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 칭찬릴레이

“진정한 봉사를 위한 한 걸음” [정영화 봉사자]

“진정한 봉사를 위한 한 걸음” [정영화 봉사자]

by 안양교차로 2017.12.18

정영화 봉사자는 최근 봉사의 기쁨에 새롭게 눈 떴다. 무려 10여 년간 봉사를 이어왔던 그녀였지만 최근 3년간의 봉사와 그 이전과의 봉사는 비교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저 봉사를 한다는 것만으로 만족했던 이전과 진심을 가득 담은 봉사를 하는 지금은 전혀 다르다. 그녀는 이제야 진정한 봉사를 위해 한 걸음 다가갔다고 말한다.
청출어람, 제자의 봉사에 감명 받다
2002년 정선아리랑을 듣고 감명을 받은 정영화 봉사자는 그 이후로 군포문화예술회관에서 경기민요를 배우기 시작했고, 타고난 재능과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국악인의 자리에 앉았다. 이후 그녀는 자신이 가장 자신 있게 쓸 수 있는 재능이 목소리라고 생각하며 복지관, 요양원 등에 가서 국악 봉사를 꾸준히 이어왔다.
“아마 지금도 대부분의 공연봉사가 그렇겠지만 저도 가서 줄서서 노래만 부르고 나왔어요. 노래가 끝나면 어르신들이 박수를 쳐주세요. 그럼 저도 마무리 인사를 하고 옷 갈아입고 나왔죠.”
화성시청에 위치한 노인복지회관에서 민요를 가르치던 정영화 봉사자에게 한 제자가 와서 말했다.
“제가 봉사를 하러 가는데, 장구를 쳐주실 수 있을까요?”
평소에도 봉사를 했던 그녀였기에 이는 어려운 부탁이 아니었다. 그녀는 흔쾌히 그 제자를 따라 봉사에 나섰다. 그러나 그 제자가 하던 봉사는 자신이 하던 봉사와는 달랐다. 서서 노래만 부르는 것이 아니라 어르신들 한 분, 한 분의 손을 잡아가며 마음을 어루만져주었다. 어르신들의 반응도 달랐다. 정영화 봉사자가 노래를 부를 때 그저 듣기만 하던 어르신들은 제자인 박명옥 씨가 부를 때 훨씬 표정이 살아있었다. 게다가 노래를 부르는 중간 중간 함께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셨다. 10분만 불러도 힘든 노래를 40분간 쉴 새 없이 부른 제자는 노래를 부르고 나서도 어르신들을 끝까지 챙겼다.
“이런 게 봉사라는 것을 그때 깨달았어요. 나는 그동안 봉사한다고 하면서 형식적으로만 임했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고요.”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봉사를 이어나가며
이후 정영화 봉사자는 박명옥 씨가 봉사할 때마다 함께하는 것은 물론, 박명옥 씨가 봉사할 때처럼 어르신 한 분, 한 분과 눈을 마주쳤다. 과거와는 달리 모든 봉사가 감동적이고, 눈물이 났다. 한 번은 요양원에 방문했더니 다른 어르신들은 공연을 보기 위해 강당에 나와 있는데, 한 방에서는 인기척은 들리지만 나오지 못하고 계신 어르신이 계셨다. 몸이 불편하기에 나올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때 박명옥 씨는 방에 들어가서 그 어르신의 손을 잡고 노래를 불렀다.
“그 모습을 보고 나도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셋이 같이 울었어요. 그 어르신의 모습이 어쩌면 우리의 미래 모습이기도 하잖아요.”
또 하나, 봉사를 가면서 절대 빈손으로 가지 않는다. 회비로 간단한 군것질 거리라도 들고 가고, 한 시간 가까이 어르신들이 원 없이 즐기실 수 있도록 분위기를 이끌어간다. 요양원이나 복지관에서는 ‘이만큼 충실하게 봉사하는 봉사자들이 없다’며 이들을 환영한다.
또한 독거노인을 위한 위문 공연에 참여했던 10명의 봉사자들 중 다른 이들은 공연이 끝나면 바로 옷을 갈아입지만 박명옥 씨만은 공연이 끝나고도 어르신들이 식사하는 것도 모두 도와드렸다. 물과 반찬을 가져다드리는 것은 물론, 아프거나 불편하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다리를 주물러드리기도 하고, 손을 잡아드리기도 한다.
“이렇게 마지막까지 도와드리는 게 진짜 공연이지, 그럴 거면 공연하지 말라는 말을 듣고 제가 많이 배웠어요.”
다른 사람도 나를 통해 봉사하는 자세가 변화하길
정영화 봉사자는 하루하루 봉사에 대한 애정이 더욱 깊어진다. 하나의 봉사가 끝나면 어르신들은 그녀에게 몰려와 말한다. ‘내일 또 와?’ 아니면 ‘일주일 있다가 또 와?’ 그 질문에 그녀가 ‘한 달 있다가 올게요’라고 답하면 어르신들은 ‘한 달은 너무 멀잖아. 다른 사람은 재미없으니까 오지 말라고 하고 금방 와’라고 말씀하신다.
“그 소리를 듣고 또 안 갈 수가 없잖아요. 저도 민요를 가르치는 일을 하는 입장에서 수업도 해야 하고, 공연도 해야 하니까 바쁘죠. 그런데 제 일을 줄이더라도 봉사를 한 번 더 가고 싶어져요.”
어떤 어르신은 한참 공연을 보시다가 슬그머니 자리를 뜨셨다. 다시 공연장으로 나타나신 어르신은 눈가가 붉어지신 상태였다.
“‘어머님 왜 우세요’ 여쭤봤더니 오늘 공연을 너무 잘해줘서 내가 만 원을 주고 싶은데 그럴 돈이 없었다며 우시더라고요. 제가 어머님한테 천만 원 받은 기분이라고 대답했어요. 그런 말 들으면 제가 더 감동이잖아요.”
그녀는 자신이 그랬듯 다른 사람들도 자신을 통해 봉사하는 자세가 바뀌길 기대하고 있다.
“무용하는 분들 중에서도 봉사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앞으로는 무용하는 사람들과도 함께 공연해서 어르신들을 더 즐겁게 해드리고 싶어요.”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