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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도서관으로 아파트 주민들이 이웃이 되었습니다” [꿈마을작은도서관 박성원 관장]

“작은도서관으로 아파트 주민들이 이웃이 되었습니다” [꿈마을작은도서관 박성원 관장]

by 안양교차로 2017.10.10

이제 전국 곳곳에 작은도서관이 생기면서 주민들에게 책이 좀 더 가까워졌다. 그 중에서도 꿈마을작은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읽고, 빌려보는 공간이 아니라 주민들이 모이는 사랑방이 되었다. 또한 아이들에게는 책이 많은 어린이집이자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는 친구네 집이자, 도서관할머니가 책읽어주는 따뜻한 도서관이기도 하다.
손주 넷을 키우면서도 몰랐던 작은도서관
박성원 관장은 아이들을 돌보는 데에 누구보다도 익숙하다. 무려 손주를 넷이나 키우면서 육아노하우가 쌓였기 때문이다. 손주들을 데리고 그녀가 가장 자주 가던 곳은 중앙도서관을 포함한 규모가 큰 공공도서관이었다. 도서관에 가면 아이들에게 책을 읽게끔 할 수 있어 좋았지만 차를 가져가야 할 만큼 멀리 있는 경우가 많아 불편했다. 그런 그녀가 2014년 군포 2동에 위치한 삼성마을 6단지 아파트로 이사 오면서 작은도서관을 알게 됐다.
“처음에는 부녀회원을 모집한다고 해서 등록을 했죠. 그런데 누군가가 저를 임원으로 추천했더라고요. 부녀회 임원은 작은 도서관을 같이 맡아야했어요. 작은도서관에 와 본적도 없는 저였지만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작은도서관을 겁 없이 맡게 됐어요.”
인테리어의 도움을 얻고, 기본적인 책까지 지원받아 작은도서관을 꾸린 뒤에는 봉사자들과 주민들에게서 책을 기증받아 도서보유량을 점차 늘려나갔다.
“햇수로는 3년째 되는 도서관인데 작은도서관치고는 넓은 편이에요. 또 봉사자들도 8명 정도가 번갈아 가면서 자리를 지켜주니까 운영도 잘 되고 있는 편이고요.”
특히 아이들과 맞벌이하는 부모에게 꿈마을작은도서관은 든든한 할머니댁처럼 느껴졌다.
“아파트에서 멀리 있으면 엄마들이 직접 데려와야 하는데 여기는 아파트 단지 안에 있으니까 아이들이 혼자서 책을 보러오기도 해요. 어린 아이들은 어딜 가든 뛰어놀고 싶어하잖아요. 그러면 저는 ‘우리 책 한 권씩만 읽고 놀까?’하면서 앉혀놓고 책을 읽어줘요. 가끔은 이 아이들보다 더 큰 아이들에게 ‘동생한테 책을 읽어달라’고 부탁할 때도 있고요. 또 아이들이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하면 컴퓨터로 그림을 뽑아서 도서관에 있는 크레파스나 색연필로 색칠놀이를 할 수 있게도 해주고요. 고학년이 된 초등학생들은 와이파이 때문에 여기에 와서 핸드폰 게임을 하기도 해요. 그러면 학습만화라도 읽게끔 얘기하죠. 신기하게 도서관이 아닌 곳에서 제가 이 또래의 아이들에게 ‘뭘 해라’, ‘뭘 하지 말아라’ 얘기하면 안 들을지도 모르지만 여기에서는 제 말을 잘 들어요. 아무래도 아이들에게 도서관은 ‘책 읽는 곳’이라는 인식이 커서 그런가 봐요.”
작은도서관이 생긴 후 달라진 아파트 풍경
작은도서관에 아이들이 모이기 시작하면서 아파트 풍경도 달라졌다. 특히 박성원 관장에게 가장 뿌듯했던 점은 아이들이 이웃끼리 친해지고, 아이 엄마들도 덩달아 친해져서 아파트 주민들이 이웃 간의 돈독한 정을 나누게 되었다는 점이다.
“엄마들이 ‘몇시까지 갈게, 도서관에 있어.’하면 아이들끼리 책 읽고, 모여서 놀기도 해요. 그러면서 엄마들끼리도 친해졌어요. 이제 몇 호에 누가 사는지 다 알게 됐죠.”
도서관 내에서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아이들과 학부모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독서논술이나 역사강의 등을 하며 아이들이 배울 수 있는 기회도 만들기도 하고, 방학 때는 아이들의 점심도 책임진다.
“맞벌이 부부들의 가장 큰 고민이 방학 때 아이들이 갈 곳이 없다는 거예요. 그래서 방학 때는 도서관을 일찍 열어 아이들이 아침부터 와서 있을 수 있도록 했는데 이제는 점심이 문제더라고요. 그래서 작년에는 미리 공고를 내서 점심 먹을 아이들을 모집을 했어요. 22명이 모였는데 엄마들이 일부 부담하고, 일부는 관리사무소에서 보조해줘서 아이들의 점심을 책임졌어요. 도서관 한 쪽에 간단하게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게 해놓고요.”
올해 방학에는 미리 모집을 하지는 않고, 점심 때 남아있는 아이들과 간단하게 식사를 했다.
“‘도서관할머니랑 간단하게 점심 먹자’면서 식사를 같이 해요. 아이들끼리 먹으면 안 먹던 음식도 편식하지 않고 먹더라고요.”
도서관을 아끼는 누군가가 관장이 되어주었으면
박성원 관장이 꿈마을작은도서관을 운영하며 가장 걱정스러운 점은 자신을 뒤이어 관장을 맡아줄 후임을 아직 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작은도서관의 임기는 2년이지만 그녀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3년간 맡고 있다. 나이가 젊었다면 더 오래 이 자리를 지킬 수 있겠지만 어느새 그녀도 도서관 운영이 힘에 부치는 것은 사실이다.
“여기는 젊은 엄마들이 많아서 네 시간씩 시간 타임으로는 봉사를 해줘요. 하지만 관장을 맡기에는 부담스러워하죠. 생계도 있고, 아이도 어리니까요. 또 외부에서 열리는 워크샵에도 참여해야 해서 일정 조율이 쉽지 않아요.”
조금 더 욕심을 부리자면 꿈마을작은도서관을 찾는 아이들에게 조그만 선물을 해주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다.
“작은도서관이 여기 저기 생기다보니 사업계획서를 내도 예전보다는 지원을 받기가 힘들어졌어요. 관리사무소나 부녀회가 벼룩시장 등의 수입으로 작은도서관을 지원해주고는 있지만 그 금액이 크지도 않고요. 작년부터 중학교 입학하는 아이들에게는 상품권도 한 장씩 선물해줬는데 이런 선물도 조금 더 여유롭게 하고 싶죠.”
‘도서관할머니’로 불리는 박성원 관장은 꿈마을작은도서관이 앞으로도 아이들의 꿈이 자라나는 터전으로 발전하기를 기도하며 아이들에게 책 속 세상을 보여주고 있다.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