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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이들의 후견인이 되어주세요” [함께 걸어가는 세상 “터” 신찬선 센터장]

“어려운 이들의 후견인이 되어주세요” [함께 걸어가는 세상 “터” 신찬선 센터장]

by 안양교차로 2018.03.27

2013년 7월부터 시행된 성년후견인 제도는 질병, 장애, 노령 등으로 정신적 제약을 가진 이들이 자신의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후견인을 선임하는 제도로 주로 치매 어르신이나 지적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들을 포함해 독거어르신들, 다문화 가정, 소년소녀 가장들에게도 공공후견인이 필요하다. 함께 걸어가는 세상 “터”에서는 공공후견서비스가 필요한 이들 모두에게 공공후견은 물론 생활에서 필요한 소소한 일까지도 도와주며 함께 걸어가는 세상을 만들고 있다.
함께 걸어가는 세상 “터” 신찬선 센터장
함께 걸어가는 세상 “터” 신찬선 센터장
공공후견지원으로 어려운 이웃들의 발이 되어주다
신찬선 씨가 성년후견인 제도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장애 쌍둥이 자녀 때문이었다. 아빠가 세상을 먼저 떠나면 남겨질 아이들에 대한 걱정으로 성년후견인 제도 교육을 받으며 그는 더 많은 이웃들에게 성년후견인 제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희는 만 19세 이상인 성년을 위해서만 후견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지자체에서 돌볼 수 없는 사각지대에 계신 분들의 후견인이 되어드리고 있어요.”
공공후견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세운 함께 걸어가는 세상 “터”는 그 결심 그대로 어려운 이들이 세상을 걸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발이 되어 주고 있다. 예를 들어 혼자 살고 있는 장애인 및 독거어르신들 께서 이동이 어렵다며 함께 걸어가는 세상 “터”에 전화를 하면 당장의 이동만 지원해주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장애인이동지원서비스(착한수레)를 받을 수 있도록 서류를 챙겨주고, 신청방법과 함께 접수를 도와준다.
공공후견서비스 이외에 착한일손서비스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세 들어 살고 있는 어르신들이나 소년소녀가장의 집수리가 필요한 경우에도 함께 걸어가는 세상 “터”가 나서서 이를 해결한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어려우신 분들이라고 해서 세를 싸게 드렸는데, 만약에 보일러가 고장 나거나 수도가 고장 났다고 해서 수리를 해달라고 하면 좋지만은 않잖아요. 그럼 다음 계약 때 다른 세입자를 받을 수도 있고요. 그래서 저희가 나서서 집주인에게 ‘자재비용만 지원해주시면 인건비 없이 수리해드리겠다’고 말씀드려요. 집주인 입장에서는 최소한의 돈으로 집을 고칠 수 있어서 좋고, 세입자 분들은 돈 안 들이고 생활이 편해져서 좋죠.”
소년소녀가장의 주거문제해결부터 몽골아이의 치료까지
이렇게 봉사를 하며 기억에 남는 일도, 사람도 많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 중 한 명은 현재는 중학생이 된 소녀가장 아이다. 장애가 있는 아빠와는 따로 살면서 90세가 넘은 할머니를 모시는 아이는 눈에 띌 정도로 친구들도 없이 지냈다. 그 모습을 보게 된 신찬선 센터장은 그 아이의 집을 방문해 보고는 말문이 막혔다. 아이와 할머니는 화장실이 없는 창고 같은 곳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싱크대에서 고양이 세수를 한다는 말을 듣고는 자비로 이동식 화장실을 사서 텃밭에 놓아주었다. 그렇게 인연을 맺기 시작한 것이 6년이 되었다. 그 아이는 이제 매주 일요일 이곳에 와서 봉사를 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받기만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도 어렵지만 무엇이라도 다른 사람들과 나누려고 하는 모습이 저에게는 감동적이었어요.”
또한 3~4년 전 만났던 몽골 14세 소녀도 기억에 생생하다. 다문화가정인 이모에게 조카의 이야기를 우연히 듣게 되었다. 자신의 조카는 한국에서 수술을 받았는데 그 후유증이 심하여 한국을 다시 찾는다는 말에 그는 아이를 만나 자신이 자주 다니던 한의원을 소개시켜 주고, 아이를 데리고 가서 상담을 도왔다. 그리고 6개월간 한의원을 다닌 결과 아이는 후유증을 완벽하게 치료받을 수 있었다.
“다행히 저뿐만 아니라 한의원 원장님께서도 많이 이 아이를 도와주셨어요. 치료비는 물론이고, 아이를 위해서 한약도 무료로 지원해 주셨죠. 결과가 굉장히 좋아서 저도 뿌듯했어요.”
함께 걸어가는 세상 “터”의 도움을 받아 비자연장과 국적을 취득한 이주자만 해도 수 명에 이르고, 컴퓨터를 무료로 지원받은 가정은 20가정이 넘는다. 사회복지단체에서 받을 수 있는 낙상방지 물품을 지원받게 된 어르신들도 많다.
어려운 이웃들과 손잡고 함께 걸어가는 세상을 위해…
그는 함께 걸어가는 세상 “터” 센터를 행복한 마음으로 운영해 나가고는 있지만 이 과정이 쉽지는 않다. 그는 밤에 아르바이트를 해서 사무실 운영비를 충당하고, 장애인 휠체어 차량을 운행한다. 국가 예산도 전혀 받지 않고, 순수하게 봉사로 하는 일이다보니 늘 비용문제에 허덕이게 된다. 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함께 걸어가는 세상 “터” 사무실에는 늘 일손이 부족하다. 어려운 이웃들은 자신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기면 이곳에 먼저 전화를 건다.
“일을 하다 보니 더욱 손길이 필요한 곳이 많다는 것을 느껴요. 국가나 지자체에서 많은 사람들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지만 이들은 법이나 제도 안에서만 지원할 수 있어요. 하지만 법과 제도를 떠나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이 많은데 지원대상이 되기도 쉽지 않고요.”
그래서 그는 선진복지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각 지역마다 이러한 맞춤형 공공후견지원센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자체에서 챙기기 어려운 이웃들에게 가장 먼저 손을 내밀어 줄 수 있는 후견인들이 모든 지역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각지대를 발굴하고, 가까이에서 이웃들의 일을 두 손 걷어붙이고 도와주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손잡고 함께 걸어가는 사회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