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 칭찬릴레이

“어려운 생활에 처한 어르신들을 마음껏 도울 수 있다면” [대한노인복지진흥회 최옥순 봉사자]

“어려운 생활에 처한 어르신들을 마음껏 도울 수 있다면” [대한노인복지진흥회 최옥순 봉사자]

by 안양교차로 2018.04.03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은 심각한 상태다. OECD 중 노인빈곤율이 가장 높고, 독거노인 비율도 계속 높아지고 있어 노인에 대한 보살핌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노인에 대한 대부분의 정책과 봉사활동이 아직은 열악하다. 대한노인복지진흥회에서 봉사를 이어가고 있는 최옥순 봉사자 또한 ‘마음껏 어르신들을 도울 수 있기만 해도 얼마나 좋겠냐.’며 소박한 바람을 전했다.
대한노인복지진흥회 최옥순 봉사자
대한노인복지진흥회 최옥순 봉사자
어르신을 이해하게 된 봉사자, 봉사자를 이해하게 된 어르신
2년 전, 봉사를 하고 싶었지만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잘 몰랐던 최옥순 씨는 우연한 기회에 대한노인복지진흥회 유하비 회장을 만났다. 마음먹고 제대로 시작한 봉사였지만 봉사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한, 두 달은 어르신들에게 다가가기가 어려웠어요. 어르신들의 행동을 이해하기 어려울 때도 있었고요.”
그녀가 가장 적응할 수 없었던 것 중 하나는 상한 음식을 그대로 두시는 어르신들의 행동이었다. 대한노인복지진흥회에서는 어르신들에게 도시락을 전달하는 것은 물론 집에 방문해 냉장고를 열어보고 싱크대 안에 쌓여있는 음식물쓰레기도 확인한다.
“정부나 봉사단체에서 들어온 다른 도시락이 분명히 상해서 냄새가 나거나 심지어 곰팡이가 생겼는데 이 음식을 드시는 분들이 많아요. ‘이거 드시면 큰일 나요.’라고 말씀드려도 ‘멀쩡한 음식을 왜 버리냐.’며 화를 내시는 분들도 있죠.”
그렇게 한, 두 달 실랑이를 벌이고 나니 최옥순 씨는 어르신들을 나름의 방향으로 이해하게 됐다.
“처절하게 살아오신 세월이 어르신을 그렇게 만들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쟁과 가난을 겪은 세대를 겪으셔서 그런지 버리는 것에 익숙지 않으세요. 썩어나갈지언정 본인께서 버리지는 못하시는 거죠.”
또한 어르신들도 그녀를 점차 믿기 시작했다. 그녀가 음식을 버리면 문제가 있으려니 하고 받아들이시고, 이렇게 매주 와서 어르신들을 살피는 그녀에게 감사를 표현하신다. 유하비 회장이 ‘최옥순 봉사자만큼 봉사하는 사람이 없다’고 단언할 정도로 그녀가 어르신들에게 정성을 다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녀는 어르신 댁에 가면 설거지와 청소는 물론 음식물쓰레기 처리까지 굳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제가 일요일에 쉬지 않고 어르신들에게 가면 그 분들에게 말벗이라도 해드릴 수 있잖아요. 소주라도 한 잔 하고 싶으실 때 같이 술 한 잔 기울여드릴 수도 있고요. 어르신들이 문 열어두고 얼마나 기다리고 계실까 생각하면 가족과 다름없을 정도로 애틋하죠. 당연히 댁에 찾아뵈면 몸이 더 성한 제가 움직여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고요.”
어르신들 중 도울 수 있는 경우는 일부분일 뿐
처음에는 자신의 물건 하나라도 건드리는 것을 싫어하시던 어르신들은 이제는 자신이 가진 것들을 조금이라도 나누려고 하신다.
“어떤 엄마는 밥을 해놓고 기다리시기도 하고, 고구마를 삶아서 얼른 먹으라며 쥐어주실 때도 있어요. 다른 어르신도 주말은 약속도 안 잡으시고, 저희만 기다리셔서 저희가 가져간 반찬에 술 한 잔을 같이 드시고 싶어 하기도 하시고요.”
한편 어르신들을 돌보면서 마음 철렁한 순간도 적지 않았다. 아흔이 넘은 어르신 댁으로 가는 길, 늘 열려있던 문이 그날따라 닫혀있었다. 놀라서 문을 열어보니 어르신께서 기력이 없으셔서 몸을 일으키시지도 못하고 계셨다. 가져온 음식을 열고 수저로 밥을 몇 술 떠먹여 드리니 조금 뒤에 그나마 기력을 되찾으셨다.
“저희한테 ‘이제야 기운이 생긴다.’고 말씀하시면서 ‘이렇게 고마운데 뭐로 보답하누’하시는데 기운을 차리신 것만으로도 저희는 정말 감사하더라고요.”
하지만 이렇게 도와드릴 수 있는 어르신도 한정되어 있다. 늘 유쾌하고 농담을 자주 던지셨던 한 어르신은 집에 찾아뵈러 가도 뵐 수가 없었다. 알고 보니 그 사이 교통사고가 났었고, 어르신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에 요양원으로 옮겨지셨다고 했다. 어르신은 답답한 요양원이 아닌 집으로 가시고 싶어 하셨지만 그녀는 단순 봉사자 신분으로 보호자 역할을 할 수 없어 어르신을 집으로 모시고 올 수 없었다. 어르신은 아직도 요양원에 계신다.
진심으로 어르신들을 대하는 봉사자를 기다리며
그녀는 봉사를 하며 스스로 많은 변화가 생겼다. 과거에는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철없는 딸이었던 그녀는 이제는 어머니에게 자주 찾아뵈며 안부를 묻는다.
“이전에는 멀리 계신다는 핑계로 자주 찾아뵙지도 못했어요. 그런데 봉사를 하면서 다른 어르신들을 보니까 저희 어머니가 얼마나 외로우실까 하는 생각에 자주 뵈러 가게 되더라고요.”
그녀는 자신처럼 봉사를 마음먹었지만 아직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이들에게 자신 있게 말한다.
“진정성만 있다면 한번 시작한 봉사가 오랫동안 이어질 겁니다. 소외된 계층을 돌보는 봉사는 늘 봉사자가 부족해요. 많은 분들이 봉사를 함께 하면서 봉사의 뿌듯함을 같이 느꼈으면 좋겠어요.”
그녀도 이렇게 봉사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많은 사람들이 어려운 이웃에 무관심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부모님을 모시듯 진심으로 어르신들을 돌봐드릴 수 있는 봉사자들이 많지가 않아요. 또 봉사단이 다른 걱정 없이 봉사만 생각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지도 않고요. 언젠가는 하고 싶은 만큼 마음껏 봉사를 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