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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지키는 사람들 [이덕제 봉사자]

마을을 지키는 사람들 [이덕제 봉사자]

by 안양교차로 2018.06.05

크고 작은 범죄들은 마을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청소년들의 탈선부터 시작해 폭행 등의 위험까지 범죄는 멀리 떨어진 외딴 곳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자율방범대는 밤늦게 마을 구석구석을 돌며 눈을 크게 뜬다. 혹시라도 그들의 눈에 띄어 범죄를 예방하거나 범죄현장을 적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을을 안전하게 지키는 이들의 밤은 누구보다도 길고, 큰 의미를 가진다.
순찰과 캠페인 활동을 시작하다
이덕제 봉사자가 봉사를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 98년부터였다. 지인 소개로 자율방범대를 알게 되었지만 시간이 여유롭지 못해 많은 활동을 하지는 못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이전부터 알고 있던 지인이 자율방범대에서 활동을 시작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추운 겨울에 골목에서 붕어빵을 파시는 분이셨어요. 알고 보니 붕어빵 장사도 하시고, 봉사도 하시는 분이었죠. 오래 알고 지낸 사이었는데 새삼 다시 보이더라고요.”
자신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자율방범대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이제는 같이 활동하는 봉사자이자 친한 친구가 되었다.
자율방범대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순찰을 돌며 범죄 예방에 힘쓰는 것은 물론, 안양시에서 주관하는 각종 행사에서도 교통을 정리하는 등의 활동을 하고, 경찰서에서 일 년에 4번 이루어지는 ‘범죄 없는 캠페인’에도 참여한다.
“이제 곧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캠페인을 시작할 텐데요. 휴가를 가는 시기에는 빈 집들이 많잖아요. 그래서 지역 내에 돌아다니면서 문단속 관련된 팸플릿도 나눠주는 캠페인을 하죠.”
지구대 별로 합동 순찰을 하는 ‘청사초롱’으로도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2년 전에는 범죄우발지역으로 꼽히는 학교 주변이나 도서관, 공원 등에 순찰함을 설치하기도 했다.
안전 귀가를 돕는 동네 아저씨들
안양 중에서도 특히 면적이 넓은 호계동에서 순찰을 하며 20년 전만 해도 순찰차가 없이 걸어 다니곤 했다.
“여름에는 너무 덥고, 겨울에는 너무 추운데, 오랜 시간 이 지역을 걸어 다니는 것이 보통 쉬운 일은 아니었죠.”
그래서 그가 자율방범대 사무장을 맡았던 시기에 자율방범대에서는 자체적으로 작은 중고차를 구입하고, 방범대원들의 돈을 걷어 차량 유지비를 내기 시작했다. 순찰차 발대식을 하고 난 뒤, 호계동 방범대원들의 활동은 이전보다 훨씬 활성화될 수 있었다. 이제 안양시에서 대부분의 자율방범대에 순찰차와 유류비를 지원해주게 되면서 이러한 고민들은 사라졌지만 당시에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마찬가지로 당시에는 힘들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보람 있는 일들도 많다.
“여름에는 젊은 애들이 놀 곳이 없으니까 공원 같은 곳에서 술 마시고, 담배 피는 경우가 많아요. 순찰을 자주 돌다보니 그런 아이들과도 가까워졌죠. 제가 30살에 호계동에 이사 와서 지금까지 살다보니까 아이들의 부모들도 다 지인이기도 하고요. 그 아이들이 이제 10년, 20년 지났더니 어느새 철이 들어서 군대도 다녀오고, 직장도 잡아서 잘 살고 있다면서 찾아오더라고요.”
방범대원들의 역할은 여기에 있다. 아파트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담배피고, 소란을 핀다고 해도 경비원은 물론, 경찰이 와도 말을 듣지 않을 때가 많다. 하지만 아이들은 방범대원들의 말에는 고분고분하다. 매일 보는 동네 아저씨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두 딸 아빠의 안전한 마을 만들기
호계2동 방범대원들은 경로당과 자매결연을 맺어 어버이날에는 경로잔치를 해드리고, 단합대회를 함께 가는 등의 봉사활동에도 열심이다. 불우이웃돕기 행사도 매년 돌아오는 행사 중 하나다.
“돈을 준다고 해도 이렇게 활동하기가 쉽지 않아요. 정말 봉사할 마음이 있어야 가능하죠. 봉사하려고 들어오셨던 분들 중에서 3개월을 못 버티시고 그만두시는 분들도 많아요. 그런데 저희 대원들 중에는 10년, 20년 봉사하신 베테랑도 많고, 신입 대원들 중에서도 열정적으로 해주시는 분들이 계시니까 함께 봉사하면서 서로 배울 점이 많죠.”
특히 더운 여름이나 추운 겨울, 날씨에 상관없이 순찰을 돌며 고생하는 대원들은 서로 의지하며 어려운 환경을 이겨내고 있다.
“순찰차로 마을을 한 바퀴 돌며 위험한 상황이 있는지 확인하는 활동이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범죄 예방 효과는 뛰어나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공원에서 일어나는 폭행사건이나 성추행 사건을 미연에 방지한 경우도 몇 번 있고요.”
그 또한 두 딸을 가진 아버지다. 자식을 둔 부모 입장에서 불안한 만큼 그는 다른 자식들까지도 안전한 마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