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 동호회이야기

안양시여성자원봉사회<푸드뱅크> / 남은 먹거리의 재탄생..

안양시여성자원봉사회<푸드뱅크> / 남은 먹거리의 재탄생..

by 안양교차로 2013.07.15

음식물이 문제다. 우리나라의 음식물쓰레기 배출량은 해마다 증가해왔다. 지난해에는 하루 1만 7000톤에 달할 정도로 많았다. 처리 비용도 약 25조원에 달할 정도로 어마어마하지만 이로 인해 초래되는 더 큰 문제는 환경오염이다. 태우면 공기를 오염시키고 환경호르몬이 배출되며, 땅에 묻으면 토양을 오염시키고 물을 훼손한다. 환경오염을 줄일 획기적인 발명이 등장하지 않는 이상, 배출량 자체를 줄이는 게 현재로써는 최선책지만, 우리사회의 전반적인 인식 자체는 아직 개선이 되지 않은 상태. 반면, 우리의 이웃들 중에는 하루 한두 끼의 식사를 해결하지 못해 주린 배를 움켜쥐고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이런 부조화를 해결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선 단체가 있다. 문의 : 여성단체협의회 여성자원봉사회<푸드뱅크>(031-386-6151)
우리 이웃들 중에는 하루 세 끼 식사를 꿈꿀 수 없는 처지에 있는 사람들도 상당수다. 안양시여성자원봉사회는 이런 이들을 위해 푸드뱅크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이 2000년부터 시에서 위탁을 받아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는 이 사업은, 초등학교나 중학교 등에서 아이들에게 급식을 한 뒤, 남은 음식이 다른 사용처가 없어 그대로 버려져 음식물 쓰레기가 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 데서 출발했다. 이곳을 운영하는 최윤희 회장은 "누군가가 먹다 남은 음식을 사용하는 것이 아님을 먼저 강조하고 싶습니다."라고 입을 열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급식 후 남은 음식이란, 전교생을 대상으로 음식을 만들다 보니 미처 나눠주지 못한 음식이 남는데 이를 일컫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은 음식이라고 하면 일단 거부감을 갖는 분들도 있지만, 전혀 위생상으로 문제가 없는 음식입니다. 더군다나 그냥 버릴 경우 지구 환경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으니 반드시 활용해야 하는 자원이기도 하죠."라고 최 회장은 밝혔다.
푸드뱅크는 원래 미국에서 시작되었다. '제2의 수확(Second Harvest)'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하여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었고, 이후 캐나다, 프랑스, 독일 등 유럽의 선진국을 중심으로 발전했다. "시청에서 탑차와 기름값 등을 지원받습니다. 나머지는 저희의 힘으로 꾸려나가고 있죠. 탑차로는 모든 공급과 수요를 전부 소화할 수가 없어요. 음식을 나눠받은 뒤 다시 사회복지시설, 무료급식소 등에 전달해드려야 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현재로써는 회원들이 본인 소유의 차를 이용해서 활동하고 있어요."라면서 열정어린 움직임을 전했다.
직접 어떤 과정을 통해 활동을 하는지 따라가 보기로 했다. 최 회장은 먼저 자신의 차로 초등학교 급식실 앞으로 이동했다. 급식실 앞에는 곱게 포장된 반찬이 네 다섯 가지 준비되어 있었다. 조리봉사원이 급식을 하고 난 뒤 남은 음식을 깨끗이 포장해 놓은 것이다. 이 반찬들이 어떤 것인지 꼼꼼히 체크한 다음 준비된 통에 넣는다. 다음 두 학교에서도 같은 일을 반복한 뒤, 곧바로 사회복지시설에 이
음식들을 전달하기 위해 움직인다.
"원래는 초등학교, 중학교 등, 급식이 항상 이루어지는 곳에서 기탁을 받았어요. 하지만 현재는 제과점이라던가 개인 매장에서도 저희에게 문의를 하십니다. 제과점의 경우 하루 지난 빵은 품질에 문제가 없더라도 판매할 수 없기 때문이죠."라면서 최 회장은 최근에는 기부와 나눔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보다 활발하게 참여를 의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기업체나 백화점에서도 남은 음식을 기탁해 준다면 현재보다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나눔의 힘을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행정절차도 물론 중요하지만...
동사무소에서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이 되었다면 다행이다. 하지만 소외된 우리의 이웃 중에는 미처 관련 서류를 준비하지 못한 이들이 많다. 안타깝게도 서류를 갖추지 못한 이들은 나눔에서 제외되고 있다고 최 회장은 아쉬움을 전했다. "최근에는 복지시설 뿐 아니라 개인도 푸드뱅크에 연락을 취해오시는 경우도 있어요.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알았다면서 학생가장이 수혜를 신청하는 경우가 있죠. 그러나 서류가 부족해서 결국 지원받지 못하는 사례도 있죠.”라고 설명한 최 회장은,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기 싫어서, 혹은 주변의 눈이 두려워서 신청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이면서 앞으로는 이런 일이 개선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음식은 어차피 날짜가 지나면 폐기물이 될 뿐입니다. 서류가 없다는 이유로 나눔에서 제외되는 분들에게 일정량의 음식을 드리는, 약간의 융통성을 발휘해도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구 환경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고, 미처 서류를 준비하지 못한 분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이니까요."라고 그는 밝혔다.
구성원 연령대가 높아
안양시여성자원봉사회는 85년에 봉사의 마라톤을 시작해 지금에 이르렀다. 몇 십년동안 봉사를 지속해 나갈 수 있었던 원동력은 어디에서 왔을까. 최 회장은 초대 운영위원장과 회장을 비롯한 23명의 운영위원과 110여 명의 회원들의 땀과 사랑이 지금까지 이어져왔다고 설명했다. 또한 구성원 중 상당수가 칠순이 넘었다고 전했다.
"저희는 어떤 일이 있어도 우선 회의를 통해 사안을 결정합니다. 민주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이 오랫동안 봉사를 이끌어 올 수 있었던 첫 번째 요인이죠. 두 번째는 오랫동안 봉사를 지속해 오신 어르신들이 포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라고 그는 밝혔다. 탑차나 본인 소유 차로 음식물을 옮기고 나르는 과정은 젊은이에게도 힘들다. 적지 않은 나이인데도 이를 꾸준히 하고 있는 이들이 있기에, 봉사에 참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이들에게도 귀감이 되고 있는 것. "한 달 계획표를 미리 짜서 회원들에게 메일을 보냅니다. 6월 계획표는 5월 20일 정도에 보내드리죠. 두 명씩 한 조로 계획하여 실행하고 있습니다. 감사하게도, 회원들이 약속을 너무 잘 지켜주십니다."라고 최 회장은 전했다. 한 번 시작한 봉사를 끊임없이 지속하고, 계획대로 실천하는 이들. 흔한 친목모임도 없이 봉사를 지속하는 그들이 새삼 위대해보였다.
취재 이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