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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돌려요! 바람개비 행복마을” [이영숙 바람개비 행복마을 대표]

“함께 돌려요! 바람개비 행복마을” [이영숙 바람개비 행복마을 대표]

by 안양교차로 2018.04.10

바람이 불어오면 돌아가는 바람개비처럼 주민들의 마음이 불어오면 돌아가는 마을이 있다. 의왕시 삼동 바람개비행복마을은 2013년 4월 도서관 활성화 프로젝트로 시작해 이제는 지역주민들의 관심사를 함께 공유하고, 각자가 가진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커다란 마을공동체로 자라났다. 바람개비의 색색의 날개가 돌아가며 하나의 색처럼 보이듯, 바람개비행복마을 역시 마을주민들의 다양한 관심사가 반영되어 하나의 마을공동체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도서관에서 자라나 사랑방으로 둥지를 튼 바람개비행복마을
바람개비 행복마을은 도서관에서 자라났다. 아파트 단지 내에 있었던 작은 도서관이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자 아파트 입주민 중 몇 사람이 도서관을 활용해보자는 의견을 냈다. 이들은 책을 구매와 공간 활용에 드는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아이쿱생협 마을모임에서 도서관 활성화 프로젝트를 기획해 지원금을 받았고, ‘도서관가는아줌마’라는 동아리를 만들었다. 도서관에서는 그림책 구연동화, 요리교실 등이 열렸고, 아파트뿐만 아니라 주변 마을에서도 그 소식을 듣고 이곳을 찾아오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입주민 몇몇의 공간이었다면 점차 마을사람들의 공간으로 변화하면서 단체 이름을 ‘삼동이네사랑방’으로 바꿨다. 이후 경기도에서 하는 무한돌봄사업 등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마을 전체 주민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열었다.
“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강의를 들으러 아이들과 엄마들이 하나 둘 드나들기 시작했어요. 작은 도서관이 귀한 동네고, 강의를 들을 만한 곳이 없다보니 자연스럽게 삼동이네 사랑방 단체가 점점 커졌죠. 또 재능을 기부 받은 분들이 나도 무언가를 나누고 싶다고 하시면서 강의가 점차 다양해졌고요. 무엇보다 마을 활동가 모두 열정적으로 ‘삼동이네사랑방’에 참여하면서 바람개비행복마을의 터전이 잡힐 수 있었어요.”
하지만 ‘삼동이네사랑방’이 커질수록 아파트 입주민들의 불만도 커져갔다. 아파트 입주민으로서는 수많은 마을 사람들이 사유공간인 아파트의 도서관에 드나든다는 불편함이 컸다. 그 상황에서 아파트 입주민 대표가 새로 선출되자 바람개비도서관은 입주자들이 직접 관리를 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마을 활동가들은 갑자기 구심점을 잃어버린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않았다. 공간 마련을 위해 활동가들에게 출자를 받아서 보증금을 모으고, 월 후원금을 받아 월세를 냈다. 처음에는 급하게 마련한 빌라에서, 이제는 중앙로에 위치한 상가 공간으로 자리를 옮겨가며 사랑방을 지켜냈다. 작년 따복 공모사업을 통해 사랑방이라고 하기에는 열악했던 상가건물을 리모델링했고, 아이들이 와도 춥지 않을 만큼 난방시설을 갖추자 따뜻한 공간이 만들어졌다. 그렇게 우여곡절이 많았던 바람개비 행복마을은 넉넉지는 않지만 정겹고, 따뜻한 마을의 사랑방으로 그 자리를 굳혔고, 이제는 마을공동체하면 우선적으로 떠올리는 마을공동체의 롤모델이 되었다.
다채로운 마을 관심사가 반영된 색색의 날개들
바람개비 행복마을에서는 마을 주민들의 관심사에 따라 수많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우선 바람개비행복마을의 초창기부터 있었던 재능기부 품앗이 강연 프로그램이었던 ‘나도쌤’은 마을의 간판프로그램으로 많을 때는 1년에 100회 정도 열릴 정도로 활성화 된 상태이다. 이곳에서는 나이도, 직업도 중요하지 않아 학부모들은 물론 중고등학생 아이들도 무언가를 가르쳐주기 위해 강연에 나선다.
독서모임은 평일에 한 개, 주말에는 두 개가 운영되고 있고, 독서모임은 아니지만 책을 활용한 모임도 다양하게 열린다. 그림책을 함께 보고, 활동하는 ‘그림책으로 힐링하는 상상나래’가 대표적인 예다. 뿐만 아니라 ‘삼동이네사랑방’에서도 책놀이, 책마을 견학, 북카페, 북캠프, 마을특강 등을 열며 여전히 ‘책으로 노는 마을’을 지향하고 있다.
“‘삼동이네사랑방’에서는 ‘기다리는 이야기’라고 해서 버스 정류장에 추천도서 리스트를 붙여 주민들이 관심을 갖게 하기도 하고, 학교 앞에 가서 아이들을 위한 ‘책 캠페인’을 열기도 해요.”
세월호를 통해 생활정치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이들은 ‘416 그리고 우리들’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교회나 성당을 빌려서 유가족과 함께 하는 토크콘서트나 촛불문화제를 열기도 했다. 416 그리고 우리들’은 나아가 의왕시 행정에도 참여하며 시민단체의 역할을 하고 있다.
‘향토문화연구회’는 의왕시의 역사와 문화를 알기 위한 활동으로, 오랫동안 의왕시 삼동에 살고 계신 분들의 구술인터뷰를 진행하고, 초등학생 아이들에게 마을의 역사를 알려주기도 한다.
마을 구성원들이 성장해가는 바람개비행복마을
이영숙 대표 역시도 다른 마을 활동가처럼 처음에는 아이와 함께 할 만한 프로그램을 참여하기 위해 삼동이네사랑방을 찾았다가 마을활동가들의 따뜻함에 그대로 자리를 잡았다.
“아이 때문에 발을 들여놓기는 했지만 결국에는 활동하는 분들이 좋아서 사랑방을 자주 찾게 됐고, 저도 봉사를 해보자는 생각에 본격적으로 활동을 하게 되었죠.”
마을을 위해 봉사한 것은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그의 아이들 역시도 ‘나도쌤’ 프로그램에 선생님으로 나서 재능기부를 했다. 그렇게 그녀와 아이들은 마을활동을 하면서 스스로 성장해나갔다. 아이들은 자존감이 높아졌고, 그녀는 자신도 몰랐던 자신의 장점을 발견했다.
“그동안은 저에게 어떤 장점이 있는지 잘 몰랐어요. 그런데 마을 활동을 하면서 많은 주민들과 어울리다보니 제 장점을 알게 되더라고요. 저는 사람들에게 동기부여를 해주는 역할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이더라고요. 바로 저에게 바람개비행복마을이 그랬듯, 마을공동체가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성장시킬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마을 공동체 자체는 지금만 해도 충분히 훌륭한 모습이니까요. 이제는 마을 공동체에 속한 사람들이 모두 쑥쑥 자라날 차례겠죠?”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