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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수 있는 한의원,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한의원이 되기 위해” [행복한마을한의원 박현정 원장]

“믿을 수 있는 한의원,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한의원이 되기 위해” [행복한마을한의원 박현정 원장]

by 안양교차로 2017.10.24

의료서비스는 환자와 의사간의 정보 격차로 인해 그 질을 환자가 판단하기 어렵다. 그런데 의료서비스는 건강을 다루는 일이자 더 나아가 생명을 다루는 일이기에 환자입장에서는 의사에게 전적으로 의지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을 이용해 과도하거나 불필요한 치료를 권유받기도 한다. 그래서 마음 놓고 병원을 찾지 못하는 환자들도 많다. 행복한마을한의원 같은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과잉진료 문제의 해답을 찾다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란 지역주민과 의료인들이 협동하여 의료기관을 운영하고 다양한 보건예방활동, 건강증진활동, 소모임활동 등을 통해 건강한 주민공동체를 지향하는 자율적인 주민자치조직이다. 즉 평범한 한의원에서는 모든 수익금이 원장인 한의사에게 돌아가지만,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에서는 지역주민을 위해 쓰여진다.
“저희 행복한마을한의원은 한의사가 주인이 아니라 행복한마을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든 조합원들이 주인입니다. 그렇다보니 수익보다는 조합원들과 지역주민의 복지 증진에 힘쓰게 되죠.”
현재 행복한마을한의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박현정 원장조차도 처음에는 일반 한의원 중 하나로 생각하고 이곳을 찾았다.
“저도 한의사지만 이런 의료협동조합이 있다는 것을 여기 와서 처음 알았어요. 제가 처음 알 정도라고 하면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거의 모르셨겠죠. 그런데 와서 행복한마을한의원에 대한 설명을 들어보니 그 취지에 충분히 공감하게 되더라고요. 저도 개원을 해봤지만 한의원의 원장이 되면 병원 유지를 위해 수익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물론 진료할 때 경제적인 부분을 환자와 같이 엮어서 바라봐야 한다는 상황이 마음에는 안 들었지만 제가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행복한마을한의원이 그 문제의 해결책이었어요.”
환자와의 신뢰를 찾다
과잉진료의 가능성을 없애자 또 다른 선순환이 이어졌다. 환자들이 한의사의 진단을 믿어주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제가 한의사로서 진단을 했을 때 환자에 따라서 침 치료나 물리치료와 함께 한약을 복용하면 훨씬 예후가 좋아질 것 같은 경우도 많아요. 그런데 그렇게 말씀드리면 환자 입장에서는 ‘아 이 원장은 약만 권하는 한의사구나’라고 의심하는 분들도 계시죠. 여기에서는 그러한 불신이 전혀 없어요. 환자분들이 저의 진단을 믿어주시고, 그대로 따라주시죠.”
또한 행복한마을한의원이 조합원들이 만든 병원이기 때문에 조합원으로 시작한 환자가 조합에서 탈퇴하지 않는 한 관계가 오랫동안 유지된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관계가 길게 유지되다보면 환자에 대해서 잘 알게 되고, 잘 알게 되는 만큼 환자에게 맞는 치료 방향을 설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행복한마을한의원에서는 조합원들의 건강을 위해 예방차원의 건강프로그램도 꾸준히 열고 있다. 요즘에는 갱년기 건강실천단, 몸펴기 운동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아프고 난 뒤의 치료보다는 아프기 전의 예방운동이 건강관리에서 더욱 중요한데 사실 일반적인 병원에서 이러한 예방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는 어려워요. 하지만 여기서는 그러한 활동들로 더 건강한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어서 더욱 뿌듯해요.”
지역사회의 건강을 찾다
행복한마을한의원에서는 의료사각지대를 돌보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조합원들이 모은 조합비의 일부는 복지관에 머무르는 어르신들과 차상위계층, 장애인들을 위해 사용된다. 거동이 어려우신 분들을 위해서는 직접 방문진료도 실시한다.
“얼마 전에는 90세가 되신 할머님 댁을 방문했어요. 거동을 거의 하실 수가 없고, 눈도 잘 안보이시고, 귀도 잘 안 들리시는 분인데 아드님하고 두 분이 사세요. 어머님께서 아드님이 없으시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으니 아드님이 일을 하러 나갈 수가 없어요. 하루종일 어머님 수발만 들고요. 아드님은 아드님대로 힘들고 우울하고요. 이렇게 의료사각지대에 놓인 분들이 정말 많아요. 그분들을 볼 때마다 안타깝기도 하고, 아직 손길이 못 미치는 곳이 많다는 생각도 들죠.”
방문진료를 하면 침이나 물리치료도 진행할 뿐만 아니라 한약 처방도 함께 한다. 혹여 이전의 한약이 남아있어 추가적인 처방이 필요없다고 해도 방문진료를 통해 안색을 살피고 맥을 짚으며 말동무가 되어준다.
행복한마을한의원은 6월 기준으로 1,225명이 조합원으로 가입되어 있지만 아직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이다.
“아직 조합원이 많지 않아 경영이 쉽지는 않은 상태에요. 하지만 이전과 비교하면 서서히 좋아지고 있고요. 저희보다 앞서 세워졌던 안산이나 시흥의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도 잘 운영되고 있어서 걱정은 없습니다.”
조합원이 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는 50,000원의 출자금을 내야 하지만 수급권자나 장애인 등은 10,000원만 내고도 가입이 가능하다. 이 금액은 한의원을 운영하고, 의료장비를 구입하는데 사용되며 조합원이 탈퇴하면 다시 반환된다. 조합원으로 가입하면 10만 원 이상의 비급여치료에 대해서 10% 할인이 되며 각종 건강 강좌에 꾸준히 참석할 때마다 일부 환급을 받을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굉장히 사소한 건강문제도 와서 상담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런 걸로 병원을 가봐야 하나?’ 싶은 부분이 있으셔도 편하게 오셔서 상담 받을 수 있는 주치의가 있습니다.”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