 짓는 농부의 건강까지 지키는 일이다.
생협에서는 친환경 제품의 유통뿐만 아니라 화학물질 줄이기, GMO 완전표시제 캠페인을 열기도 하고, 지역 내 공동체 모임을 지원하는 역할도 한다. 특히 그녀는 소통 팀 팀장으로서 조합원들의 관계를 더 돈독히 하는 일에 초점을 맞춰 신입조합원들의 100일 파티나 조합원이슈토크를 기획하기도 했다.
그녀는 마을공동체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고 믿는다.
“사회에서 공공시스템이나 기업 활동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 있는데, 마을공동체가 그러한 빈틈을 채워주는 역할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정책적으로도 마을공동체 활동을 지원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저 또한 마을공동체의 힘을 믿기 때문에 이렇게 활동하고 있고요.”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