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버디 한 개 잡을 때마다 만원씩, 연탄으로 기부했죠.” [안양관악클럽 정일옥 사무총장]

“버디 한 개 잡을 때마다 만원씩, 연탄으로 기부했죠.” [안양관악클럽 정일옥 사무총장]

by 안양교차로 2017.05.09

여러 명이 골프를 치러 가면 버디를 한 개 잡을 때마다 동반자들에게 버디 값을 받는다. 여러 명에게 돈을 받아서 이 중 만 원은 캐디에게 준다. 하지만 이 만 원을 캐디 대신 불우이웃에게 전달하면 어떨까? 스포츠를 즐기면서 불우이웃도 도울 수 있으니 버디를 잡은 기쁨이 더 크지 아니한가.
사랑의 연탄버디를 잡아라
정일옥 사무총장은 만 원부터 시작하겠다는 마음으로 ’사랑의 연탄버디’를 시작했다. 이전부터 봉사활동이나 기부 등에 관심이 많았던 그였기에 골프를 치다가도 불현 듯 ‘이 돈으로 어려운 이들을 도울 수는 없을까.’ 생각했던 것이다. 그렇게 만 원씩 모인 돈이 점차 적립되었고, 페이스북에서 이 소식을 듣게 된 페이스북 친구들도 ‘좋은 아이디어’라며 ‘사랑의 연탄버디’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벌써 3년차 군포노인복지관에 ‘사랑의 연탄버디’로 모은 연탄을 전달하고 있는 정일옥 사무총장은 무엇보다도 이 마음이 투명하게 전달되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페이스북에서 누가 얼마를 기부했는지 공개를 하고, 만 원을 냈든, 십만 원을 냈든 금액에 상관없이 이 분들 이름으로 연말에 기부영수증을 발행하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재작년에 이어 작년, 올해까지도 페이스북에서 ‘사랑의 연탄버디’를 믿고 참여해주신다고 생각해요.”
10월 말까지 페이스북을 통해 기부 받은 연탄은 11월 초에 군포노인복지관의 도움을 받아 전달된다. 3년 전에는 연탄 한 장에 500원, 한 번 버디로 20장을 기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가격이 올라 한 번 버디로 기부할 수 있는 연탄은 16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3년 전에는 3000장, 작년에는 2500장이 모였고, 올해도 계속 연탄이 쌓이고 있다.
“연탄 기부는 100% 자율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버디 값을 받아서 캐디를 주던, 혹은 연탄 기부를 하던 본인의 선택이에요. 같이 골프를 치러 간다고 해도 제가 ‘왜 후원을 안 해주냐’고 할 수는 없죠. 하지만 제가 ‘사랑의 연탄버디’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주변에서도 좋은 일에 뜻을 모아주셔서 생각보다 연탄을 많이 기부할 수 있었어요. 제가 시작하긴 했지만 많은 분들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몇 천 장 기부는 어려웠겠죠.”
안양관악클럽에서 기부를 티샷하다
연탄 기부를 군포노인복지관을 통해 할 수 있었던 데에는 안양관악클럽으로 맺은 인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안양관악클럽은 안양과 군포, 의왕 관내 지역에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 후원 모임으로, 안양과 군포, 의왕 중 가장 규모가 큰 안양이라는 지역명과 안양에서 유명한 관악산의 이름을 붙여 현재의 안양관악클럽이 되었다. 안양관악클럽은 30년 정도의 역사를 가진 모임으로, 국제봉사단체인 와이즈맨 지역 모임에서 출발해 독거 어르신들에게 생활비를 지원하고, 결손가정 청소년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는 한편, 겨울을 앞두고는 김장 봉사로 독거어르신들에게 김치를 전달해드리고 있다.
사실 안양관악클럽은 오래전부터 안양노인복지관을 후원하고 있었지만 안양노인복지관이 이미 다른 봉사단체에서도 많은 후원을 받고 있었기에 그는 더 어려운 상황에 놓인 기부처를 찾고 있었다. 그때 눈에 띈 복지관이 군포노인복지관이었다. 그렇게 군포노인복지관과 인연을 맺게 되면서 군포에 아직도 연탄을 때는 독거어르신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그가 안양관악클럽 밖에서 먼저 군포노인복지관에 기부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우선은 당시에 그가 외국계 기업에서 한국법인을 이끌고 있어 직원들과 함께 군포노인복지관에 가서 김장봉사를 시작했다. 또한 개인적으로 연탄버디를 추진하고 독거노인가구 3곳의 생활비를 챙기고 있다. 이 이야기를 듣자 안양관악클럽에서도 발 벗고 나섰다. 안양관악클럽에서 매년 11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이루어지던 김장봉사를 군포노인복지관에서 진행해 매년 독거어르신 150가구에 김치를 전달하고 있으며, 페이스북을 통해 연탄버디에도 참여하고 있다.
현재 안양관악클럽 회원은 총 26명, 좀 적다 싶은 회원 수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안양관악클럽에 속한 모두가 일당백이다. 정말 봉사에 뜻이 있는 회원들이 모였기 때문이다.
자신을 위해서 주변을 돌아보세요
연탄을 배달하다보면 그가 하는 작은 일이 받는 이들에게는 큰 기쁨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고 한다.
“버디 한 개마다 만 원이 사실 저에게는 그리 큰돈은 아닙니다. 하지만 받으시는 분들에게는 굉장히 크게 느껴지시나 봐요.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도 나오셔서 ‘연탄이 쌓인 모습만 봐도 밥 안 먹어도 될 만큼 배부르다’며 고맙다고 하시죠. 그 분들은 겨울을 나려면 10월 말부터 시작해서 3월까지 연탄을 때셔야 해요. 우리나라가 복지 정책이 정말 탄탄하게 되어 있어서 모든 독거 어르신들에게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지는 않잖아요. 주민등록상에 자식이 있으면 아무런 혜택을 못 받아서 복지 사각지대에 빠져 있는 경우가 태반이에요.”
그는 연탄 배달 때마다 복지사와 함께 독거어르신들을 직접 찾아뵙고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제가 좋아서, 제 마음이 편안해서 하는 활동이에요. 어르신들 만나서 얘기하다 보면 배울 점도 많고요. 제가 기분이 좋아져요. 어르신들도 좋아하시고요.”
그는 앞으로 안양관악클럽에서도 회원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서 독거 어르신 댁을 자주 방문하고, 안양관악클럽에서 후원하고 있는 ‘빚진 자들의 모임’에 속한 아이들과도 체육대회나 소풍 등으로 더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다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아직은 많은 회원들이 생업에 종사하다보니 시간을 많이 내기가 힘들어요. 또 제 뜻대로만 되는 것이 아니니 회원들의 의견을 모아봐야겠죠.”
그는 많은 이들이 자신을 위해 주변을 돌아볼 수 있었다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주위를 둘러볼 줄 아는 마음은 돈과는 별개에요. 부자들만 후원을 하는 것도 아니에요. 지금 내 지갑에 있는 만 원에 감사해야지, 남의 지갑에 십만 원이 있다고 초조해할 필요는 없잖아요. 아무리 앞만 보고 뛴다고 해서 재벌이 될 수도 없고요.(웃음) 이제는 앞만 보고 사는 것보다는 적당한 선에서 뒤를 돌아보면서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