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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공연으로 어르신들의 활력을 되찾아드리죠.” [정복순 봉사자]

“국악공연으로 어르신들의 활력을 되찾아드리죠.” [정복순 봉사자]

by 안양교차로 2017.08.29

정복순 봉사자는 국악과 한국무용을 취미로 10년째 배우고 있다. 모르는 사람들은 국악을 뭘 그리 오래 배우냐고 묻지만 그녀 생각에는 국악과 무용을 제대로 배우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그녀가 뒤늦게 한세대 국악과에 입학해가며 열심히 배우는 이유 중 하나는 어르신들 앞에서 많은 것들을 보여드리기 위해서다. 배운만큼 어르신들에게 보여드릴 수 있기에 배움을 게을리 할 수 없다는 정복순 봉사자, 그녀의 배움이 지속되는 만큼 어르신들의 행복도 높아지고 있다.
[정복순 봉사자] 배운 만큼 보여드리는 국악공연
산본에 위치한 경기민요학원에서는 한소리예술단이라는 이름으로 매달 봉사공연을 하는 이들이 있다. 단원 대여섯 명으로 이루어진 이 단체는 한 달에 10군데 가량의 요양원, 요양보호소, 보호기관 등을 찾아 공연을 펼친다. 지난 5월에는 어르신들을 위한 경로잔치에 초청되면서 더 바쁜 한 달을 보내곤 한다. 지역으로는 안양은 물론, 안산에서 시화, 수원 등 그 범위도 꽤 넓다.
“무언가를 크게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한 건 아니고요. 저희 팀원들이 그냥 우리가 국악을 배웠으니까 국악을 좋아하시는 어르신들에게 보여드리자는 마음에서 공연을 하고 있어요.”
그녀가 국악을 배우기 시작한 건 8~9년, 이렇게 봉사를 시작한 지도 벌써 5년이 흘렀다. 국악학원을 옮기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봉사단에 들어가 지금까지 봉사를 이어오고 있는 그녀는 어르신들을 즐겁게 해드리기 위해서 국악뿐만 아니라 한국무용도 함께 배우고 있다. 한국 무용을 하는 이들 중에서 남자가 흔치 않아 그녀가 남장을 하고 공연을 하기도 할 정도로 열성적이다. 그 덕분에 작년에는 군포시에서 자원봉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되도록 여러 가지 무용을 보여드리고 싶죠. 남녀가 같이 추는 춤도 있고, 부채춤도 있고, 소고를 치면서 노래를 하기도 하는데 공간이 좁은 데서는 보여드리기가 어려울 때가 많아요. 다 보여드리면 어르신들이 참 좋아하실 텐데 아쉬움이 많죠.”
어르신들 흥나게 하는 데는 국악이 최고
어르신들이 가장 좋아하는 공연은 누가 뭐래도 국악공연이다. 요양원이나 보호시설에는 많은 사람들이 취미생활 겸 봉사활동으로 공연을 하곤 하는데 다른 공연에는 방 밖으로 나와 보지도 않으셨던 어르신들이 국악 공연은 미리 나와서 기다리신다. 요양보호시설에서는 어르신들이 무리하시면 안 된다며 공연시간을 45분에서 50분으로 제한하지만 실제로 공연을 하다보면 어르신들의 열광적인 호응에 시간을 넘기기가 일수다.
“한번은 저희가 옷 갈아입고 있는데 복지사 선생님이 오셔서 말씀하시더라고요. 방금 공연에서 춤추셨던 할머니는 원래는 못 일어나시는 할머님이신데 오늘 일어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요. 그런 어르신들이 있으셔서 저희가 이렇게 공연을 다니는 보람이 느껴지죠.”
이 열기는 공연이 끝나고 나서도 지속된다. 대다수의 봉사자들이 공연이 끝난 뒤에는 자리를 뜨지만 이들은 공연이 끝나면 어르신들 손을 한 분 한 분 잡아드리며 포옹을 한다. 바로 다음 차례인 할머니는 기다리고 계시고, 손을 잡은 할머니는 손을 놓지 않는 경우도 다반사다. 그녀에게도 ‘왜 이제 왔냐’, ‘언제 또 오냐’며 표현하실 정도니 복지사 입장에서도 봉사팀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복지사들은 늘 그들에게 말하곤 한다.
“한번 다녀가실 때마다 침체된 분위기가 활기찬 분위기로 바뀌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매주 와주시면 안 될까요?”
한 시간 전부터 기다리고 계신 어른들을 위해
안타까운 점은 이렇게 활기 넘치게 춤을 추시던 어르신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힘이 빠지시는 모습이 보인다는 점이다.
“젊으셨을 때는 진짜 한가닥하셨을 것 같은 분들도 많아요. 사교춤을 하셨는지 우리가 공연할 때 앞으로 나오셔서 저희의 손을 잡고 한 바퀴 돌리려고 하시는 분들도 있고요. 그런데 그렇게 힘이 있으셨던 분들도 두어달 뒤에는 힘이 없으셔서 앉아계시는 모습을 보면 너무 속상해요.”
공연을 하다보면 저번 달에 뵈었던 분들을 이번 달부터 뵐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얼마 안 된 일인데요. 우리와 막 춤을 추시던 할아버지가 갑자기 할머니 앞에서 절을 하시면서 ‘우리 어머니’라고 하시더라고요. 알고 보니 할아버지가 치매 증상이 있으셨었고, ‘우리 어머니’라던 분은 할아버지와 평생을 함께 하셨던 아내분이셨어요. 그런데 그 다음에 갔더니 할머니가 저희한테 오셔서 ‘우리 영감 하늘나라 갔다’고 하시면서 손을 꼭 붙잡고 우시더라고요. 같이 춤춘 때가 엊그제같은데 그렇게 갑작스럽게 가셨다는 말을 듣고 얼마나 놀라고 슬펐는지 몰라요. ”
그 밖에도 매달 보이시다가 안 보이시면 편찮으시거나 돌아가신 분들이 많다보니 매번 방문할 때마다 마음 아픈 이야기를 전해들을 때가 많다. 하지만 그럼에도 국악을 좋아하시는 어르신들이 많다보니 안 갈 수가 없다.
“사실 여름에는 공연하기가 너무 힘들어요. 화장을 하고, 한복을 입고 무용을 하고 노래를 부르려니 너무 덥죠. 한복이 땀에 절어서 안 벗어질 정도로 땀이 많이 나니까요. 이런 마음에 이번 달에는 너무 더우니까 쉬고 싶다고 생각하다가도 2시 공연인데 1시부터 기다리고 계신다는 말씀을 들으면 멈출 수가 없어요.”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