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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마다 아이들에게 배달되는 따뜻한 도시락” [산본공업고등학교 김은주 복지사]

“수요일마다 아이들에게 배달되는 따뜻한 도시락” [산본공업고등학교 김은주 복지사]

by 안양교차로 2017.01.24

산본공업고등학교에는 수요일 이른 아침마다 따뜻하고 맛있는 밥 냄새가 풍긴다. 학교에서 수요일 아침 도시락을 먹는 아이들은 약 60여명. 그동안 어려운 환경 때문에 제대로 아침밥을 먹지 못했던 아이들은 이제 수요일만큼은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수업에 들어간다. 사랑과 관심이 듬뿍 들어가 있는 도시락은 아이들의 배뿐만 아니라 마음까지도 든든하게 채워주고 있다.
한 그릇의 밥에 채워진 사랑과 관심
김은주 복지사가 산본공업고등학교에서 근무를 시작한 것은 지난 3월. 일년동안 그녀는 아이들의 배를 채워주고, 아이들이 눈보라를 맞아야 할 때 바람막이가 되어주었다. 우선 그녀는 어려운 가정환경 때문에 아침과 저녁은 거르고, 학교에서 점심 급식만 먹는 아이들이 가장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학교 예산으로 주 1회 수요일마다 작게나마 밥버거와 빵을 급식하기로 했다. 하지만 예산은 점점 부족해졌고, 계속해서 아침을 주기에는 어려워진 상황까지 왔다.
그녀는 배고픈 아이들이 눈에 어른거려 이를 포기하지 않았다. 계속해서 아이들에게 아침을 주기 위해 알아보던 그녀는 지역 내에서 아동센터와 청소년기관들이 모인 청소년지역네트워크와 엄마 친구가 엄마 대신 아이를 돌봐준다는 의미에서 어려운 환경에 처한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좋은터’라는 단체를 만났다. 청소년지역네트워크와 좋은터에서는 흔쾌히 그녀가 내민 손을 잡아주었고, 지난 12월부터 아침을 지원해주고 있다.
“아이들이 아침을 먹고 기쁘게 학교 생활을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지원을 요청 드렸어요. 제가 아이들에게 가장 많이 신경 쓰는 것 중 하나가 ‘먹는 것’이에요. 밥은 생계를 포함해서 관심, 온기, 그리고 밥을 먹으면서 생기는 감사한 마음과 그 감사한 마음을 다시 누군가에게 베풀어주고 싶은 마음까지도 포함된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밥을 주고, 함께 먹는 과정에서 아이들과 대화를 하고, 자주 만나다보니 아이들도 마음을 열더라고요. 또 수요일 아침에 오는 아이들은 제가 더 눈여겨 보기도 하고요.”
방학을 제외하고 지금까지 제공된 아침식사는 26회. 수요일 아침에 아이들에게 밥을 주기 시작하면서 지각이 현저히 줄었고, 학교 출석율도 높아졌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표정이 밝아지고, 아이들에게 기대감이라는 감정이 생겼다.
아이들에게 햇빛이 되어준다는 것
김은주 복지사는 빈곤, 이혼, 방임, 폭력 등의 위험에 노출된 아이들을 개개인적으로 챙기는 사례 관리에도 힘쓴다. 각각의 아이들이 필요한 부분은 무엇인지 파악해 도움을 주는 일은 힘든 만큼 보람이 크다. 마음이 다친 아이들에게는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고, 진로나 문화활동이 필요한 아이들에게는 지역사회와 연계된 프로그램을 소개해준다. 당장 생계가 어려운 아이들에게는 후원자를 만들어주거나 지역단체에서 도움을 받도록 해준다. 많은 아이들 중에서도 그녀는 작년 7월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한 학생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이혼을 하셔서 아버지와 단 둘이 사는 아이였는데, 어느날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전화를 했어요. 병원에 가보니 아이는 다 찢어진 옷과 구멍 난 신발을 신고 아버지가 돌아가신 병원에서 아무 것도 못하고 서있더라고요.”
그녀는 아이와 함께 장례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집주인은 당장 방을 빼라고 얘기하는 상황에 아버지는 빚이 있었고, 친지들과도 17년 동안 전혀 교류를 하지 않았었다. 이렇게 오랫동안 떨어져 지내던 큰아버지와 고모는 아버지의 소식을 듣고는 장례식장에 오긴 했지만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조카를 알아보지도 못했다. 큰아버지는 김은주 복지사에게 특수학급교사냐고 물을 정도로 다른 아이들에 비해 사회성이 좋지 못하고, 어리숙한 아이를 무시했다. 하지만 그녀는 아이가 길거리에 나앉게 생긴 상황을 설명하며 최대한 큰아버지가 보호할 수 있도록 설득했다. 결국 큰아버지가 아이를 보호하기로 했다. 대신 큰 아버지댁은 1층에 아이는 지하 1층에서 각자의 삶을 꾸려나가기로 했다. 아이는 큰아버지댁이 있는 서울에서 산본공고까지 등하교를 하며 혼자 살아가고 있다.
김은주 복지사는 동사무소에 연락을 해서 아이가 매월 생계급여 50만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심리정서상담도 병행할 수 있도록 했다. 쌀이며 각종 물품 후원과 지역 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도 알아봐주었다. 복지실에서 자체적으로 하는 프로그램도 추가로 제공했다.
아이는 이제 고3이 된다. 아이는 대견하게도 어려움 속에서도 저축을 하고, 자립심을 키우면서 이제 사회에 나가 취업만 하면 언제든지 그 집에서 독립할 수 있는 준비를 해두었다. 무엇보다 이제 아이는 믿을만한 누군가가 생겼다는 생각에 전보다 훨씬 씩씩해졌다. 원래 자기 말을 잘 안 하는 아이였는데 어느덧 ‘선생님께 얘기하면 어떤 어려움이든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라는 고백을 하기도 했다.
“자신을 믿어주고,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없다고 생각하던 아이들이 이제는 자신이 기댈 곳이 생겼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다행이죠. 학교에든, 지역사회든 자신을 도와주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깨닫고, 살아가는 데 힘을 낸다면 아이들은 조금 힘들어도 열심히 살아갈 수 있어요.”
지역에서 키워주는 아이들
김은주 복지사처럼 군포와 의왕의 학교에 복지사 선생님이 생긴 것은 지난 2010년부터 시작된 교육복지사업 덕분이다. 시에서 지원한 복지사업이 효과가 뛰어나자 도에서도 복지사업을 확대했다. 지역 아동센터와 청소년 기관, 교수, 시의원, 학부모는 더 많은 학교에 복지사선생님이 배치되도록 매일 민원을 제기하며 이 사업에 힘을 불어넣어주었다. 그래서 김은주 복지사는 ‘한 아이를 기르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에 적극 공감한다.
“지금 저희 동네도 마찬가지에요. 엄마가 필요한 아이들에게는 엄마가 되어주는 ‘좋은터’, 저녁밥을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기쁨지역아동센터’, 문화생활을 마음껏할 수 있는 ‘틴터’ 이렇게 아이가 필요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곳들이 있어요. 앞으로도 아이들을 챙겨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많은 어른들이 더 많아져 아이들이 더 이상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취재 강나은 기자