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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과 전업맘의 행복한 공생을 위해” [이모네협동조합준비위원회 이정진 대표]

“워킹맘과 전업맘의 행복한 공생을 위해” [이모네협동조합준비위원회 이정진 대표]

by 안양교차로 2018.05.29

여성들의 경력단절은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전업맘은 여러 여건으로 다시 일을 하기 어려워 발을 동동거리고, 반면 워킹맘은 경력단절은 막았지만 매일 아침 편치 않은 마음으로 아이를 떼어놓고 출근해야 한다. 전업맘과 워킹맘의 공생을 위해 의왕시 삼동에 ‘이모네’가 생겨났다. 내 친구처럼, 내 가족처럼 아이를 맡아줄 수 있는 존재가 있다면 워킹맘은 마음이 놓이고, 마을 돌봄의 가치를 공감하며 내 아이와 이웃의 아이를 함께 키우면서 어느 정도의 보수도 받을 수 있다면 전업맘도 애써 재취업을 서두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모네협동조합준비위원회 이정진 대표
이모네협동조합준비위원회 이정진 대표
이모네’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리다
의왕시 삼동 바람개비행복마을 활동가 중 한 명이 아이디어를 냈다. ‘다시 일을 하고 싶어도, 누군가 애를 봐줘야 복직을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마을 공동체에서 신뢰할 만한 누군가 내 아이를 돌봐주었으면 좋겠다.’라는 의견이었다.
비슷한 상황에 처한 워킹맘들과 경력단절 상태에 있던 전업맘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며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신문기사에서도 워킹맘들이 어쩔 수 없이 회사를 그만두는 사례들이 많이 나오잖아요. 초등학교 입학 이후, 혹은 출산 이후 아이들 돌봄에 손이 많이 가는데요. 서로가 자료를 찾아서 공유하고,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이야기를 해보자고 하면서 처음 ‘이모네’에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가 나오기 시작했죠.”
오프라인, 온라인을 오가며 수많은 회의가 이루어지면서 ‘이모네’의 방향성은 협동조합으로 정해졌다. 그래서 ‘이모네협동조합준비위원회’가 구성이 되었고, 마을 엄마들 대상의 설문조사와 육아경험등을 토대로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모네 사업을 준비하던 이들은 2017년에 의왕시에서 하는 마을만들기 공모사업에 ‘이모네 꿈을 실현하다’를 신청했다. 마을 돌봄과 관련된 사업을 구상해 컨설팅을 받고 최종목표로 협동조합을 만들겠다는 내용으로 사업계획서를 작성해서 예산을 받을 수 있었다.
두 가지 방식으로 ‘이모네’ 운영 계획을 짜다
이후에는 협동조합에 대해 잘 모르는 마을 사람들을 위해 열린 강의를 열고, 앞서 마을 돌봄을 실현하는 성미산과 홍성 등을 벤치마킹하며, 아이쿱 생협의 도움을 받아 컨설팅을 받는 등 협동조합을 만들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그렇게 해서 구체적으로 나온 사업모델은 두 가지 방식이었다.
하나는 ‘키득키득 방과후 놀이터’라는 이름으로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방과후에 올 수 있는 센터 형태다. 자유롭게 놀던 아이들은 프로그램에 유료로 참여할 수도 있다.
“엄마가 올 때까지 여기서 간식 먹고 놀다가 학원으로 이동을 하거나 이곳에서 진행하는 놀이형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게 만들 생각이에요.”
키득키득 방과후 놀이터는 기존에 있는 바람개비행복마을 사랑방을 이용하려고 했지만 마을 내 프로그램이 많다보니 오랜 시간, 매일 고정적으로 방과후 놀이터를 열기에는 제약이 있었다. 결국 이모네 공간 마련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키득키득 방과후 놀이터는 여건 상 보류된 상태다.
또 다른 방식은 일대일 돌봄 매칭 형식이다. 워킹맘의 집이든, 전업맘이 자신의 집에서 워킹맘의 아이를 돌봐주는 형태이든, 아무에게나 무턱대고 아이를 맡길 수는 없으니 ‘이모네’에서 교육을 받은 이들과 매칭을 하는 사업이다. 일대일 돌봄 매칭 사업인 ‘이모품’을 실현하기 위해 이모네 준비위들은 마을돌봄전문가 양성을 위한 교육을 우선적으로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저희가 보육관련 전문가는 아니잖아요. 결국에는 전문가들을 모셔 와서 강의를 해야 하는데 비용을 감당하기가 힘들었죠. 알아보니 양성평등기금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연초에 공모를 했고, 기금을 받을 수 있었어요.”
그 결과 5월 27일부터 이모네에서 활동할 마을돌봄전문가 양성과정이 시작되었다. 매주 금요일 3시간씩 9주차로 교육이 이루어진다. 교육과정 안에는 아동발달은 물론, 놀이지도, 동화구연, 안전교육, 유. 아동 대상의 영양관리, 아동학대예방교육 등이 포함되어 있다. 아동학 교수, 놀이전문강사, 아동학대 예방전문가, 동화구연전문가 등 다방면의 전문가들이 강사로 올 예정으로 체계적이고 균형 잡힌 교육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는 권리, 마음 편히 육아할 수 있는 권리를 위해
이모네 대표이자 다둥맘인 이정진 씨도 경력단절의 경험이 있기에 워킹맘과 전업맘의 고충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었다.
“저는 교육 전문 강사로 일하고 있었는데, 쌍둥이 출산 후에 아이를 맡길 곳이 없더라고요. 말이 그렇지, 갓난아이를 어딘가에 맡기는 것이 쉽지 않아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하던 일을 잠시 그만두었죠. 두 아이를 낳고도 일을 지속했는데, 쌍둥이를 낳고 부터는 힘들더라고요.”
마을 안에서 만났던 많은 엄마들은 어린이집이나 학원 등을 보내고 있으면서도 온전히 안전하고 완전한 돌봄이 어려워 재취업을 고민하고 있었기에 이모네가 구상하고 준비하고 있는 사업들에 관심을 보였다. 이모네 준비위는 마을 엄마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이제 막 자리를 잡아가는 단계지만 새싹을 틔웠으니 쑥쑥 자라날 시간이 필요하다.
“아직은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이모네 사업이 자리를 잡는다면 마을기업 형태로 자라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군포의 마을기업 ‘좋은터’ 같은 경우에도 마을 돌봄 관련 사업에서 확장되어 자리를 잘 잡은 케이스더라구요.”
이모네가 구상하는 이모품 마을돌봄전문가는 가사도우미나 기존 베이비시터와는 큰 차이점이 있다. 가장 큰 차이는 단순하게 돈을 버는 것에 목적을 두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와 함께 돌보는 마을 돌봄의 가치를 공감하고 동의하는 마을 이웃이 아이를 돌봐 준다는 점이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아이를 봐주는 것보다 마을 안에서 서로 신뢰 할 수 있는 이웃, 마을공동체 안에서 함께 돌봄의 가치를 이해하고 애정을 담아 워킹맘의 아이들을 함께 돌봐줄 수 있는 돌봄 전문가에게 아이를 맡길 수 있다면 워킹맘도 훨씬 마음이 편하잖아요.”
워킹맘이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는 권리, 마음 편히 육아할 수 있는 권리를 위해 ‘이모네’는 조금씩 성장해나가고 있다.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