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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하모니카 연주로 어르신들의 추억과 만나다” [예랑 하모니카봉사단 이희숙 단장]

“추억의 하모니카 연주로 어르신들의 추억과 만나다” [예랑 하모니카봉사단 이희숙 단장]

by 안양교차로 2017.04.11

어르신들에게 하모니카는 추억을 연주하는 악기다. 바이올린이나 플롯, 첼로의 음색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어색하지만 뒷동산에서 들었던 하모니카의 음색은 익숙하다. 예랑 하모니카 봉사단이 복지관에서 하모니카 연주를 할 때마다 어르신들이 뜨거운 호응을 보이는 것도 어쩌면 하모니카 그 자체보다 하모니카 연주로 인해 떠오른 어르신들의 추억 때문인지도 모른다.
(예랑 하모니카봉사단 이희숙 단장)

6년째 이어오고 있는 아름다운 하모니
매주 수요일 예랑 하모니카 봉사단은 하모니카를 들고 어르신들이 계신 복지관을 찾는다. 어르신유치원이라고 불리는 주간보호센터에 가서 하모니카로 15곡, 40분여에 걸쳐서 연주를 하면 어르신들은 추억에 젖어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젊었을 때처럼 다 같이 박수를 치며 즐거워하기도 한다.
“이렇게 봉사를 하다보니까 하모니카는 어르신들과 궁합이 참 잘 맞는 악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번은 93세 정도 되신 어르신 한 분이 저희가 연주하는 ‘꽃밭에서’를 들으시면서 눈물을 뚝뚝 흘리시더라고요. 연주가 끝나고 여쭤보니 ‘어렸을 때 생각이 나서 눈물이 났다’면서 ‘잊고 있던 추억을 떠올리게 해줘서 고맙다’고 하셨어요. 그 연세에 어렸을 때라고 하면 80년 전 정도 되겠죠. 그 오래된 기억을 떠올리게 할 수 있는 악기가 하모니카 말고 또 있을까요?”
예랑하모니카 봉사단은 2012년 3월에 결성되어 햇수로 6년째 봉사를 이어오고 있다. 하모니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알음알음 모여서 시작한 봉사단은 나이대도 50대에서 80대까지 다양하지만 어느 봉사단보다도 13명의 단원이 똘똘 뭉친다.
예랑하모니카 봉사단은 복지관 봉사 외에도 연 60회 정도는 외부 행사나 축제, 혹은 문화소외지역에 하모니카 선율을 선물하고 있다. 군포는 물론 경기도 전역에서 예랑하모니카가 필요하다는 요청을 받고 찾아가기도 하고, 예랑하모니카봉사단에서 직접 연주가고 싶은 장소를 선정하기도 한다. 작년에는 가까이는 안양, 의왕부터 시작해 구리, 천안, 충주, 안성에서도 연주를 선보였다. 그 중에는 교도소나 구치소도 포함되어 있다.
“교도소나 구치소에 처음 연주하러 갈 때는 사실 두려운 마음도 있었지만 연주해보니 그것도 사람 사는 곳이더라고요. 교도소나 구치소는 문화가 가장 소외된 곳 중 하나에요. 그래서 더 자주 가서 연주하게 되는 것 같아요.”
지역 소식을 전하는 기자, 지역 역사를 가르치는 선생님
이희숙 단장은 예랑하모니카에서의 활동뿐만 아니라 경기도홍보기자단과 문화해설사로서의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평소 사진과 글쓰기에 관심이 많은 그녀에게 딱 맞는 봉사활동이기도 한 경기도홍보기자단은 올해부터 시작했다. 예전부터 군포신문 시민기자로 활동했던 경험덕분인지 군포시 자원봉사센터에서 그녀를 경기도홍보기자단에 추천하면서 그녀는 앞으로 1년간 군포와 그 인접한 도시의 소식을 전하는 기자단으로 활동하게 됐다.
문화해설사 또한 우연한 기회에 시작하게 됐다. 그녀가 박물관 큐레이터인 친구를 보며 큐레이터라는 직업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하던 찰나에 문화원에서 문화해설사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학창시절 다른 과목보다 역사 과목을 유달리 싫어했다는 그녀는 이제 초등학교, 중학교를 다니며 지역의 향토사를 아이들에게 소개한다.
군포에 전해져 내려오는 설화와 조선시대에 군포에서 일어났던 역사적인 사건들, 종묘제례와 조선왕조 500년을 이야기해주다보면 한 시간은 금세 지나간다. 그 다음시간에는 한 시간 동안 들었던 내용을 토대로 도전 골든벨을 진행한다. 상품은 이희숙 단장이 가져간 초콜릿이 전부지만 아이들은 신나게 문제를 풀며 역사를 배워나간다. 틀리면 탈락하기도 하고, 맞추면 다시 부활하기도 하면서 아이들은 자신이 역사책에서 배웠던 역사가 우리 지역 가까이에서 일어났던 사건들의 연속임을 깨닫는다.
인생2막을 찾아준 인생 두 번째 둥지, 군포
누구보다 군포사랑이 뛰어난 이희숙 단장은 사실 군포 토박이는 아니다. 아이를 모두 키워 내보낸 뒤 조용한 곳으로 가고 싶은 마음에 연고도 없는 산본을 선택했다. 현재 살고 있는 집을 사두고 입주를 하기 전까지 그녀는 몸은 서울에 있었지만 마음은 이미 산본에 있었다. 그동안 군포시청 홈페이지를 들어가서 자신이 군포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던 그녀는 주몽복지관에 후원부터 시작했다.
“서울에서 오랜 시간을 살았는데 낯선 곳으로 둥지를 옮기는 일이 저에게는 쉽지만은 않았어요. 정을 붙이려고 군포에서 제가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죠.”
한강이 펼쳐져있던 잠실에서 수리산이 보이는 산본으로 이사를 온 그녀는 이제는 군포가 훨씬 익숙하다. 인구도 작고, 지역도 작지만 어느 곳보다도 편안하다.
“도시라고 생각하면 낯설었을 것 같은데 군포를 하나의 마을이라고 생각하니 이웃과도 더 친밀하게 지낼 수 있었어요. 이렇게 봉사활동도 하고 재능 나눔도 하고 있으니 인생후반을 군포에서 살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죠.”
그녀는 글과 사진, 하모니카를 ‘장난감’이라고 부르며 여생을 함께 살아갈 친구라고 말한다.
“제가 나이 들어도 하면서 놀 수 있는 장난감이 이 세 가지 취미에요.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나 자신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이 세 장난감에서 나와요. 여기서 더 나아가 이 장난감으로 다른 사람들까지 즐겁게 할 수 있으면 더 좋죠. 장난감은 아이들만큼이나 우리들에게도 꼭 필요해요.”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