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 칭찬릴레이

“죽음의 고비에서 배운 삶의 가치를 전달합니다” [김지아 크리스토퍼 평생교육원 강사]

“죽음의 고비에서 배운 삶의 가치를 전달합니다” [김지아 크리스토퍼 평생교육원 강사]

by 안양교차로 2018.01.16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온 그녀는 병상에 눕기 이전과 같은 물리적 시간을 이전과 똑같이 흘려보내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과 같은 질병을 앓는 이들에게는 희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자신처럼 죽음에 가까이 가고 있는 이들에게는 경험을 알려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게 그녀는 많은 환자들과 노년층에게 강의하며 매시간 삶의 의미를 가르쳐주고, 삶의 가치를 배우고 있다.
김지아 크리스토퍼 평생교육원 강사
김지아 크리스토퍼 평생교육원 강사
항암환자들의 선배이자 희망
김지아 씨는 4년째 한림대학교에서 일주일에 한 번 핑크리본 멘토링 프로그램인 ‘핑크리본 고리 맺기’ 봉사활동을 하고 강의를 하며 항암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그녀가 이렇게 환자들의 멘토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녀가 유방암 환자인 동시에 유방암 생존자이기 때문이다.
“저는 오랫동안 항암치료를 받았어요. 바로 옆에서 치료받으셨던 분들이 돌아가시는 경우도 수차례 겪었죠. 유방암과 싸우면서 많은 것들을 잃기도 했지만 반면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싶다는 열망을 얻게 되었어요.”
외국의 경우에는 자원봉사자들이 환자들을 돌보는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다. 의료진들은 환자를 살리기 위한 의료적인 행위에 집중하고, 자원봉사자들은 환자들이 느끼는 공포감과 두려움을 돌봐주는 역할을 맡는다. 이를 한림대학교 병원에서 벤치마킹해 ‘핑크리본 고리 맺기’ 프로그램으로 정착시켰다.
“환자분들은 단순히 질병으로 인한 고통 때문에 공포와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질병으로 인해 세상과 단절될 것이라는 공포와 두려움을 갖고 계세요. 질병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평소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생각을 하시는 거죠. 저 역시 그랬고요. 그래서 저는 병을 극복한 이후에 더 많은 활동을 하면서 제 삶의 가치가 더 높아지고, 더 행복해졌다고 말씀드리는데, 이런 말들이 큰 힘이 되시는 것 같아요.”
또한 그녀는 기업체나 CEO를 대상으로 한 상공회의소에서 진행하는 크리스토퍼 리더십 강연도 재능기부로 진행한다.
“결국 핑크리본 고리 맺기와 크리스토퍼 리더십 수업이 똑같은 것 같아요. 우리가 누군가에게 의미를 주거나 어떤 가치를 부여하려면 제가 열심히 살아야 하잖아요. 제가 드린 말씀이 제 삶으로 드러나야만 그 의미가 있으니까요. 이 강연들은 저를 더 열심히 살게 해요.”
웰다잉에 대한 쉽지 않은 이야기
이렇게 멘토링 봉사활동을 주로 하던 그녀는 점차 웰다잉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고, 더 체계적인 공부를 위해 노인통합교육지도사가 되었다. 그 후 그녀는 작년부터 한여름과 한겨울을 제외하고 일주일에 네 번씩 경로당을 방문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저는 죽음에 대해서 비교적 편안하게 얘기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어르신들도 공감을 많이 해주시고요.”
그녀는 고령화시대, 점차 많아지는 어르신들을 위해서도 이 강의가 필요하지만 그녀자신에게도 장년층, 노년층이 되어가는 과정을 미리 경험할 수 있어서 그 의미가 크다고 말한다.
“저는 단순히 어르신들한테 수업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매시간 제가 배우는 바가 많거든요. 그래서 재능기부를 할수록, 어르신들을 통해서 저의 역량도 강화되고 강의 폭도 넓어진다고 생각해요.”
이 프로그램은 ‘건강한 삶, 화목한 삶. 준비하는 삶. 의미 있는 삶’을 주제로 하는 교육 프로그램이지만, 단순히 강연만으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어르신들은 강의만 하면 지겹고 힘들어 하세요. 3인 1조가 되어 좋아하시는 가요도 불러드리고, 다양한 놀이도 같이 하면서 흥미를 유도하죠. 어르신들이 가장 좋아하는 활동은 그 중에서도 역할극입니다. 각 주제에 맞추어서 연극을 보여드려요. 연극을 통해서 생각해볼만한 주제를 던져드리면 어르신들이 자연스럽게 얘기를 시작하세요. 그 이야기를 토대로 수업을 진행하죠.”
잘 살아가는 것과 잘 죽어가는 것
그녀는 어르신들한테 아름다운 노년을 마무리 하는 방법과 정리하는 삶에 대한 강의를 주로 하는 편이다.
“어르신들한테 죽음을 얘기해야 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너무 어렵다고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수업을 하면 할수록 어르신들에게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이 자존감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저는 마지막 수업을 ‘그동안 열심히 살아온 나에게 칭찬해주는 시간’으로 꾸며요. 자존감 치유프로그램으로 제가 저를 껴안고 이름을 불러주고 자기를 칭찬하는 시간이죠. 아주 짧은 시간이긴 하지만 어르신들 중에 눈물을 보이시는 분들이 많아요. 많은 분들이 그동안 누군가의 어머니, 아버지로 불렸지 본인 이름을 불려본 적이 적다고 하시더라고요.”
이렇게 수업이 끝나고 나면 어르신들의 반응이 뜨겁다. 처음에는 고스톱 쳐야 하니 오지 마라는 경로당에서도 일주일이 지날수록 마음의 문을 열고, 다음 주에도 또 오라며 손을 잡는다.
“어르신들의 이런 반응에 제가 오히려 치유가 되는 기분이죠. 지혜로운 어르신들을 보며 배우는 점도 많고요.”
잘 살아가는 것과 잘 죽어가는 것, 어쩌면 이 둘은 일생일대를 걸고 풀어야할 가장 어려운 문제다. 이 문제의 해답은 결국 우리 자신에게 있겠지만 이 해답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그녀로 인해 누군가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