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 칭찬릴레이

“봉사활동 시간 채우기보다는 봉사 활동의 의미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국청소년자원봉사마을 김준백 소장]

“봉사활동 시간 채우기보다는 봉사 활동의 의미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국청소년자원봉사마을 김준백 소장]

by 안양교차로 2017.03.14

지난 96년 서울의 청소년들에게는 의무봉사시간이 주어졌고, 이후 97년에는 경기도까지 범위가 확대되었다. 경기도에서 봉사가 의무화된 97년부터 봉사 활동 시간을 채우는 것에 급급하기보다 봉사 활동의 의미를 알려주는 교육과정에 집중했던 한국청소년자원봉사마을은 아직도 그 원칙을 지켜나가며 청소년들에게 봉사활동의 즐거움을 알려주고 있다.
<한국청소년자원봉사마을 김준백 소장>

봉사활동의 개념부터 실천까지
청소년들이 한국청소년자원봉사마을을 찾으면 봉사활동의 개념부터 배운다. 봉사활동이 무엇인지, 어떤 활동을 봉사활동이라고 하는지 제대로 인지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하는 봉사활동은 아이들에게도, 수혜자한테도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이전에 경기도청소년자원봉사센터에서 센터장을 해오던 김준백 소장은 97년부터 한국청소년자원봉사마을을 만들어 이곳에서 이루어지는 청소년자원봉사 전반을 관리한다.
한국청소년자원봉사마을에서 하는 활동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누면 첫 번째로는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때 이루어지는 2박 3일 봉사프로그램이다. 월화수, 목금토로 일주일에 두 번씩 이루어지는 이 프로그램은 첫째 날에는 자원봉사에 대해 배우고, 둘째 날에는 활동을 하며 셋째 날에는 자신이 한 봉사활동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꾸며진다. 여름방학 때는 4주간, 겨울방학 때는 3주간 프로그램이 진행되어 많은 청소년들이 봉사의 참뜻을 배우고, 실천한다.
두 번째 활동으로는 청소년들의 동아리 활동, CA활동을 지원하는 역할이다. 학교에서 만든 봉사 동아리에서는 방학 때 진행하는 봉사프로그램보다는 훨씬 전문화된 봉사활동을 하게 된다. 페이스페인팅, 발마사지, 풍선아트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술을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이를 실천하도록 한다. 2002년 페이스페인팅이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청소년들은 재작년까지 시 축제에 참가해 더 어린 아이들의 얼굴에 이날을 기념하는 그림을 그려주었다. 청소년들도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시에 기여할 수 있어 뿌듯함이 남달랐다. 또한 동아리 활동에서 한 달에 한 번은 가까이 위치한 지샘병원을 찾아 환우들에게 발마사지를 해주기도 한다. 발마사지를 받는 환우들은 아이들을 늘 반긴다. 소화가 어렵던 환우가 발마사지를 받은 뒤 소화가 되었다며 식사를 할 수 있게 되기도 하고, 발마사지 해주는 청소년 27명 모두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주시기도 한다.
청소년들에게 봉사활동이 필요한 이유
세 번째 활동은 학교에서 사회봉사 징계를 받은 아이들의 봉사활동을 지원하는 활동이다. 김준백 소장은 특히 이 아이들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사고뭉치였던 한 아이는 부모를 포함해 모든 어른들에게 반항했다. 하지만 여기에서 장애인과 함께 활동을 하면서 조금씩 변해갔다. 아이들은 부모에게 ‘다른 어른들은 몰라도 김준백 소장님만은 믿을 수 있다’며 김준백 소장의 진심을 알아주었다.
김준백 소장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그 아이들은 칭찬받을 일도, 칭찬해주는 사람도 많지 않아요. 학교에서도 혼나거나 잔소리를 듣고, 부모에게도 마찬가지에요. 그런데 여기에서 봉사활동을 하다보면 고맙다는 감사의 말, 대견하다는 칭찬의 말만 들어요. 예를 들어서 페이스페인팅을 하러 가면 페이스페인팅을 받은 어린 꼬마들이 ‘선생님,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하고, 그 부모들도 똑같이 고마움을 말하곤 해요. 늘 꾸중만 들어왔던 아이들이 이렇게 칭찬을 받으면서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죠.”
봉사가 모든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한국청소년자원봉사마을에서 고등학생 때 처음 봉사를 배웠던 아이들은 봉사의 매력에 빠져 대학 진학 시에 사회복지과를 선택하기도 하고, 다른 과를 선택하더라도 지도자로서 한국청소년자원봉사마을에서 활동을 이어나간다.
봉사로 인해 바뀌어가는 시민의식
청소년 봉사활동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큰 어려움도 있었다. 2007년 한국청소년자원봉사마을에서는 여주에서 난 홍수 피해복구를 위해 청소년들을 모집했다. 쓰러진 비닐하우스에서 쇠파이프를 빼고 비닐을 걷는 활동을 하기 위해 여주 자원봉사센터와 사전 연락을 하고 여주로 갔으나 여주에 도착하니 홍수 때 쓰러진 대파를 바로 세우는 봉사로 바뀌어있었다. 대파를 바로 세울 호미 등의 간단한 장비도 없고, 제대로 교육이 안 된 상태에서 아이들은 우왕좌왕하며 대파를 밟았다. 게다가 점심을 먹기로 한 식당과의 거리도 상당해 점심시간도 제대로 지킬 수 없었다. 결국 이날 봉사활동은 중단되었고, 아이들에게는 점심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 휴게소에서 컵라면을 사줄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학부모들은 한국자원봉사마을에 전화해 불만을 토로했다. 자원봉사센터는 모든 책임을 한국자원봉사마을의 탓으로 돌렸다. 이 사건은 신문에서도 보도되면서 김준백 소장은 더 이상 한국청소년자원봉사마을을 유지하지 않으려는 마음까지 생겼다.
하지만 이 마음을 돌린 주인공은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이었다. 그동안 이곳에서 자원봉사에 대해 배우고 느꼈던 대학생들이 자신이 배운 것처럼 현재 자라나고 있는 청소년들에게도 봉사를 제대로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다고 김준백 소장을 설득했다.
김준백 소장은 그래도 지금 돌이켜보면 90년대 후반 청소년의 봉사활동이 의무화되면서 전반적인 시민의식과 자원봉사에 대한 개념이 바뀌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88올림픽, 아시안게임이 치러지던 때만해도 자원봉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임금을 주면서 행사진행을 요청해야 했다. 그런데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자원봉사가 보편화되었다. 봉사활동을 시작한 아이들과 이를 보는 부모들이 변화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장애인 목욕봉사를 하러 목욕탕에 가면 이 목욕탕을 이용하지 않겠다며 화를 내는 이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먼저 다가와 잠시라도 목욕봉사에 동참하고 싶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