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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학습을 책임지는 마을 사랑방 [노루목작은도서관 최미경 관장]

평생학습을 책임지는 마을 사랑방 [노루목작은도서관 최미경 관장]

by 안양교차로 2017.12.26

인생 2모작, 3모작 시대가 열리자 그동안 큰 관심을 받지 못했던 평생학습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평생 일했던 직업을 그만두고 노년의 또 다른 시작을 위해, 혹은 전업주부로서의 삶이 아닌 자신이 주체가 된 삶을 위해, 혹은 건강과 삶의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서도 평생학습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멀리 나갈 필요 없이 동네에서 평생학습을 할 수 있는 곳, 작은도서관과 행복학습센터다.
마을 사람들의 꿈을 키우는 노루목작은도서관
최미경 관장은 주민자치회 간사이자 노루목작은도서관 관장 대행으로 도서관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2013년 4월에 시작했을 때는 대출반납밖에 하지 못하던 그녀는 어느덧 혼자서 프로그램을 짜고, 실행하는 일당백 관장이 되었다.
“노루목작은도서관이 2012년 6월 27일에 등록하고 7월 5일에 개관했어요. 제가 들어왔을 때 보니 보조비는 남아있는 상태인데 아직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지 않았어요. 보조금을 받고 아무데도 쓰지 않기에는 아깝잖아요. 그래서 2013년 9월부터 프로그램을 만들기 시작했죠.”
우선은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인 ‘독서골든벨’을 기획했다. 요즘 책을 잘 읽지 않는 아이들에게 독서습관을 길러주기 위해 골든벨의 형식을 빌려 독서퀴즈를 내고 답을 맞추면 상을 주었다. 처음 75명이 참가했던 이 행사는 이제 학교 강당과 다목적실에서 대규모로 열릴 정도로 커졌다. 학교 교사들이 나서 문제를 출제하고 있어 문제의 공정성도 높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6학년 아이들이 가족과 나들이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열어 부모님을 동반해 고궁이나 세계다문화박물관에 가기도 하고, 사과를 따는 체험을 하기도 했다.
“올해에는 세계다문화박물관에 다녀왔는데 ‘정말 좋았다’고 하시더라고요. 다문화박물관이다보니 외국인 선생님들이 고국의 문화에 대해 직접 설명도 해주셨고, 아프리카전통 악기 체험도 해봤어요. 다들 잊지 못할 즐거운 추억을 남기고 올 수 있었죠.”
물론 성인들을 위한 프로그램인 종이접기, 냅킨아트 등의 프로그램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작은도서관 책장 위에는 이러한 작품들이 빼곡하게 전시되어 있다.
“원래는 더 많은 작품이 많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다른 전시회에 나가있거나 집으로 가져가신 작품이 많아 지금은 얼마 안 남아있네요.”
마을 사람들의 행복을 책임지는 행복학습센터
최미경 관장은 행복학습센터도 맡아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행복학습센터는 지역 주민이라면 누구나 가까운 곳에서 평생학습을 누릴 수 있도록 설치한 동 단위의 평생학습 공간으로, 지역 사회에 필요한 맞춤형 평생교육 사업이다.
4년 전 처음 행복학습센터가 문을 열었을 때는 마을리더교육, 돌봄간병, 건강 체조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모두 만족도가 높았다. 돌봄 간병의 경우, 가톨릭대학교 교직원들이 직접 와 강연해 더욱 뜻깊었고, 마을리더교육은 우리 마을에서 개선해야 할 점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개선을 위해 힘쓰는 활동으로 이루어졌다. 건강 체조는 스트레칭을 하는 동시에 마을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장이 되어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했다.
“처음에는 체조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실버체조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그랬더니 행복학습센터는 나이 드신 분들만 오는 곳이라고 생각하신 건지 인원이 모이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이름을 건강체조로 바꾸었어요. 그 이후에는 눈에 띄게 활성화가 됐어요. 요즘에는 동네 사람들이라고 해서 친근하게 지내지 않잖아요. 그런데 행복지원센터에 주기적으로 모여서 스트레칭을 하다 보니 동네 사람들과 얼굴을 익히고 대화를 나누게 됐어요. 특히 어르신들은 이곳에서 오래 사셨던 분들이시니까요. 과거에 미용실이 사랑방 역할을 했다면 이제는 행복학습센터가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어요.”
주민의 성장, 마을의 성장이 이뤄낸 나 자신의 성장
최미경 관장은 평생학습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하며 주민의 성장과 마을의 성장을 이뤄낸 동시에 자신의 성장도 이뤄낼 수 있었다.
“저도 여기에 와서 배우면서 일을 했어요. 집에 있으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고작일텐데 이곳에 와서 활동하다보니 더 행동반경이 넓어졌어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군포시에서 하고 있는 활동들에도 더 관심을 갖게 되고요. 봉사할 기회도 더 많이 생겼어요.”
그녀는 이제 군포시 마당발로 거듭났다. 작은도서관과 주민자치회, 행복학습센터에서 활동하는 것은 물론 복지관에서 배식 봉사를 하고, 평생학습관 전시회에서도 전시에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러다보니 아는 얼굴이 점점 더 많아졌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노하우도 생겼다. 작은도서관에서 아이들을 위해 진행했던 책과 연관시킨 요리수업은 독서대전에서도 많은 호응을 얻었다.
“유치원 아이들부터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요리 수업인데요. 아이들이 쿠키를 만들어서 집에 가져갈 수 있게 했어요. 쿠키를 만드는 과정에서는 책과 연계 수업도 하고요.”
그녀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큰 즐거움을 느낀다. ‘이 프로그램 또 언제 시작하실 예정이세요?’ 하는 말은 그녀에게는 더할 나위없는 칭찬이다. 최미경 관장은 ‘지역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은데 아직 홍보가 안 되는 점이 안타깝다’며 말을 이었다.
“이러한 지역 프로그램은 아시는 분들만 아세요. 아시는 분들은 홈페이지나 게시판을 자주 챙겨보시는데 그렇지 않으신 분들은 어디서 정보를 얻는지 전혀 모르세요. 주변에 눈 돌려보면 참여할 행사, 봉사할 곳이 정말 많아요. 이번에 군포시 작은도서관 51호점이 생겼어요. 지금 막 생긴 곳이라 많은 참여와 봉사가 필요할 겁니다. 이를 통해 자기 시간도 활용하시면서 저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내셨으면 좋겠어요.”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