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 칭찬릴레이

“조용하게 열심히 자신을 희생하는 봉사자” [한소리예술단 권영문 봉사자]

“조용하게 열심히 자신을 희생하는 봉사자” [한소리예술단 권영문 봉사자]

by 안양교차로 2017.11.07

흔히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지만 봉사자들은 어디서도 티가 나는 경우가 많다. 요즘에는 다른 이들에게 봉사를 알리며 함께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욱 미덕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권영문 봉사자는 조용하고, 묵묵하게 자신을 희생해가며 봉사하는 타입이다. 주변에서는 저렇게 열심히 봉사하는 사람이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그는 자신이 하는 봉사가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한소리예술단 권영문 봉사자]

대통령상 주고 싶은 봉사자
한소리예술단을 이끌고 있는 한영숙 단장은 권영문 봉사자를 두고 ‘한마디로 봉사를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고 말한다.
“권영문 씨 고향이 강원도 정선이에요. 어렸을 때 30리를 걸어서 학교를 다닐 정도로 깊은 산골에서 살았대요.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참 순박하고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이에요.”
한영숙 단장이 그를 이렇게 설명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한 가정의 가장이다보니 봉사도 해야겠지만 일도 해야 하는 거예요. 그런데 우리는 공연을 하는 봉사를 해야 해서 낮에만 봉사가 가능하잖아요. 그래서 일부러 밤에 하는 일을 찾아서 시작했어요. 월급도 많지 않을 텐데 그 월급을 쪼개서 어떤 날에는 삼계탕, 어떤 날에는 삼겹살, 여름에는 수박을 들고 어르신들을 뵈러 와요. 정말 자기 친부모 모시듯 하는 거죠.”
한영숙 단장 말로는 ‘내 마음대로 상을 줄 수 있다면 대통령상을 주고 싶은 사람’이란다. 아쉽게도 봉사상을 많이 받지는 않았지만 권영문 봉사자는 정말 숨어서 열심히 하는 봉사자 중 한 명이기 때문이다.
봉사를 할 수 있을 실력만 되었으면
이렇게 극찬을 받은 권영문 봉사자를 만났더니 막상 그 스스로는 자신의 봉사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하지만 그가 이렇게 봉사를 이어 나간 지 벌써 7~8년이 되었다. 요양원이나 복지관을 일주일에 3~4일을 찾아 두 시간 여의 공연을 펼친다. 이렇게 봉사를 꾸준히, 오래 이어간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테지만 그는 주로 여자들이 많은 예술단에서 남자로서 청일점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예전부터 한복도 좋아하고 민요도 좋아하다보니 민요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제가 어머님을 모시고 있는데 어머님께서도 민요를 참 좋아하세요. 저도 자연스럽게 ‘내가 어르신들 앞에서 공연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만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그렇게 민요를 배운지 13년 만에 그는 봉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게다가 13년 사이에 요양원이나 보호시설이 더 많아지면서 공연기회도 더 많아졌다. 꿈에 그리던 봉사를 하게 되면서 그는 수많은 어르신들에게 어깨가 들썩거리게끔 흥이 나는 민요를 들려드렸고, 동시에 많은 추억을 쌓게 되었다.
“한 번은 늘푸른요양원에 갔는데 어떤 어르신이 휠체어를 돌려놓고 눈물을 훔치고 계시더라고요. ‘어머니 왜 그러세요?’라고 물었더니 그 어르신이 ‘오늘 나를 이렇게 즐겁게 해줘서 너무나 고맙다. 내가 뭐라도 보답을 하고 싶은데, 내가 가진 게 없어서 너무 미안하다’면서 우시더라고요. 덩달아 저도 눈물이 나서 어르신 손을 잡고 ‘아니에요.’ 하면서 괜찮다고 말씀드렸는데, 그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마음 아프기도 하지만 그렇게 저희 공연을 즐겁게 봐주셨다고 생각하니 감사하기도 하고요.”
어르신들이 저로 인해 잠시나마 즐거울 수 있다면
한소리예술단이 갈 때마다 어르신들은 ‘왜 이제야 왔냐’며 한참을 기다리셨음을 표현한다. 반대로 다시 헤어져야 할 시간이 되면 ‘언제 또 올 거냐’며 묻곤 한다.
“저희도 한 요양원이나 복지관만 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곳들도 가고, 시 행사에 참여하기도 해서 원하시는 만큼 자주 갈 수는 없죠. 그저 ‘조금만 기다리세요. 다음 달에 또 올게요.’ 하는 게 고작이에요.”
안산의 한 요양원은 다른 봉사단들도 자주 봉사를 하고 있어 한소리예술단이 중단 계획을 세웠지만 어르신들의 성화에 결국 다시 공연이 시작되었다.
“다른 봉사단들이 와도 어르신들이 자꾸 저희를 찾으신대요. 그래서 ‘안 되겠다. 우리가 아무리 힘들어도 우리를 기다리시는 분들이 계시면 가야겠다’고 마음먹고 다시 꾸준히 가기 시작했죠.”
그에게는 봉사를 하면서 단 한 번도 힘든 적이 없었단다.
“봉사라는 게 거창하지는 않아요. 저는 그저 제가 좋아하는 민요를 어르신들에게 보여드린다고 생각해요. 어르신들이 저로 인해 잠시나마 즐겁게 보내실 수 있다면 더 좋고요. 봉사를 하러 간다고 하면 제가 다른 분들을 즐겁게 해드리러 간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기를 받으러 가는 겁니다. 제 봉사를 통해서 즐거워하시는 모습을 보면 제가 더 기분이 좋아지고 활력이 생겨요. 앞으로도 제 몸이 건강하게 따라준다면 앞으로도 계속 이어나가야죠.”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