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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뜨기처럼 엉키고 풀려나가는 봉사 이야기” [정화봉 봉사자]

“실뜨기처럼 엉키고 풀려나가는 봉사 이야기” [정화봉 봉사자]

by 안양교차로 2018.03.13

정화봉 봉사자는 늘 주머니에 실 꾸러미를 가지고 다니다가 심심할 때면 실을 꺼내 실뜨기를 시작한다. 그녀의 손에서 실은 춤을 추며 어떨 때는 고양이 수염으로, 어떨 때는 기차로 변하며 이야기를 풀어냈다. 그녀의 봉사도 이 실과 같았다. 아무런 연관성도 없어보이고, 특별해 보이지 않았던 활동들이 서로 엉키고, 자라나면서 하나의 이야기로 탄생했다.
정화봉 봉사자
정화봉 봉사자
장애인들과 즐기는 종이접기와 전통놀이
정화봉 봉사자가 봉사를 시작한 건 지금으로부터 7~8년 전, 운동을 하면서 이웃들과 친해지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이웃들은 가까운 복지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봉사에 대해 이야기하곤 했고, 그녀도 어느새 봉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녀는 시청에 있는 자원봉사 센터에서 동아리 활동을 하며 배운 종이접기를 장애인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그녀는 취업이 어려운 장애인들이 교육, 취업 준비는 물론 생산활동을 병행하는 사회적 기업인 벼리마을에 있는 장애인들과 함께 종이를 접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수리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는 투호와 제기차기, 구슬치기 등 전통놀이를 가르친다. 이렇게 두 곳에서 그녀는 장애인과 함께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고 한다.
“우리는 겉만 멀쩡하지, 순수함을 다 잃어버렸잖아요. 그런데 그 분들은 정말 순수해요. 저를 정말 반가워해주고, 무엇이든 함께 할 때 참 즐거워해줘요. 그러다보니 저도 즐겁게 봉사를 하게 되죠.”
처음에 종이접기와 전통놀이를 가르쳐줄 때는 쉽지만은 않았다. 충분히 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안하겠다며 고집을 부릴 때도 있었다. 하지만 가르쳐주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그 마음도 달라진다.
“자꾸 하다보면 손도 익숙해지니까요. 그리고 종이접기든 전통놀이든 못하면 또 어때요. 함께 즐겁게 즐길 수 있으면 됐죠. 오래 봉사를 하면서 보니 벼리마을에 있던 친구들이 수리장애인종합복지관으로 가고, 수리복지관에 있던 친구들이 벼리마을로 가더라고요. 저를 다시 만나면 그렇게 반가워해줘요.”
아이들과 장애인들을 위한 봉사활동
일주일에 한 번, 그녀는 평촌도서관을 찾는다. 11~13명 정도 되는 봉사자들이 모여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간단한 장난감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동아리에 속해있기 때문이다. 6살에서 7살 정도 되는 아이들이 이 시간만 되면 눈을 반짝이며 봉사자들 앞에 앉는다. 동화에 코끼리가 나오면 후 불어서 코를 움직일 수 있는 코끼리를 만들고, 개구리가 나오면 빨대를 안에 넣어 팔짝 뛸 수 있는 개구리를 만든다.
“제가 아이들을 워낙 좋아해요. 이렇게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장난감을 만들어주면서 제가 젊어지는 기분이에요. 만약에 약간의 보수라도 받으면 부담스러운 기분이 들텐데, 봉사를 하다보면 똑같은 것을 해도 부담이 없고 즐거워요. 보람이 크고요.”
기증받은 물건을 판매해 수익금을 장애인들의 교육에 쓰는 나눔가게도 그녀가 봉사하는 곳 중 하나다. 수리장애인복지관을 찾는 이들은 나눔가게에 기증을 하기도 하고, 이곳에서 물건을 사기도 한다. 비록 공간이 넓거나 물건이 다양하지는 않지만 좋은 물건을 저렴하게 살 수 있어서, 또 자신이 쓰지 못했거나 깨끗하게 썼던 물건을 장애인을 위해 기증할 수 있어서 많은 이들이 나눔가게로 들어선다.
다른 이들과 나누는 즐거움
그녀는 봉사를 하면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한다.
“뭘하든 집에 그냥 있는 것보다는 밖에 나와서 활동하는 게 생동감이 넘쳐요. 해야 할 무언가가 없으면 게을러지잖아요. 그런데 할 일이 있으면 활동적으로 움직이게 되니까요. 또 활동하다보면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더 많은 활동을 하게 되죠.”
봉사를 하면서 배우게 된 종이접기와 전통놀이도 그녀에게는 큰 즐거움이 되었다.
“종이접기를 하면서 요즘 엄마들이 종이접기를 배우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들이 놀거리가 없어서 스마트폰만 붙잡고 있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아이에게 종이접기를 알려주다보면 재미도 있고, 지능발달에도 도움이 되니까요.”
반면 전통놀이는 어르신들에게 인기가 좋다. 복지관 가면 어르신들이 다른 것들은 모두 기억을 못하셔도 공기놀이는 기억하신다.
“기술 같은 것들은 시간이 지나도 안 잊혀지니까요. 전통놀이를 다들 잘하세요. 이렇게 종이접기와 전통놀이를 배우면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기쁨도 얻을 수 있어요. 이를 이용해 봉사를 할 수 있다면 그 기쁨은 더욱 커지겠죠.”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