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 칭찬릴레이

“변함없는 모습으로 늘 있던 자리에 있다는 것” [청소년지도협의회 전덕천 회장]

“변함없는 모습으로 늘 있던 자리에 있다는 것” [청소년지도협의회 전덕천 회장]

by 안양교차로 2017.06.20

전덕천 회장을 아는 모든 이들은 그를 이렇게 표현한다. ‘한결같은 사람’. 그는 처음 봉사를 시작했을 9년 전부터 지금까지 굳은 일도,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으며 일당백으로 온 힘을 쏟아 봉사를 해왔다. 그가 하는 가게도 추석과 설날을 빼고 문을 닫지 않으며, 그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이러한 한결같음을 유지하기 위해 그는 보이지 않게 많은 노력과 희생을 봉사에 퍼부어야 했다.
가게 운영과 봉사활동 사이에서
현재 전덕천 회장이 하고 있는 봉사는 청소년지도협의회, 호계동 주민자치위원, 도시락 배달, 복지관 배식 봉사, 학의천 정화, 자원봉사센터 코치 등이다. 이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해서 각각의 비중이 줄어든다고 생각하면 오해다. 함께 봉사하는 이들이 각각 ‘이만큼 열정적으로 봉사하는 사람이 없다’고 말할 정도로 열심이다.
초등학교 선배의 권유로 처음 봉사를 시작한 그는 선배가 ‘좋은 일하는데 도와달라’는 말에 어디든 달려갔다. 그리고 이왕 시작한 것이니 열심히 하겠다고 맘 먹었다. 그렇게 내일처럼 봉사를 하다 보니 자원봉사센터장이며 각종 봉사단체를 알게 되었고, 그가 가야만하는 봉사활동이 점차 많아지기 시작했다.
그가 봉사를 많이 하게 되자 힘들어진 것은 그의 아내였다. 아내와 함께 고깃집을 운영하다보니 남편이 나간 빈자리만큼 아내가 홀로 손님을 맞이해야 했다. 이 일로 아내의 불만이 쌓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봉사를 포기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오후에는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가게에 전념하고 오전에 할 수 있는 봉사를 늘리기로 했다.
이후 복지관 두 곳에 각각 첫째 주, 셋째 주 화요일, 수요일에 가서 배식봉사를 시작했다. 복지관에 갈 때면 그는 옷을 두 벌을 챙긴다. 아무리 겨울이라고 해도 500개의 식판을 닦고 나면 어느새 옷이 다 젖을 정도로 땀이 흐르기 때문이다. 3년 6개월째 매달 빠지지 않고 복지관을 찾아 봉사를 해오고 있다. 여기에 올해로 5년째 매주 목요일마다 12시부터 2시까지 도시락을 독거노인들에게 배달하고 있다.
청소년지도협의회와 호계동 주민자치위원으로서의 활동은 아무리 노력해도 오후 시간에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청소년지도협의회에서는 밤 늦은 시각, 청소년들의 귀가를 위해서 순찰을 돈다. 게다가 두 단체 모두 직장인들의 봉사가 많기 때문에 퇴근 이후에야 회의를 할 수 있다.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
자원봉사센터와 연결되어 하는 봉사도 여럿이다. 학의천 정화활동은 토요일 9시부터 12시까지 자원봉사를 신청한 아이들을 통솔하는 봉사활동으로 그는 아이들 수에 따라 이를 지도할 수 있는 회원들을 모으고, 팀을 정하며 아이들이 봉사시간을 받을 수 있게 서류작업까지 해준다. 아이들은 동네에 있는 강 주변을 걸으며 쓰레기를 줍는 한편, 그에게 자연에 대해 배운다. 이와 비슷하게 기업 봉사활동에서도 그가 코치가 되어 사원들에게 봉사활동 가이드를 해준다. 이렇게 봉사를 많이 해왔지만 그동안 가게를 찾는 사람들은 그가 봉사를 이렇게 많이 하는지 몰랐다. 그가 봉사활동에 가서도 가게를 운영한다는 말을 단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혹시나 장삿속으로 봉사한다는 이야기가 나올까봐서 같이 봉사하는 봉사자들에게도 한 번도 말하지 않았어요.”
봉사를 하고 나오는 길에 다른 봉사자와 함께 복지관을 나오다보면 일부러 길을 돌아가서 가게로 오기도 했고, 누군가가 무슨 일을 하냐고 물으면 얼버무리는 대답으로 넘어갔다. 하지만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영영 알려지지 않을 수는 없었다. 하루는 봉사자들이 우연히 그의 가게를 찾았다. 그를 알아보고 나서는 이들이 적극적으로 자신들이 몸 담고 있는 봉사단체에 그의 가게를 알렸다. 이후 그의 가게는 저녁 때면 봉사단체들의 회식장소로도 애용된다.
더러운 일, 힘든 일 가리지 않는 한결같음
그를 알게 된 지 7년이 넘었다는 청소년지도협의회 박효형 총무는 ‘이렇게 몸 사리지 않으면서 봉사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고 말한다.
“회장님이랑은 봉사활동을 하다가 처음 만났어요. 그때 봉사를 하면서 다른 봉사활동 할 만한 곳이 없냐고 물어보셔서 제가 소개를 시켜드렸죠. 그러면서 어차피 다 동네다보니까 봉사 가는 길에 차로 태워가기도 하고, 같이 가기도 하면서 친해졌어요. 봉사를 하겠다는 사람을 소개해주면 복지관에서는 당연히 굉장히 좋아하죠. 그런데도 소개시켜주고 후회할 때가 많아요. 남들에게 보이기 위해 봉사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으니까요. 그런데 회장님은 달랐어요. 같이 봉사를 하다가도 안 보여서 찾으면 문 앞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맨 손으로 쓸어 담아 청소를 하고 있어요. 그런 지저분한 일은 아무도 안 하려고 하잖아요. 혼자서 굳은 일 안 가리고 깔끔하게 뒷정리까지 해요. 손도 워낙 빠르셔서 일당백이에요.
회장님은 워낙 일이 바쁘시니까 안 가면 안 갔지, 설렁설렁 하지 않아요. 저도 봉사를 하지만 이런 모습을 보고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모습이 7년간 단 한 번도 변함없이 한결같아요.”
그가 이렇게 몸을 아끼지 않으면서 봉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봉사는 마약 같은 중독성이 있다는 이야기를 봉사자들끼리 많이 해요. 처음에는 강제로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때 못 견디고 나가면 중독성을 못 느끼지만 그 고비를 지나면 정말 재미있어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서 대화를 하게 되는 것도 즐겁고, ‘수고했다’, ‘고맙다’는 얘기를 들으면 얼마나 뿌듯한지 몰라요.”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