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 칭찬릴레이

“내 아이를 위해 쏟았던 열정적인 교육열, 이제는 교육에서 소외된 아이들을 돌보는 데에 쓰고 있어요.” [김미옥 봉사자]

“내 아이를 위해 쏟았던 열정적인 교육열, 이제는 교육에서 소외된 아이들을 돌보는 데에 쓰고 있어요.” [김미옥 봉사자]

by 안양교차로 2017.07.12

교육열이 여느 동네보다도 뜨겁다는 평촌, 하지만 이곳에서도 교육의 권리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다. 한글과 한국어조차도 읽기 쓰기 힘들고, 언어가 서툴다는 이유로 일어나는 따돌림 문제를 겪고 있는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다. 그녀가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에게 교육의 근간이 되는 글과 말을 가르치기 시작한 이유이기도 하다.
내 아이의 입시를 위해 시작한 봉사가 다른 아이를 위한 진심이 되다
김미옥 씨는 결혼해서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평범한 주부로, 다른 학부모들처럼 아이들의 교육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그녀가 다른 학부모와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나라와 다른 문화를 가진 아이들의 교육마저도 책임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녀는 올해로 초등학교에 입학한 다문화 가정 아이를 돌보며 한글과 한국어, 간단한 산수를 가르치고 있다. 그녀가 이렇게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녀 자신의 아이의 입시를 도와주면서부터였다.
“큰 아이 고등학교 입시를 준비하면서 비교과준비를 하다가 다문화가정과 교류하게 되었어요. 교류하다보니 제가 큰 아이와 작은 아이를 키우면서 남았던 아쉬움을 다문화 가정의 어머니들에게 가르쳐주고 싶어서 시작했죠.”
하지만 생각보다 다문화가정의 어머니들과는 의사소통이 쉽지 않았다. 쉽고 간단한 말이라고 생각했지만 제대로 의미전달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서 그녀는 어머니에게 노하우를 전달하는 대신,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을 직접 가르쳤다. 그렇게 아이를 돌본 지 2년째, 그녀는 아이에게 부모이기도 하고, 선생님이기도 하다. 아이는 이제 글을 배워 그녀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기도 하고, 그녀의 무릎에 앉아 함께 책을 읽기도 할 정도로 마음의 문을 열었다.
유창해진 아이의 한국어실력만큼 여유를 찾은 그녀의 교육관
하지만 마음의 문을 열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고, 그녀는 아이에게 기역, 니은부터 가르치고 같이 호흡하면서 친숙해지는 과정을 끈기 있게 기다렸다.
“우선 아이 엄마, 아빠가 새벽에 나가서 저녁에 들어올 정도로 바쁜 집이었어요. 혼자 집에 있었던 아이다보니 처음에 공부에 흥미를 붙이기 쉽지 않았죠.”
자신이 공부를 하기 싫거나 흥미가 떨어지면 아예 팔을 베고 잠을 자기도 했다.
“우리도 그렇잖아요. 공부를 할 때 처음 시작할 때가 제일 어렵고, 재미가 없잖아요. 아이들도 마찬가지에요. 제가 맡은 이 아이도 처음에는 그럴 때가 많았지만 이제 글을 읽고,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점차 나아졌어요.”
또한 바쁘셔서 아이의 공부를 봐주기 어려운 부모님을 고려해 숙제를 내주는 대신 30분 정도 수업시간을 늘려 공부량을 맞추기도 했다. 아이가 이곳에 와서도 즐겁게 공부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노력했다. 그러자 아이는 학업적인 면에서도, 정서적인 면에서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친근하게 말을 걸지 못하고 눈치만 보던 아이는 이제 자신의 생각을 더 많이 표현하고, 다른 아이들과도 잘 어울리기 시작했다. 달라진 건 아이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도 대부분 비슷하겠지만 저도 결혼이 처음이고, 육아도 처음이었잖아요. 그러다보니 젊을 때는 아이들을 키우면서 마음의 여유가 없었어요. 아이들을 항상 엄하게 제 틀 안에 가두고 키웠죠. 예를 들어 이런 더운 여름에 아이들이 아이스크림을 사달라며 떼를 쓸 때면 제 아이들에게는 호되게 꾸중하고, 혼도 냈어요. 그런데 이제는 아이에게 한 번 더 물어보고 정 먹고 싶다고 하면 사주곤 해요. 큰 틀에서 봤을 때 이 행동이 그렇게 꾸지람을 받을 행동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혼내지 않게 되더라고요.”
그녀는 육아에 있어서 여유를 되찾게 되면서 더 온화하고 성숙해졌으며, 작은 일 하나하나에 연연하지 않게 되었다.
진정한 교육열이란 모두가 공평하게 교육의 기회를 갖는 것
그녀가 다문화가정의 아이와 함께 오랜 시간을 겪으며 느낀 점은 또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우리나라의 문화를 강요하기만 하지 이들의 문화를 배우려고 하지 않아요. 우리나라의 좋은 문화는 가르쳐주고, 그 나라의 좋은 문화는 배우면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 텐데 그런 점이 조금 아쉬워요. 많은 이들이 다문화 가정과 교류하면서 이렇게 열린 마음을 갖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녀는 ‘자신이 돌보고 있는 아이를 포함해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 더 많은 교육의 기회를 잡았으면 좋겠다’고도 덧붙였다.
“사실 다문화 아이들은 경제적인 면에서 뒤처지다보니 교육의 여건도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특히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부모님의 관심과 경제력에서 다른 아이들과 격차가 벌어지죠. 이때 아이들이 공부에 흥미가 있다면 국제중같은 특목중을 목표로 삼고 도전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자기 스스로 자신의 인생에 대한 선택지가 넓어지면 아이들이 한국에 정착하는 데에 도움이 될 테니까요.”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오히려 자신이 많이 배웠다는 김미옥 씨는 나눈다는 것이 그다지 힘든 일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봉사라는 것은 생각보다 거창하지 않아요. 시야를 조금만 넓혀보면 할 수 있는 봉사가 정말 많아요. 일주일에 한번이든, 이 주일에 한번이든 부담 없이 가서 봉사할 수 있는 곳을 찾아보세요. 연탄봉사며, 김장봉사 등 특별한 지식이 없어도 마음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이 많은 만큼 많은 사람들이 봉사를 실천했으면 좋겠네요.”
자기 자식이 소중한 만큼 다른 자식도 소중하다는 사실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그녀가 생각하는 진정한 교육열은 ‘모든 이들이 동일한 교육의 기회를 갖게끔 노력하는 일’이었다.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