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아이들의 헝겊원숭이가 되어주세요.” [기쁨지역아동센터 김보민 센터장]

“아이들의 헝겊원숭이가 되어주세요.” [기쁨지역아동센터 김보민 센터장]

by 안양교차로 2017.02.07

해리 할로우 박사는 새끼원숭이에게 두 종류의 인형을 주고 실험을 했다. 하나는 철사로 된 몸통에 가슴엔 우유병을 단 원숭이 인형이었고, 다른 하나는 헝겊으로 된 원숭이 인형이었다. 새끼원숭이는 밥을 먹을 때를 제외하고는 늘 헝겊 원숭이를 안고 있었다. 새끼원숭이에게 필요한 것은 먹이만을 주는 철사원숭이가 아니라 따뜻한 품을 내어주는 헝겊원숭이였다.
헝겊원숭이가 필요한 이유
해리 할로우 박사는 철사원숭이보다 헝겊원숭이를 선호하는 새끼 원숭이를 보며 두 번째 실험을 이어나갔다. 어미와 함께 살고 있는 원숭이, 헝겊 원숭이와 함께 살고 있는 원숭이, 철사 원숭이와 함께 살고 있는 원숭이에게 새로운 물건을 넣어주었다. 어미가 있는 새끼 원숭이는 새로운 물건을 보자마자 그 물건에 달려들었다. 헝겊인형이 있는 새끼원숭이는 새로운 물건에 대한 호기심으로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마지막으로 철사원숭이가 있는 새끼원숭이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이는 위로와 보살핌을 받지 못할 경우 새로운 자극에 흥미를 보이지 않고, 극도의 불안감을 느낀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김보민 센터장은 아이들에게도 철사 원숭이가 아닌 헝겊원숭이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아이들을 위해서는 단순히 금전적인 지원만 할 것이 아니라 따뜻하게 아이들을 안아줄 수 있는 정서 지원도 필요합니다.”
김보민 센터장이 현재 군포에 위치하고 있는 기쁨지역아동센터에서 일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0년 4월 1일. 그때부터 군포 당동에서 방과 후부터 밤 9시까지 아동 돌봄에 헌신하고 있다. 2012년부터 기쁨지역아동센터는 12개 지역아동센터 중 대표인 거점센터가 되어 지역아동센터의 공동사업이나 네트워크 사업, 새로 문을 연 지역아동센터의 컨설팅을 시작했다. 더불어 김보민 센터장은 2013년부터 3년간 군포 지역아동센터 연합회장도 역임했다.
여기 있는 아이들 모두가 ‘우리 아이들’
그녀는 처음 기쁨지역아동센터장이 되면서 ‘우리 센터’에 대한 애착이 강했다. 우리 센터에 좋은 물품을 지원받고 싶었고, 다른 누구보다도 우리 센터 아이들이 더 잘 자라길 바랐다. 그런데 어느 날, 한 아이가 센터 문을 발로 차면서 욕하고 있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센터에 있는 아이 하나가 딱지를 빌려갔는데 안 줬다는 것. 알고 보니 이 동네에서는 유명한 사고뭉치였다. 아이들을 자주 때려 강제전학만 두 번 갔고, 하루도 사건사고를 일으키지 않은 날이 없었다고 했다. 한 번은 센터에 있는 아이가 이 아이에게 맞아 아이 아버지와 함께 학교를 찾아가기도 했다.
“나중에서야 처음 그 아이를 봤을 때, 우리 센터를 다니도록 도와줄 걸 그랬다는 후회가 밀려오더라고요. ‘아무리 우리 센터 아이들을 잘 돌본다고 해도 지역에 있는 아이들을 돌보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겠구나’ 싶었어요.”
그 뒤 김보민 센터장이 말하는 ‘우리 아이들’에는 기쁨지역아동센터에 다니는 아이들을 넘어 다른 센터에 다니는 아이들, 학교 외 아이들까지 포함되었다.
아이들에게 초점을 맞춘 네트워크
김보민 센터장은 아이를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믿는다.
“아이 한 명을 놓고 봤을 때 그 아이의 생활은 3분의 1이 학교, 3분의 1이 기쁨지역아동센터 같은 돌봄센터, 3분의 1은 집에서 이루어져요. 이 상황에서 우리가 돌봄센터에서 아무리 아이를 잘 돌본다고 해도 학교에 적응을 못하면 아이는 3분의 1의 시간은 힘들어해야 해요. 게다가 요즘 학교에서는 담임선생님께서 아이의 사정을 정확히 알기는 힘들어요. 아이가 직접 ‘선생님, 저 힘들어요. 도와주세요’라고 말해야 합니다.
하지만 네트워크가 이루어져 학교, 돌봄센터, 지역 기관과 네트워크가 되면, 이 아이가 학교에서, 돌봄센터에서, 가정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가 있고, 함께 보조를 해줄 수 있어요. 환경이 좋은 친구들은 엄마, 아빠도 좋으시지만 삼촌, 이모, 고모, 할머니가 다 이 아이를 보조를 해주잖아요. 그런 것처럼 혈연관계는 아니지만 아이를 돌봐줄 수 있는 사람들을 더 많이 만들어주는 거죠. 아이는 어느 곳에 가도 자기편이 있다는 생각에 좀 더 안심하고 생활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진행하고 있는 네트워크는 크게 아이보듬 네트워크와 청소년지원네트워크로, 아이보듬네트워크는 5개 초등학교 선생님과 근처 지역아동센터장, 드림스타트 사례 관리자가 모여 한 달에 한 번씩 회의를 한다. 네트워크가 활성화 되면서 마을축제를 학교와 아동센터에서도 참여하게 됐고, 산본공고에는 아침밥을 지원하게 되었다. 초등학생을 위한 생일파티도 지속하고 있다.
올해는 위험하게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과 사이버 불법 도박에 빠진 아이들을 위해 캠페인과 교육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아이들을 직접 만난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세세하게 잘 알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문제들을 지속적으로 해결해나갈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일반적인 교육프로그램이 아니라 구체적인 아젠다를 짜고,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입니다. 네트워크를 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 중 하나는 이렇게 많은 단체들이 다 같이 보조를 맞춰서 갈 수 있다는 점이었어요.”
네트워크는 아이 한 명, 한 명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기쁨지역아동센터에 다니고 있는 아이 중 장애인 친구와 불안감이 심한 친구는 중학교 입학 전 예비 소집일부터 학교를 가지 않았다. 두려움 때문이었다. 네트워크에서 상의한 결과, 학교 적응프로그램을 열자는 의견이 나왔다. 예비학교를 갔던 아이들은 이제 안심하고 학교에 다니고 있다.
“아이들도 두려움을 떨치고 학교에 적응하려는 노력을 해줬고, 학교에서도 선생님들께서 힘드신 와중에도 이 아이들을 많이 도와주셨어요.”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