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 칭찬릴레이

“알고 보면 우리 주변에도 어려운 이웃이 많습니다” [박재우 봉사자]

“알고 보면 우리 주변에도 어려운 이웃이 많습니다” [박재우 봉사자]

by 안양교차로 2018.01.09

기침과 사랑, 그리고 가난은 숨길 수 없다지만 가난을 숨기고 살아가는 이들은 생각보다 훨씬 많다. 가난이 드러났을 때 그로 인해 도움받기 보다는 그로 인해 무시를 당하거나 피해를 입는 경우가 더 많으므로 가난한 이들은 기침과 사랑은 숨기지 못해도 가난은 숨긴다. 우리 주변에는 가난한 이들이 없다고 생각하는 믿음은 각각의 사정을 알게 될수록 쉽게 깨어진다.
가족에게 새 집을 선물하는 ‘집수리 전문가’
박재우 봉사자는 지금부터 3년 전 같은 성당의 봉사자에게서 집수리 봉사를 추천받았다. 성당에 다니기 전부터 다른 이들을 위해 도움을 주고 싶었다는 그는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바로 행동에 옮겼다.
“제가 가진 것도 많지 않고, 비록 특별한 기술도 없지만 가구와 짐을 옮기고, 청소하는 것만이라도 하고 싶었어요.”
집수리를 하기 위해서는 안에 있던 짐들을 모두 드러내고, 도배와 장판 등을 새로 한다. 그 과정에서 가구가 필요하면 새로 가구를 구해주기도 하고, 이전까지 전기나 수도에 문제가 있었다면 이를 손보기도 한다. 게다가 집수리를 하루 만에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에 분주하게 움직여야만 한다. 특히 이 집이 엘리베이터가 없는 4~5층 건물이라면 일은 더 어려워진다. 가구며 옷, 이불까지 모두 빼서 1층에 두고, 집수리가 마무리되면 이를 모두 다시 옮겨야 한다. 그냥 오르내리기도 힘든 계단을 무거운 짐을 들고 오르내리면 거의 탈진 상태에 가까울 정도로 힘이 빠진다. 그럼에도 그는 집수리를 하면서 오히려 본인이 감사함을 느낀다.
“한 번은 할아버지와 손녀, 손자가 사는 조손가정의 집수리를 한 적이 있어요. 할아버지가 굉장히 연로하신 편이었는데, 자신보다도 아이에 대한 걱정이 굉장히 많으시더라고요. 집수리를 하다보면 그 집의 살림살이를 다 살펴볼 수밖에 없는데, 딱 보기에도 굉장히 어려운 형편에서 살아가는 게 눈에 보였어요.”
그 집을 정리하면서 옷장에 있는 할아버지의 옷들을 보게 되었다. 회사의 로고가 그려져 있는 아주 낡은 옷을 버리려 할 때 할아버지는 그 옷만은 남기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그 밖에도 할아버지가 젊었을 때 입으셨던 옷들은 먼지를 뒤집어쓴 채로 낡았지만 소중하게 간직되고 있었다. 그는 제대로 옷 정리도 못한 채 먼지만 털고 그 옷을 다시 걸었다.
“저희가 집수리를 마치고 나올 때 할아버지께서 나오셔서 울먹울먹 하시면서 고맙다고 손을 잡아주셨어요. 저도 모르게 눈물이 같이 나더라고요. 그 분은 저에게 감사하다고 하셨지만 저 역시 이렇게 도움을 드릴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이었죠.”
아이들에게 선물을 전달하는 몰래산타
그는 일 년에 세 번, 아이들을 위해 산타가 되는 몰래산타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 케이크 한 번 사먹기 어려운 이들을 위해 몰래산타는 케이크와 선물을 전달하며 가족들과의 단란한 한때를 보낼 수 있도록 해준다. 그는 이렇게 몰래산타를 하면서 방치되거나 혹은 부모님만의 노력으로는 돌보기 힘든 아이들을 마주치게 되었다.
“다문화가정의 경우에는 아이들이 방치되는 경우가 많아요. 엄마, 아빠 모두가 근무조건이 좋지 않은 직장을 다니는데, 근로시간은 길고, 급여는 좋지 않죠. 가정형편이 좋지도 않을뿐더러 아이가 엄마, 아빠와 놀 수 있는 시간도 거의 없어요. 그러면 아이들만 하루종일 집에 남아있어요.”
장애아동들도 눈에 밟힌다. 그가 처음 몰래산타 봉사를 시작했을 시기, 한 장애아동은 그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장애아동을 대하는 것이 처음이었고, 그 역시 아이에게 뭔가 해주고 싶은 것은 많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말이 통하지 않는 아이지만 마음만은 전달되었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그 와중에 아이 엄마는 말도 통하지 않는 아이를 잘 받아주면서 행동하시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면서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죠.”
그 밖에도 그는 성당에서 하는 소소한 봉사들과 병원에서 환자들을 위해 기도해주는 봉사 등도 하면서 어려운 이들을 위해 손을 내밀어주고 있다.
눈을 돌려보면 만나게 되는 어려운 이웃들
그는 봉사를 시작하면서 생각보다 주변에 어려운 이웃들이 많아 놀랐다고 말한다.
“요즘에는 어르신들이든, 아이들이든 ‘사정이 어렵다’고 표현하고 다니시지 않잖아요. 요즘에는 길거리를 걷다보면 밥 못 먹고 사는 사람들은 하나도 없는 것 같고요. 그런데 실제로 조금만 들여다보면 어렵게 사시는 분들도 많고, 도움이 필요한 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봉사를 적극적으로 권유한다. 아직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지만 본인만의 도움으로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봉사하겠다고 말했던 이들도 막상 봉사하는 날이 되면 사정이 생겨서, 혹은 봉사에 대한 우려로 봉사에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봉사라는 것을 할 때는 남을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봉사를 하고나면 봉사는 나를 위해서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내가 다른 사람을 도우면서 땀 흘리는 기쁨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어요. 내 삶을 다시 돌아보게 되기도 하고요. 살아가면서 이러한 경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죠.”
그는 그래서 자신의 자녀들에게도 봉사활동을 함께 가자고 자주 말을 꺼내지만 아이들은 아직 아빠의 봉사활동에는 큰 관심이 없어 안타깝다.
“집수리 봉사를 하면 아빠와 아들, 딸이 같이 오는 경우도 많아요. 중학생 이상의 자녀가 있으신 분들이 특히 많죠. 저도 그래서 아이들에게 ‘같이 갈래?’라고 가끔 물어보기는 하지만 함께 봉사한 적은 없어요.”
그는 앞으로도 봉사를 이어나가며 주변에 가족과 동료, 친구들에게 봉사를 널리 알릴 것이다. 봉사의 보람을 함께하는 것만한 행복이 없다고 단언하기 때문이다.
취재 강나은 기자(naeun11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