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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너스 하이만큼 기분 좋은 ‘헬퍼스 하이’로 건강과 행복을 잡으세요” [최명주 봉사자]

“러너스 하이만큼 기분 좋은 ‘헬퍼스 하이’로 건강과 행복을 잡으세요” [최명주 봉사자]

by 안양교차로 2017.06.27

헬퍼스 하이(Helper´s High)는 남을 도우면 느끼게 되는 최고조에 이른 기분을 뜻하는 말로, 마라토너가 특정한 구간 이상 달릴 경우 느끼게 되는 ‘러너스 하이’와 비슷한 개념이다. 또한 마더 테레사 효과, 슈바이처 효과라고 해서 남을 위한 봉사활동을 하거나 선한 일을 보기만 해도 인체의 면역기능이 향상된다고 한다. 오늘 소개할 최명주 씨는 자신 스스로 ‘헬퍼스 하이’와 ‘마더 테레사 효과’를 직접 몸으로 느꼈던 경험자다.
오랜 시간 타국에 있었던 그녀를 따뜻하게 맞아준 군포
최명주 씨는 결혼 전 약사로 근무하면서 잠깐씩 의료봉사를 하기는 했지만 시간이 부족하고 일이 바빠 자주 하기에는 어려웠다. 그 후 결혼을 한 뒤에는 아이들을 키우면서 도서관 사서 봉사를 했다. 아이들이 책을 너무나도 좋아해 처음 시작했던 이 봉사는 두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 졸업할 때까지 이어졌다. 아이는 학교가 끝나면 바로 도서관으로 하교를 해 엄마와 같은 공간에서 늘 책을 읽었다.
이후 그녀는 미국으로 발령 난 남편을 따라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그리고 그곳에서도 한글을 가르치며 봉사를 이어나갔다. 그녀는 이민자인 그녀와 그녀의 가족들이 미시건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챙겨주는 교회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에서 ‘한글 교실’을 맡았다. 남편이 직장을 다시 한국에 마련한 뒤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그녀는 친인척은 물론 지인 한 명 없는 군포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했지만 이제는 미국보다 한국이 더 낯설었다. 그래서 미국에 있을 때 많은 도움을 받았던 커뮤니티 센터와 가장 비슷한 주민센터를 찾았다. 그곳에서 운동을 시작하고, 봉사를 시작하게 되면서 그녀는 비로소 군포시민이 되었다.
“봉사를 통해서 군포에 마음을 붙일 수 있었어요. 여기에서 3년 동안 살면서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으니까요.”
‘헬퍼스 하이’로 극복한 우울증
처음 그녀가 시작한 봉사는 군포시청에 있는 북카페 봉사였다. 우연한 기회에 시청에서 북카페 사서 모집 글을 본 뒤 바로 시작했다. 이번에는 아이들이 아닌 자신을 위해서였다.
“제가 우울증이 조금 있어요. 약사로 일하면서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도 워낙 심했고, 이후에는 육아를 함께 하면서 산후 우울증도 있었고요. 미국에 가서는 향수병 때문에, 한국으로 들어와서는 미국에서 만났던 친구들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우울증이 있었죠. 한약도 먹고, 신경정신과 약도 먹었지만 우울증을 완화해주었던 가장 큰 요소는 책이었어요. 독서가 저에게는 하나의 도피처였으니까요.”
게다가 북카페 오리엔테이션에서 처음 들었던 ‘헬퍼스 하이’의 개념도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미시건 대에서 연구한 결과를 보면 ‘러너스 하이’를 경험하고 있는 마라토너의 피에서 검출된 물질이 봉사를 하는 봉사자의 피에서도 동일하게 검출된다고 해요. 즉 행복해지고 건강해지는 호르몬들이 나오는 거죠. 봉사를 하면서 감정적으로는 느꼈던 효과였지만 이것이 정말 과학적으로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주변에 많은 사람들에게 ‘봉사를 할수록 당신의 건강이 좋아진다’고 말할 수 있는 좋은 증거죠.”
이렇게 북카페에서 봉사를 하다 보니 군포예술회관과도 인연이 닿았다. 북카페에서 함께 봉사하는 동료에게서 군포예술회관에서 봉사자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는 자원해서 군포예술회관을 찾았다. 그녀는 군포예술회관에서 작품해설을 해주기도 하고, 관람객들의 안전을 챙기는 한편, 몸이 불편한 이들이 오면 안내를 도와주는 역할도 한다.
“군포예술회관이 가장 좋은 점은 문턱이 낮다는 점이에요. 예술의 전당을 가면 아쉽게도 장애인이나 사회 소외계층 관람객을 보기가 쉽지 않아요. 하지만 군포예술회관에는 장애인분들도 자주 오세요. 뿐만 아니라 작년에는 완성도가 정말 높았던 작품 ‘4번 출구’라는 연극이 열리기도 했어요. ‘4번 출구’같은 연극과 미술작품들을 가까이에서, 무료로 볼 수 있다는 점이 저는 참 감사하더라고요. 물론 이곳에서 봉사까지 할 수 있어서 더 감사하고요.”
게다가 치매예방에 있어서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어 앞으로 이 방면에서도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처음 치매예방에 관심을 가졌을 당시, 그녀의 어머니는 80이 넘으셨지만 또렷한 정신력을 갖고 계셔서 걱정할 필요가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녀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대비하기 위해 치매가족모임에 들어갔고, 여기에서 치매환자 가족이 얼마나 힘든지 느낄 수 있었다. 이후 그녀는 양로원이나 노인정에서 어르신들에게 치매를 예방하고, 치매 진행속도를 늦추게 하는 치매운동을 가르쳐주는 역할을 하는 치매지킴이로 활동하려고 했으나, 어머니의 간호를 위해 잠시 미뤄두었다.
“우연히도 교육을 받고 난 뒤에 어머니가 치매증상을 보이시기 시작했어요. 그래도 교육덕분에 다른 사람들 보다는 조금이나마 빨리, 쉽게 대처할 수 있었죠. 그래서 앞으로 시간이 생겨서 치매지킴이 역할을 한다면 치매에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치매예방법을 전하고 싶어요.”
대물림되는 봉사의 즐거움
그녀는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니 평생을 전화봉사에 매진하셨던 어머님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말을 이었다. 그녀의 어머님은 대학원까지 가시면서 상담을 배워 전화로 많은 이들에게 도움을 주셨다.
또한 그녀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아 그녀의 아이들도 봉사활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아이들이 미국에서 크면서 봉사를 많이 했어요. 고등학교 때 학교 공부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초등학생, 중학생 아이들을 가르쳤어요.”
딸은 대학에 간 이후에도 중국이나 남미 오지 등에서 육체적으로 고통 받거나 적절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는 이들을 위해서 계속 봉사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으며, 대학 졸업 후에는 몸과 마음이 아픈 이들을 치료하고 싶다고 한국에서 그 꿈을 키우고 있다. 아들도 음악에 대한 소질을 살려 성가대와 찬양팀에서 봉사하는 중이다. 그녀의 어머니로부터, 그녀의 아이들까지 봉사의 즐거움이 대물림되면서 행복과 건강도 함께 대물림되고 있었다.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