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나의 성장과 함께 이룬 나를 필요로 하는 이들의 성장 [고은화 봉사자]

나의 성장과 함께 이룬 나를 필요로 하는 이들의 성장 [고은화 봉사자]

by 안양교차로 2017.03.28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고, 이 일을 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많은 계기도 필요하다. 이 계기는 지인이 될 수도 있고, 취미생활이 될 수도 있으며 봉사가 될 수도 있다. 고은화 봉사자는 봉사활동으로 자신을 찾았다. 아이를 키우면서 전업주부로 살아오는 동안 늘 부족하다고 느꼈던 나 자신에 대한 확신을 찾게 되자 일과 직업은 절로 따라왔다.
그녀가 ‘천직’을 찾게 된 계기
고은화 봉사자의 경우, 많은 계기를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을 수 있었다. 처음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대한 단서를 발견했던 순간은 햇빛이 들어오는 나른한 일요일이었다.
“사람이 무료하게 되면 자기 신세한탄을 하게 되잖아요. 혼잣말처럼 ‘나는 왜 이렇게 잘하는 것도 없고, 할 줄 아는 것도 없을까’ 푸념을 했더니 멀리서 아이가 그 말을 들었나 봐요. ‘엄마는 나한테 책을 잘 읽어주잖아’라고 하더라고요. 순간 굉장히 놀랐어요. 저한테 책 읽어주는 것은 일상생활인데 아이 입장에서는 제가 책을 읽어주는 순간이 가장 행복했었다고 하더라고요. 또 저도 아이와 함께,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일상을 굉장히 좋아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죠.”
뒤이어 그녀에게 두 번째 계기가 찾아왔다. 아이와 함께 자주 책을 보러 가는 작은도서관에 근무하던 사서를 보며 부러워하기 시작했다. ‘내가 저 자리에 앉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며 막연하게 상상하곤 했다. 그 후 우연히 한 공고를 보게 된다. 평생학습원에서 도서관 사서파트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는 글이었다.
두 번의 계기를 통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사서라는 것을 알게 된 그녀는 망설임 없이 자원봉사를 지원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자원봉사조차도 경쟁이 치열해 면접을 봐서 통과를 해야 봉사가 가능했다. 면접을 본 뒤, 그녀는 매일 같이 도서관에 가서 봉사자 발표가 났는지 확인했다.
“지금 생각해보니까 그때 그 마음이 너무도 좋았어요. 그동안 한 번도 이렇게 적극적으로 해보고 싶었던 일이 없었는데, 그때 사서가 얼마나 하고 싶었는지 몰라요.”
간절했던 마음덕분이었는지 그녀는 많은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동경하던 그 자리에 앉게 되었다.
작은도서관에서 큰 꿈을 꾸다
그렇게 작은도서관 봉사자가 되어 첫날 봉사를 했다. 꿈만 같이 느껴지던 첫날 봉사를 끝내고 집에 갔더니 아들은 ‘엄마, 수고했어’하며 어깨를 주물러줬다.
“처음 봉사했을 때 그날의 기억 덕분에 제가 봉사하면서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고비가 찾아올 때마다 초심을 잃지 않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후 그녀는 작은도서관에서 큰 꿈을 찾았다. 스스로 좋아서 시작한 일이었지만 봉사를 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었다. 책을 찾아줘서, 도와달라는 말에 아주 작은 도움을 줘서 많은 사람들은 고마워했다. 그것이 그녀에게는 에너지가 되었다.
또 도서관 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하면서 그녀는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은 ‘사서 될래요’라는 프로그램으로, 10명 안팎의 아이들에게 사서 체험을 직접 해볼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아이들은 직접 도서대여, 반납도 해보고, 파손도서를 골라내기도 하며 도서 분류에 맞춰 도서들을 분류해봤다. ‘사서 될래요’에 참여했던 아이들은 체험에 참여하며 항상 신난 모습이었고, 부모들은 그런 아이들을 보며 뿌듯해했다.
“프로그램이 잘 진행돼서 뿌듯하고, 행복했지만 저는 갈증이 났어요. 아마추어 같다는 느낌에서 늘 부족함을 느꼈고, 그래서 아이들에게 미안했어요.”
그래서 그녀는 사서자격증 공부를 시작했고, 결국 원하던 자격증을 취득하게 되었다. 이후 일 년간 기간제로 도서관에서 근무를 하다가 현재는 다시 일자리를 구하는 중이다.
“결국 저는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됐어요.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제가 봉사를 하면서 느꼈던 점은 봉사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알려주고, 이를 통해 일자리를 구하게 해주고, 또 이것이 평생학습으로 이어졌다는 것입니다.”
그녀는 봉사를 시작한 2006년부터 지금까지도 10년째 꾸준히 군포시 평생학습관 작은도서관에서 봉사를 해오고 있다.
많은 이들이 세상을 깨고 나오길
그녀는 지금까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하게 해준 아이와 남편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저는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찾아서 하느라고 남편이나 아이를 일순위로 두지 않았어요. 고마운 한편 미안하기도 하죠.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이렇게 제 일을 찾을 수 있어 나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제가 만약에 아이를 위해서 살았더라면 아이에게 더 집착했을 지도 몰라요. 아이를 제가 원하는 기준에 맞추려고 닦달하면서 아이를 힘들게 하지는 않았을지 걱정되고요.”
그래서 그녀는 모든 사람들이, 특히 그녀의 과거와 닮아있는 전업주부인 엄마들이 세상을 깨고 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우리 주변에 봉사할 수 있는 분야가 굉장히 많잖아요. 그중에서 선택해서 꾸준히 이어나간다면 또 다른 방향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분야를 찾게 될 겁니다. 봉사를 아주 작은 행동이라고 생각하고 도전해보세요. 만약 이렇게 하다가 힘들거나 도움이 필요하다면 주변에 조력자나 지지자와 얘기해보세요.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이 분들에게 말하는 것만으로도 해결방법을 찾을 수도 있어요. 생각하지 않아도, 계획하지 않아도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좋은 기회를 잡기도 해요. 저에게 사서 이상의 꿈이 있다면 이 과정에서 조력자나 지지자가 되는 것입니다. 제가 이 과정을 거쳐서 성장했기 때문에 지금 성장할 수 있는 분들을 더 잘 도와드리고 싶어요.”
그녀는 도서관을 이용하는 것만으로도 계기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저와 같은 연령대의 엄마들을 보면 두려움이 많아요. 그때 작은도서관에서 책을 보거나 작은도서관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강의를 듣거나 참여자가 되어서 세상으로 나갈 수 있는 루트를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물론 스스로 한 발짝 내밀기 위해서는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겠지만 저는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믿어요.”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