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 동호회이야기

[삼영운수 여심회] 발로 뛰고 손 내밀며 사회의 온기를.....

[삼영운수 여심회] 발로 뛰고 손 내밀며 사회의 온기를.....

by 얀양교차로 2013.10.25

삼영운수 여심회란, 운송업에 종사하는 삼영운수의 여성 버스운전사의 모임이다. 친목을 도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여서 의미 있는 일을 하자고 뜻을 모은 지 3년. 지금은 자원봉사로 여러 사회봉사단체에서 필수적으로 부름을 받는 단체로 자리 잡았다. 여심회 박명순 회장을 만나 어떤 봉사를 하는 단체인지 구체적인 내용을 들어보았다.
(문의;031-452-8891)
“지인의 소개로 성나자로원의 <치유의 집>에서 활동을 한 게 시작이었죠.” 박명순 회장은 예전을 떠올리며 눈을 가늘게 떴다. 성나자로원의 치유의 집에는 층층별로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 기거하고 있다. 이들은 병세의 사정 상 바깥출입이 금지되어 있다. 치유의 집 내부는 이들을 위해 넓게 구성되어 있어, 상대적으로 청소를 하기가 버겁다. 동작이 불편한 환우들을 부축해 목욕을 하는 것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여심회 회원 열 두 명 정도가 와서 봉사를 시작하면 꼬박 네 시간을 지속해야 끝이 난다.
“저희 회원들은 열정들이 강한 것이 특징이에요. 부드럽고 따뜻하고 강렬한 열정이라고 할 수 있죠.” 박 회장은 이처럼 고된 일에도 열일을 제치고 참가하는 회원들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사실 운수업에 종사하면서 다른 일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하루씩 돌아가는 교대 근무는, 새벽 네 시 반에 출근하여 오후 열시에 퇴근하거나, 혹은 새벽 다섯 시에 출근하여 열두 시가 넘어야 끝나는 바쁜 일정으로 돌아간다. 열두 시에 퇴근하고 집에 들어서면 이미 시계바늘은 두 시에 가깝다. 고된 근무가 끝난 다음 날에는 몸이 파김치가 되기 마련이고, 필요한 개인사를 처리하기에도 부족하다. 하지만 여심회 회원들은 봉사를 위해서 이 모든 것을 감수하고 나눔의 현장에 나타난다. 이들의 정기 봉사는 매주 월요일 혹은 화요일이다.
“회원들의 마음이 참 다들 예뻐요. 얼마 전에 봉사를 하다가 한 회원이 허리를 다친 적이 있었어요. 누구랄 것도 없이 다 병원에 와서, 치료받을 때까지 점심식사도 하지 않고 기다리더군요.” 남의 아픔을 나의 것처럼 생각하는 열성과 배려의 따뜻함, 아마도 이것이 여심회를 움직이는 가장 큰 동력인 것으로 생각되었다.
정기 봉사는 주 1회, 한 달에 네 번이다. 하지만 정기적인 봉사 이외에도 급한 요청이 의왕자원봉사센터 등으로부터 흘러나올 때가 많다. 다급하게 도움의 손길을 구하는 목소리를 들었을 때는 마다하지 않는다. 어떻게든 일정을 조정하여 봉사에 나선다.
79세 독거노인의 집이 확 바뀌다
최근에는 집수리 봉사에도 참여하고 있다. 의왕시 센터에서 도우미를 구한다는 소식을 들은 것이 시작이었다. 집수리 봉사는 소요되는 시간부터가 이전과 다르다. <치유의 집> 봉사가 네 시간이 걸린다면 집수리에는 여덟 시간이 소요된다. 폐기되는 자재를 나르고, 그릇을 정리해서 운반한다. 도배나 장판, 페인트칠에도 손을 댄다. 지난 10월 5일에는 ‘사랑의 집수리’ 단체와 함께 참여했다. 79세의 여성 독거노인이 거주하는 집은 곰팡이가 많이 슬어 있었고, 외풍 때문에 집 안에 있어도 바깥에 있는 것처럼 추웠다. 냉장고 같은 방안에 덩그러니 앉아 있는 어르신을 보고 마음이 저려, 최선을 다해 일손을 도왔다.
“회원 중에 저희 운송업에 종사하기 전에 도배업체에서 일했던 사람이 있었어요. 덕분에 많은 도움을 받았죠.”라면서 웃음을 보인 박 회장은, 이어 “저희 회원들 중에는 이·미용을 하다가 온 사람, 이삿짐센터 경력, 용달차 운전 경력 등 다양한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요. 인생역정을 겪으면서 다양한 일에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으니 아무래도 봉사 현장에서 도움이 될 때가 많죠.”라면서 회원들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인생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 더욱 이해심이 깊다는 말이 있죠. 이 때문에 회원들 간에 마음의 소통이 잘 되는 점이 저희의 또 다른 장점이죠.”라고 설명했다.
후원과 보람, 봉사와 감동은 돌고 돈다
“최근에 이런 저희의 활동을 보고 감명 받았다면서 물품을 후원해주신 분들이 왕왕 있었어요. 하이타이, 샴푸, 청소기 등의 생필품을 후원받기도 했고, 삼영과 보영의 운수 종사자들이 급여에서 자투리를 모아 기부해주시기도 했죠. 그 중에는 MBC 여성시대도 있었죠. 저희 여심회 앞으로 회식용 고기를 전해주셨어요. 전부 요양원이나 나자로 치유의 집에 전달했어요.”
박 회장은 미소를 지으면서 앞으로도 이 같은 선순환을 지속할 것을 알렸다.
“저희는 직장 내에서 이루어지는 모임이지요. 그만큼, 정년까지 지금의 회원들을 계속 만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어요. 회사를 떠날 수도 있잖아요. 하지만 제 바람은 정년을 넘어 퇴직한 이후에도 인연이 지속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에요.”라면서 박 회장은 모임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요즘처럼 살기 어렵고 힘들 때 봉사의 여유를 찾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나보다 남을 더 생각하는 기쁨과 주변을 돌아보는 자세는 남은 물론 스스로에게 축복입니다. 인생의 의미를 가르쳐 주니까요.”라면서 봉사에서 우러나는 보람의 진한 맛을 설명했다. 또한 그는 무엇보다 삼영운수 사장과 임원, 노동조합 지부장, 동료의 정신적인 후원과 지지가 많은 힘이 되었다고 덧붙였다. 취재 이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