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 칭찬릴레이

“작은 봉사가 제 인생을 바꿔놨어요.” [늘푸른요양원 김미자 원장]

“작은 봉사가 제 인생을 바꿔놨어요.” [늘푸른요양원 김미자 원장]

by 안양교차로 2017.08.01

20년간 아이들을 돌보았던 어린이집 원장은 작은 봉사 하나로 지금은 요양원 원장이 되었다. 그녀는 어르신들과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며 미소를 띤다. 어르신들이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다며, 요양원을 운영하는 일이 천직이라는 그녀가 이렇게 뒤늦게 노인복지에 빠진 이유는 뭘까?
[늘푸른요양원 김미자 원장]

어르신들에게 기를 모아주는 웃음치료사
김미자 원장은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보육교사 자격증을 취득해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돌봤다. 그 후 20년 넘게 이 길만 걸어오던 그녀는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뒤늦게 대학을 들어가 사회복지를 전공했다. 이렇게 공부를 하다보니 욕심이 생겨 대학원까지 입학했다. 그런데 교수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나니 아동복지에 대해서는 이미 현장에서 잔뼈가 굵어 이론만 공부하면 충분했지만 노인복지는 이론이 뒷받침해줘도 현장 경험이 없으니 늘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2002년부터 어르신들을 접할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 요양원 봉사를 시작했다. 봉사를 시작한 뒤 매주 한번씩 어르신들과 놀아드리면 요양원에서는 차비로 3~4만원을 손에 쥐어주었지만 그녀는 그 돈 마저도 모두 다시 기부했다. 이 활동은 그녀 자신에게도 너무나 행복했기 때문이다.
“어르신들 놀아드리는 시간이 너무 즐거웠어요.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모습에 저도 더 신이 나더라고요.”
이 요양원에 계신 어르신들이 김미자 원장을 좋아한다는 소식에 주변 요양원은 물론, 구청과 시청에서 웃음강연 요청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그녀는 곧 전국 단위로 강연을 다니며 웃음을 전파하는 웃음치료사가 되었다. 그 뒤 그녀는 웃음치료사를 병행하며 재가복지사로 7년을 일했고, 요양보호사교육원과 이 요양원을 세우며 본격적으로 노인복지에 몸담게 되었다.
에너지는 나눌수록 솟는 법
그녀는 워낙 성격이 밝고 에너지가 넘치는 편이다. 오죽하면 처음에는 힘없이 쳐다만 보고 있던 어르신들이 그녀의 에너지에 동화되어 박수치고, 춤도 추고, 속 시원하게 소리도 지를까.
“제가 이렇게 어르신들이 놀아드리는 모습을 보면 주변에서는 ‘기 빨리지 않느냐’고 물어요. 사람들 중에서는 말을 많이 하면 피곤하다는 사람들도 있는데, 저는 말을 많이 할수록 에너지가 솟아나요. 에너지도 나눌수록 더 솟아나고요.”
게다가 실생활에서 쓸 수 있는 ‘현명하게 나이 드는 방법’도 알려준다. 유독 자기한테 잘 못한다는 며느리가 효부가 되게 하는 방법을 묻는 어르신에게는 ‘며느리가 다 잘 못해도 잘하는 것 한 가지는 있지요? 전화해서 그 한 가지를 칭찬해주세요.’라고 대답한다. 이 어르신은 다음에 그녀를 찾아와서는 ‘덕분에 일상이 행복해졌다’고 고마워했다.
그녀의 강연이 끝나면 기를 나눠달라며 자기를 안아주고 가라는 어르신들이 몰려든다. 어르신들은 그녀에게 ‘기’를 받은 뒤로는 고마움의 표시로 시골에서 농사지은 채소를 보내주기도 하고, 그녀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기대하며 강연장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기도 한다.
그녀는 아이들이나 어른들이나 사랑받아야 하는 사람인 점은 똑같다고 말한다.
“어린이집하면서 저는 제 직업이 천직이라고 생각했고, 다시 태어나도 어린이집 원장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는 재가복지사를 하면서도 이렇게 내 성격과 맞는 직업이 없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지금 요양원을 운영하는 일이 제 적성에 딱 맞아요. 어린이집과 요양원이 다 제 적성에 맞았던 건 아이들이나 어르신들이나 비슷해서 그래요. 어르신들이 얼마나 귀여우신 줄 모르시죠? 두 분 중에 한 분한테 먼저 가서 ‘엄마’하면서 얘기하다보면 옆에서 다른 ‘엄마’가 나는 눈에 안 보이냐고 질투하세요. 늘 ‘엄마 엄청 예쁘다.’, ‘시집가도 되겠다’면서 칭찬해드리고, 살갑게 잡아주고, 얼굴 부비부비해드리면 아이처럼 좋아하시죠.”
또한 그녀가 기존까지 해오던 어린이집이 지금 요양원을 운영하는데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기도 했다.
“제가 어린이집을 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요양원을 간 적이 있어요. 아이들이 와서 재롱잔치를 하고, 어르신들 생신을 축하해주니까 어르신들이 너무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지금도 주변에 친한 어린이집 원장들에게 연락해서 아이들이 이곳을 가끔 찾게끔 하고 있어요.”
작은 실천이 나를 바꾸고 세상을 바꾼다
그녀는 작은 봉사가 자신의 인생을 바꿨다며 이렇게 요양원을 차리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나는 할 일이 없다’는 말을 하잖아요. 그런데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하면 할 일이 점점 많아져요. 저는 어르신들과 20~30분 놀아준 것뿐인데 웃음치료사가 되었고, 거제나 해남에서도 저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서 전국 방방곳곳에 가서 강의를 했어요.”
그녀는 이렇게 말하면서 봉사만 하고 싶다며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지 않는 이들에게 조언한다.
“누군가는 자격증을 따서 이 할머니에게 봉사를 하면서 돈을 받아서 맛있는 음식도 사다드릴 수 있어요. 그런데 자격증을 안 따고 봉사만 한다면 이는 육체적 봉사, 한 가지밖에 못하는 것과 같아요. 그래서 봉사로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저는 자격증을 따야 한다고 말해요.”
그녀의 꿈은 타운형 요양원을 지어 어르신들이랑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아주 오래전 꿈으로만 간직했던 이 꿈은 어느새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다만 이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기존에 많은 이들이 ‘요양원’에 갖고 있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제가 어르신 사업을 하다 보니 존속폭행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꼭 폭행이나 학대가 아니더라도 가정 내에서 방치가 되는 경우도 굉장히 많아요. 제가 재가복지를 하면서 안타까웠던 점이 이렇게 효도라는 미명아래 어르신들을 방치해두는 겁니다. 자주 말 걸어드리고, 몸 주물러드리고, 목욕시켜드리기 힘들다면 차라리 요양원에 모시도록 하고, 자주 찾아왔으면 좋겠어요. 또 요양원에 모시는 것이 불효라는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