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 칭찬릴레이

“사랑방에 모여서 마을의 미래를 꿈꿉니다” [강선영 대야미마을협동조합 이사장]

“사랑방에 모여서 마을의 미래를 꿈꿉니다” [강선영 대야미마을협동조합 이사장]

by 안양교차로 2017.07.25

옆집에 누가 살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공동체가 붕괴된 현대사회에서 정을 나누며 공동체를 꾸려가는 마을이 있다. 군포에 위치한 대야미마을이다. 대야미마을은 혁신학교인 둔대초등학교를 중심으로 아이들의 교육에 관심이 많은 마을 사람들이 모여 마을협동조합을 만들었다. 마을협동조합이 세워진 지 4년째, 대야미마을에는 사랑방에 모여 마을의 미래를 이야기 하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대야미마을협동조합으로 이웃 간의 정을 회복하다
대야미는 도농복합지역으로, 경기도교육청에서 많은 관심을 쏟고 있는 혁신초등학교인 둔대초등학교가 위치하고 있다. 처음에는 기존과는 다른 진보적인 교육에 관심이 많은 학부모들이 점차 대야미 지역으로 모이기 시작하면서 학부모 모임과 공동육아 소모임이 생겨났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더 큰 공동체 모임을 만들어보는 것이 어떠냐는 생각이 모였고, 2013년부터 1년간 준비 끝에 대야미마을협동조합이 만들어졌다.
지금 회원 수는 총 120명으로, 회원들이 십시일반 모은 금액으로 대야미마을의 사랑방인 ‘마을 뜨락’의 유지비용을 내는 대신 이 공간은 오롯이 마을 사람들을 위해 쓰인다. ‘마을 뜨락’에 걸려있는 월중 행사 계획표만 봐도 이를 알 수 있을 정도로, 기타동아리, 독서모임, 바느질모임, 체조모임, 별학교, 자전거교실 등 어른과 아이들을 위한 마을 행사 일정이 빼곡하다.
“일반적인 협동조합 형태가 수익으로만 뭉치는 경우가 많은데 저희는 사실 수익이 되는 일보다는 전혀 수익이 나지 않는 일을 더 좋아해요. 마을 잔치가 열리면 다들 와서 도와줄 일을 없냐며 소매를 걷어붙이고, 공동으로 벽화를 그리려고 하면 너도나도 참여하는 사람들이 우리 마을에 모여있어요. 나쁘게 말하면 오지랖이 넓고, 좋게 말하면 정이 많은 사람들이죠.(웃음)”
강선영 대야미마을협동조합 이사장 또한 마찬가지로 오지랖이 넓고 정이 많은 사람이다. 기존의 지식위주의 교육보다는 체험 위주의 교육, 정서 위주의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그녀와 같은 마음이었던 사람들끼리 모여서 부부모임을 같이 했다. 대안학교를 같이 설립해 대안학교 교사로도 활동했던 그녀는 이제는 ‘대안교육과 마을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실제로 이뤄낼 가능성을 띤 마을 협동조합을 맡았다.
놀고, 배우고, 생활하는 마을 공동체
그간 대야미마을협동조합은 힘든 일도 많았지만 그보다는 즐겁고 행복할 때가 더 많았다. 대야미마을협동조합에서 처음으로 진행했던 반찬사업은 수익이 나지 않았지만 나눔 활동에 기초가 되었다.
세월호 사건이 있은 후, 마을 사람들은 ‘지리적으로 가까운데 우리가 도울 수 있는 일은 없을까’ 고민했고, 곧 세월호 생환자들을 위한 반찬 후원을 진행했다. 유가족들을 위한 도움은 곳곳에서 이어졌지만 그에 비해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 생환자들을 위한 지원은 부족했기 때문이다. 총 24회 반찬 후원을 진행하며 그해 가을에는 김장을 해서 보내주기도 했다. 후원으로 인해 재정도 부족하고 마음은 고됐지만 누구 하나 불평하는 사람이 없었다.
“봉사할 인원을 모집하면 한 번에 열 두 분 정도씩 자발적으로 참여해주셨어요. 반찬 후원을 하면서 우리 마을 사람들이 더 끈끈해졌죠. ‘내 주변에 좋은 마음을 가지고 행동하는 많은 동네사람들이 있구나’라는 생각에 힘든 줄도 몰랐어요.”
그 사이 기존까지 고작 8평 정도밖에 되지 않았던 마을 사랑방은 지금의 ‘마을 뜨락’으로 확대이전을 거쳤다. 그간 마을 사람들은 점차 많이 모이고, 다양한 활동들이 이루어지는데 그에 비해 사랑방이 너무 작아 늘 고민이었다. 그러던 중 경기도 따복공동체에서 공간지원사업에 당선되어 ‘마을 뜨락’을 꾸밀 수 있게 되었다.
2015년도에는 ‘민관이 함께하는 도시농부학교’와 ‘꿈의 학교’등의 교육 사업을 해나가며 마을 아이들을 가르치고, 어른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마을이 협동조합, 먹거리를 만들고 먹는 곳, 놀이터, 아이들의 교육장소,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터전 등 복합적인 공간으로 성장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2016년 8월에는 조합에서 막걸리 만들기 동아리를 하던 이들이, 주체가 되어 마을기업 '하우스막걸리 주점-가양주작'을 내기도 했다
대야미마을에서 함께 행복하기
이렇게 마을협동조합이 활성화되면서 가장 달라진 것은 이웃이 생겼다는 점이다. 이제 이웃 중 누군가가 반려견을 잃어버리면 다들 내 일인 것처럼 나서서 찾아주고, 이웃에 상을 당하면 모두 한마음으로 가서 위로해준다.
“여기서는 마음으로 나누는 일상이 자연스러워요. 우리나라에 있었던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이웃이 사촌보다 가깝게 느껴지죠.”
둔대초등학교 어머니회에서 바느질 선생님이 필요하다는 말에 마을 내에 운영되고 있던 바느질 모임에 불러 같이 모임을 지속하기도 한다. 벌써 3년차 바느질모임을 하면서 수준급실력을 자랑하는 어머니들은 학교 방과후수업에 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친다.
마을과 마을 내에 위치한 초등학교를 넘어서도 도움이 이어진다. 인근에 있는 모 고등학교에 아침을 거르는 아이들이 많다는 소식을 듣고는 한 달에 한번 아침밥을 전달한다. 새벽부터 밥을 해서 나눠야 하는 일이지만 밥을 맛있게 먹어주는 아이들을 보면 고생을 사서해도 뿌듯하다고 한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오만가지 즐거운 꿈의 학교’ 교육 사업에서도 대야미마을은 아이들에게 ‘마을공동체’를 알려주고 있다. 자전거교실· 수리산별밤지기 교실· 달빛농부 등을 통해 아이들은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다.
“저희는 이 주변 마을 여건과 어울리는 수업, 아이들의 발달단계에 어울리는 수업을 중점적으로 해요. 그리고 이러한 수업에 좋은 경험을 가진 어른들과 아이들을 도와주는 이모, 삼촌들도 참여하죠. 그래서 마을공동체를 단단히 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강선영 이사장은 마을협동조합이 지금처럼 앞으로도 계속되었으면 좋겠다며 인터뷰를 마무리 지었다.
“‘대야미마을에서 함께 행복하기’가 저희의 꿈이에요. 저희는 대야미마을이 함께 어울려 놀면서 커가는 교육공동체로 여기거든요. 아이들만 커가는 게 아니라 어른들도 커가는 곳이고요. 아이들도 행복하고 어른도 행복한 곳이에요. 각자도 행복하면서 함께도 행복한 가족의 교차점을 만들어주는 공동체로 앞으로도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