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 칭찬릴레이

“맛있는 빵을 전달하는 따뜻한 동네 빵집” [빵굽는마을 황태섭 대표]

“맛있는 빵을 전달하는 따뜻한 동네 빵집” [빵굽는마을 황태섭 대표]

by 안양교차로 2017.04.04

제과기능사, 제빵기능사들이라면 모두 꿈꾼다는 제과 기능장의 타이틀을 달고, 비산동에서 빵굽는마을을 이끌어가고 있는 황태섭 대표, 그에게 본받을 점은 단순히 빵을 만드는 기술만이 아니다. 20년간 재능기부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으며, 주변의 이웃에게 맛있는 빵을 나누는 봉사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모범 제빵사라고 할 수 있다. 빵굽는마을은 동네 단골들에게 갓 나온 신선한 빵을 제공하는 동네 빵집이자 주변에 살아가고 있는 어려운 이웃들을 돌보는 동네 빵집인 셈이다.
맛있는 빵집이자 착한 빵집
비산동 ‘빵굽는마을’을 들어서면 입구부터 고소한 빵 냄새가 가득하다. 투명 유리를 통해 빵이 만들어지는 과정도 직접 보여서인지 빵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높아진다. 이곳에서 직원들과 함께 빵을 열심히 굽고 있는 황태섭 대표가 이곳에 자리를 잡은 지는 벌써 20년. 그간 프랜차이즈 빵집의 위세에 눌려 개인 빵집이 모두 사라지면서 현재 총 270여 군데 빵집 중 개인 빵집이 단 60곳도 되지 않다는 것을 감안하면 굉장히 오랫동안 단골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사랑받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제과기능장이 직접 만든 빵이라서 맛도 좋지만 어떤 빵집보다도 착한 빵집으로 주변에 소문이 자자하다. 빵굽는마을 개업과 동시에 그는 제과협회에 소속된 제빵사로서 매달 안양보육원을 찾아 아이들과 함께 빵을 만들기 시작했다. 제과협회에서는 아예 보육원에 빵을 만드는 기계를 들여놓고, 제빵사들의 재능기부를 통해 아이들과 함께 빵을 만든다.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아이들을 키우면서 아이들이 생각보다도 빵을 훨씬 더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봉사하러 가서 아이들이 빵을 먹는 모습을 보면 정말 예뻐요. 사정이 어떻게 되었든 보육원에서 아이들이 생활하게 된 것은 어른들의 잘못이잖아요. 그 아이들도 다른 아이들처럼 빵을 먹으면서 생기는 행복감을 느끼게 하고 싶어요.”
빵을 한 번 만드는 데에 걸리는 시간은 총 네 시간. 오후 2시부터 시작하면 6시가 넘어서 끝이 나곤 한다. 이때 참여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유치원생으로, 아이들과 함께 만든 빵은 보육원 아이들 전체와 나눠먹는다.
전날 나온 빵은 모두 복지관으로
또한 황태섭 대표는 20년간 빵집을 운영하면서 단 한 번도 전날 나온 빵을 판매한 적이 없다. 전날 나온 빵은 다음 날 판매되는 대신 전량 호계복지관에 기부되어 어려운 이웃들에게 돌아간다. 호계복지관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안양관악클럽 덕분이다. 매달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나 독거노인들에게 생활비 일부를 지원해주고, 연말이면 김장봉사를 통해 어려운 이웃들이 한 해 먹을만큼의 김치를 주는 봉사단체인 안양관악클럽에서 활동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호계복지관에 마음이 갔다. 개업 초기에는 푸드뱅크에 빵을 기부하다가 지금은 호계복지관으로 빵을 바로 보내고 있다.
봉사는 안양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가 사업차 제주도에 내려갔을 때는 6개월간 장애인재활센터에서 장애인에게 빵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며 생활하기도 했다.
“저희 형이 4살 때 소아마비를 앓아서인지 어렸을 때부터 ‘나중에 장애인에게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늘 했던 것 같아요. 6개월동안 재활센터에서 장애인과 함께 생활하면서 굉장히 보람 있고 즐거웠어요. 장애인에게 오븐이나 기계가 위험하다는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많겠지만 모두 고정관념입니다. 물론 많은 빵을 혼자서 만들 수는 없지만 빵을 만드는 과정 중 한 두 과정은 누구보다도 정확히 수행합니다. 예를 들어 한 명은 오븐 온도를 정확히 맞추고, 오븐에서 빵을 뺍니다. 또 다른 한 명은 계량을 정확히 하고요.”
재활센터에서 제빵기술을 배운 장애인은 고용이 되고, 이렇게 만들어진 빵은 판매가 되어 수익으로 이어진다.
“제빵사를 비롯한 자영업자들은 마음만 먹으면 재능기부를 할 수 있어요. 자신이 기술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느껴지는 감사함
안타까운 것은 매달 보육원에서 봉사하는 제빵사가 한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제과제빵, 파티쉐 자격증을 따고, 관련 학과를 졸업하는 사람들은 정말 많지만 막상 이 분야에서 실제로 활동하는 사람은 10%도 되지 않아요. 새벽부터 나와서 12시간을 서서 근무해야 하는 일인만큼 일이 고되니까요. 또 프랜차이즈가 아닌 빵집을 운영하는 분들 중 대부분은 가게에서 혼자서 빵 굽고, 판매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봉사하기가 쉽지 않아요.”
매달 봉사를 하는 인원은 그를 포함해 7,8명이 고작이다. 하지만 이 인원이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매달 아이들에게 빵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있다.
“내가 정말로 힘들고 벅차면 봉사하기는 힘들겠죠. 하지만 모든 것은 마음먹기 달렸어요.”
그는 매일 아침 일어날 때마다 자신이 건강한 육체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을 감사하게 여긴다. 그렇기에 나도 힘들지만 나보다 어려운 사람이 있다면 이들을 위해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진다고 한다. 20년간 단 한번도 봉사활동을 ‘그만 둘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덧붙여 누구나 살아가면서 항상 좋을 수만은 없다고 말한다.
“장애인들이 오면 불편하다고, 노숙자가 오면 냄새난다고 싫어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누구나 길 가다가 사고를 당할 수도 있고, 갑작스럽게 형편이 안 좋아질 수도 있어요. 나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마음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었으면 좋겠어요.”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