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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가지 즐거움을 주는 숲으로 오세요” [박유서 관악수목원 숲해설회장]

“다섯 가지 즐거움을 주는 숲으로 오세요” [박유서 관악수목원 숲해설회장]

by 안양교차로 2017.09.12

박유서 관악수목원 숲 해설회장은 숲이 건강에 좋은 다섯 가지 이유를 설명했다. “숲에 오면 우선 산소가 많아 좋고, 나무가 먼지를 흡수하기 때문에 공기가 맑습니다. 또 나무에서 나오는 피톤치드라는 물질과 흐르는 물이 바위에 부딪히면서 나온 음이온이 건강에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숲을 둘러보려면 걸어야 하니 더욱 건강에 도움이 되죠.” 이 다섯 가지 이유는 그가 숲 해설을 하며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이기도 하다.
[박유서 관악수목원 숲해설회장]

어렵게 개장한 수목원에서 시작한 숲해설봉사
관악수목원은 이전까지는 일반인들의 출입을 금했다. 서울대학교에서 관악수목원을 농대생 실습장으로 사용하며 식물을 학술적으로 연구했기 때문이다. 안양시에서 수목원을 개방하기를 요청하자, 서울대에서는 개방 이후의 훼손을 걱정하며 거절했다. 그러자 안양시에서는 퇴임한 교장선생님들을 대상으로 숲 해설 교육을 받아 봉사를 하도록 해서 숲을 지키겠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그렇게 2006년부터 숲 해설 교육이 시작되었다.“퇴임한 교장, 장학관들이 전문가들에게 3개월의 연수과정을 거쳐서 수목원에 배치되었어요. 입장하는 모든 일반인들을 숲 해설을 들려주며 인솔을 하다 보면 자연이 훼손될 일이 거의 없죠.”
그는 2005년 퇴임해 숲 해설 교육 첫 해인 2006년에 숲 해설을 받기 시작해 현재까지 해설을 총괄 기획하며 관리하고 있다.
“저뿐만 아니라 퇴임하시는 선생님들께서 봉사하면서 큰 보람을 느끼고 있어요. 3개월 동안 연수를 받아도 막상 봉사를 실제로 시작하고 나서 중간에 그만두는 해설사 들이 많을까봐 걱정되었는데요. 한 분도 그만두겠다고 하시는 분이 없어요. 그만큼 해설을 열심히 하시고, 즐기면서 하시죠.”
처음 교육받은 인원은 40명 중 건강상 이유나 이사 등으로 중간에 그만둔 이들을 제외하고 28명 정도가 봉사를 지속하고 있다.
남녀노소, 외국인들에게 숲의 매력을 말하다
숲 해설은 4월부터 11월까지 진행되는데, 13시부터 17시까지 4시간 동안만 숲 해설을 들을 수 있다. 수목원 숲을 한 번 도는데 걸리는 시간은 총 1시간 30분 정도, 그 시간동안 해설사는 나무와 꽃에 그리고 환경에 대한 지식을 전달한다.
어린이에서부터 중고생, 성인, 군인, 외국인에 이르기까지 많은 대상을 상대로 숲 해설을 해야하는 만큼 다양한 언어를 구사할 줄 알아야 하고, 대상의 특성에 맞춰 설명을 해줄 수 있는 노하우가 있어야 비로소 숲 해설을 잘한다는 인정을 받을 수 있다. 숲 해설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공부하러 오는 이들도 있고, 단순히 건강을 위해 수목원을 찾는 이들도 있어 숲 해설 내용도 깊이 있으면서도 쉽게 설명할 줄 알아야한다.
박유서 숲 해설회장 또한 숲 해설을 총괄 할뿐만 아니라 직접 숲 해설에 나서기도 한다. 그는 2008년에는 세계태권도대회에 참가한 외국선수들 15명이 수목원을 방문했을 때가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세계 각국에서 오다보니 다양한 언어를 사용했지만 회양목 (도장나무)을 설명하자, 이곳, 저곳에서 자신의 모국에도 비슷한 나무가 있다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서울육군본부가 대전으로 이전하기 전에는 매년 체육의 날 행사 때마다 이곳을 찾는 육군 장성들과 경기도 등 도 단위에서도 이루어지는 세미나 후 현장 탐방 해설을 듣는 과정이 기억에 남는다. 그는 수목원을 찾는 이들에게 나무나 꽃은 물론 우리가 숲에서 생각해볼만한 지식도 전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예로부터 내려오는 십장생에는 해, 산, 물, 돌, 소나무, 구름, 불로초, 거북, 학, 사슴이 있는데 이 산에서 십장생을 찾아보자며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왜 선조들이 다른 나무들보다도 소나무를 사랑했는지에 대해 설명을 더하기도 한다.
관악수목원을 지켜주세요

숲 해설을 하다보면 난감한 경우도 종종 생긴다. 예를 들어서 평소처럼 4명의 봉사자가 대기하고 있었는데, 수목원을 찾아온 방문객이 유독 많은 날은 평소처럼 20명을 인솔하는 게 아니라 40명을 인솔하기도 하고, 갑작스러운 이유로 근무하는 해설사를 구하지 못할 때도 있다. 초창기에는 자리가 잡히지 않아 더욱 이런 일들이 많이 일어났다. “처음에는 중고생들이 학년 단위로 수목원을 찾았어요. 한꺼번에 600명의 고등학생들이 온 적도 있죠. 담임선생님이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담임선생님 없이 방문하는 날은 숲 해설사 들이 한꺼번에 감당할 수가 없어서 힘들었어요. 그 이후로는 입장인원수를 하루 200명으로 제한해 적어도 최소한의 인솔과 해설이 가능하게 했죠.”
학술적인 가치가 있는 식물이 많다는 이유로 훼손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
“서울대학교의 실습장이라는 것을 분명히 설명하고 훼손하시면 절대 안 된다고 말씀을 드리지만 채취를 하려는 분들이 계세요. 알고 보면 다른 수목원에서 해설하시는 분들이나 식물에 대해서 잘 아시는 분들이 귀한 식물을 알아보고 욕심내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지금은 배낭이나 가방은 아예 식물원 앞에 맡기고 들어오도록 해요.”
어렵게 개방한 수목원이 지금처럼 지켜질 수 있었던 데에는 이렇게 훼손을 막으려는 숲 해설사 들의 노고가 진하게 녹아있었다.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