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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함께 배우는 바이올린” [소셜워크 김혜영 문화예술단장]

“엄마와 함께 배우는 바이올린” [소셜워크 김혜영 문화예술단장]

by 안양교차로 2017.05.02

장애가 있는 아이를 둔 엄마는 자신의 생활이 없다. 늘 옆에서 지켜보고 돌봐줘야 하기에 잠시도 자리를 비우기 힘들다. 이러한 엄마들의 여건을 생각하면 취미생활은 굉장한 사치지만, 자신을 위해서는 꼭 필요하기도 하다. 반대로 다문화가정에서 아이를 낳은 엄마는 늘 자신감이 부족하다. 어눌한 한국말 때문에 아이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일도 많다. 엄마에게는 아이와 함께 즐겁게 보내는 시간과 자신감을 높일 수 있는 취미가 모두 필요하다. 김혜영 문화예술단장이 다문화가정과 장애아부모에게 바이올린을 가르치는 이유다.
땡스맘프로젝트로 엄마를 힐링하다
소셜워크는 비영리 단체로, 김혜영 문화예술단장은 소셜워크 활동의 일환으로 바이올린을 많은 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만 바이올린을 가르치는 것은 아니다. ‘땡스맘’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엄마와 아이를 함께 가르친다. 장애아부모와 다문화가정을 중심으로 바이올린을 가르친 지 올해로 3년째다.
“악기를 장애아에게만 가르치는 프로그램은 굉장히 많은 곳에서 진행되고 있어요. 하지만 장애아에게 엄마는 인생의 전부라고 할만큼 중요해요. 그래서 엄마와 아이가 함께 악기를 배우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하게 됐죠.”
결과는 생각보다도 좋았다. 엄마 손을 꼭 잡고 온 아이들은 처음에는 바이올린에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아이들을 억지로 앉히고, 억지로 바이올린을 쥐어주지 않았다. 대신 엄마들에게 바이올린을 알려주었다.
“무엇보다 어머님들이 너무 좋아하세요. 아이들을 쫒아다니느라고 굉장히 힘드시잖아요. 내 생활도, 취미도 없고요. 그런 어머님들께 힐링의 시간을 주고 싶었어요.”
아이들은 엎드려 자거나 다른 아이들과 장난을 치거나 심지어 뛰어다니고 소리를 질렀지만 묵묵히 그녀와 엄마들은 바이올린을 켰다. 그러자 그런 모습을 본 아이들이 서서히 엄마를 따라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아이가 바이올린에 흥미를 느끼면 엄마와 그녀가 동시에 아이를 봐줄 수 있어 더 가르치기가 수월해졌다.
“예전에 개인레슨으로 장애아를 가르친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결국 실패했어요. 저는 그 이유가 ‘함께’하지 못해서였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은 무엇이든 같은 또래의 친구들이나 부모님들과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해요. 그런데 혼자 하라고 하니 금방 흥미를 잃어버린 거죠.”
엄마와 아이가 함께 바이올린을 들게 되기까지
그녀도 처음 이 수업을 진행했던 당시에는 너무도 힘들었다고 고백한다. 기본 2시간 수업이지만 그녀는 더 가르쳐주고 싶은 마음에 일찍 오고, 늦게 가며 엄마들과 아이들을 가르쳤다. 아이들은 끊임없이 장난을 치는 가운데, 평온한 마음으로 엄마들을 가르친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어떤 수업보다도 애착이 많이 가는 수업이 되었다.
“유난히 이 수업에서 기억에 남는 아이들이 많아요. 한 아이는 처음에는 수업에 들어오지도 않으려고 했어요. 수업에 들어온 뒤에는 매일 뛰어다녔고요. 그런데 그 아이가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어머님을 보고 바이올린을 잡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바이올린을 책상에 두고 현을 튕겨보더니 나중에는 바이올린을 제대로 잡는 흉내를 내기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언젠가부터 제 눈을 마주치고, 제 말을 들으며 연습을 했어요.”
누군가는 ‘몇 년 동안 배웠는데 연주도 제대로 못하면 헛고생한 것 아니냐’고 되물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녀의 생각은 다르다.
“헛고생 아니에요. 손 근육 움직이는 연습도 했고, 집중력도 키웠어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배우는 방법을 익혔어요. 바이올린 연주가 최종목표일 수도 있겠지만 저는 아이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집중력 공부도 목표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다문화 가정은 반대의 경우가 대부분이다. 외국인인 엄마가 한국말이 어눌하다보니 아이가 엄마를 가르친다. 즉 그녀는 아이와 엄마를 두고 가르치되, 한국말이 더 능숙한 아이가 좀 더 빠르게 배우면 엄마를 직접 가르쳐주도록 한다. 아이들은 엄마에게 바이올린을 가르쳐주면서 ‘내가 엄마에게 도움이 될 수 있구나’라는 뿌듯함이 들고, 엄마와 한층 가까워진 것을 느낀다.
천천히, 하지만 꾸준하고 행복하게
그렇게 장애아부모와 다문화가정을 가르친 결과, 공연 무대에도 서게 되었다. 동네에서 작게 나마 연주회를 열기도 하고, ‘땡스맘’ 연주회나 장애인의 날 행사에 참여하기도 한다. 이렇게 무대에 몇 번 서자 일부에서는 이를 직업으로 삼아 무대에 서서 나오는 수익금을 받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김혜영 문화예술단장이 서두르고 싶지는 않다.
“사회적기업으로 만들어서 오케스트라로 연주를 다니는 팀이 있어요. 방송에서 그런 팀을 보고나서 한편으로는 혼나면서 연습하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한데, 한편으로는 ‘스트레스가 없는 삶’을 살게끔 하는 것이 좋은 것인지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제 생각으로는 우선은 행복하게 이 활동을 이어갔으면 좋겠어요. 바이올린이 정말 좋아서, 또 존재만으로도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과 감동을 줄 수 있어서 그렇게 된다면 좋겠지만 아이들이 연주활동을 하면서 행복하지 않다면 고민해봐야 할 것 같아요. 저는 천천히, 하지만 꾸준하고 행복하게 가고 싶어요.”
또한 그녀는 ‘땡스맘 프로그램’이 안양뿐만 아니라 많은 지역에서 활성화되기를 기도하고 있다.
“다른 지역에도 장애인을 위한 음악 레슨이 많지만 우선은 엄마와 같이 가르치는 경우도 없고, 더 중요한 것은 장애 등급에 따라 레슨을 받을 수 있는지 판단하고 수강생을 뽑아요. 그런데 저는 선별기준 없이 하고 싶은 사람들은 누구나 참여하게 하고 싶어요. 혹시 연주를 못할 수도 있고, 중간에 포기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적어도 음악회나 연주회에 가면 ‘바이올린’은 알아 볼 거예요. 왜 활을 올리고, 내리는지, 또 손을 왜 흔드는지 보일 거예요. 또 다문화가정에서는 우리 엄마가 바이올린을 연주한다는 것만으로도 엄마가 자랑스러워질 겁니다.”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